납골당 스님, 지역 공무원 20여명 불법 조성묘지 적발

최근 지역 관가에 ‘묘지괴담’이 나돌고 있다.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불법매장 현장에 어김없이 나타나 법규위반을 따지는 ‘저승사자(?)’가 등장한 것. 공직신분인 공무원들은 불법사실 지적에 긴장할 수밖에 없고, 원칙대로 행정처리할 경우 묘지이장이 불가피해 여러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무원 상주들을 떨게하는 주인공은 청주시 흥덕구 죽림동 소재 사설납골당 ‘정음사원’의 정음스님(51 속명 김귀종)이다. 정음스님은 지난해 12월부터 신문지면에 실린 부음란의 공직자 상주들을 대상으로 장지조사를 벌여 지금까지 21건의 불법매장 사례를 적발했다고 주장했다.

불법매장 상주 가운데는 충북도청, 청주시청, 청원군청을 비롯해 교육공무원, 산림청 공무원까지 포함됐다는 것. 사무관급 이상, 교감급 이상 중견 공무원들이 다수 포함돼 주변에 입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에는 개인묘지의 경우 도로(지방도 이상), 하천, 철도로부터 300m이상/ 20호 이상 마을, 학교, 공중이 수시 집합하는 시설로부터 500m이상 떨어진 위치라야만 매장이 가능하다. 그린벨트나 상수도보호구역은 아예 묘지 쓸 엄두도 낼 수 없다. 따라서 그린벨트와 대청호 상수원보호구역이 폭넓은 청주권에서는 공원묘지가 아닌 개인묘지를 쓰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러한 세부규정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물론 공직자들도 법규를 도외시한 채 관행적으로 묘지설치를 해 왔던 것. 불법매장 사실이 고발되면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되며 행정기관의 시정명령에 따라 이장을 해야만 한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6개월마다 500만원씩 이행강제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돈으로 때우기’도 불가능하다.

지난 2002년 종교법인 납골시설인 정음사원을 신축한 정음스님은 ‘국토사랑 푸른숲’이라는 민간단체를 조직해 장묘문화 개선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음스님은 전 국토의 묘지화를 막기위해 화장문화의 확산이 불가피하며 불법매장을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내가 납골당 운영 때문에 남의 묘자리 뒷조사나 하고 다닌다고 허튼 소리를 할 것이다. 하지만 자연훼손, 산림훼손의 가장 큰 주범이 분묘라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도시계획에 따라 조성된 공원묘지가 아니라면 좁은 국토에 함부로 개인묘지 쓰는 것을 막아야 한다. 모두가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사회 지도층이나 공직자들마저 현행법을 무시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팔을 걷어부치고 직접 현장을 찾아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음스님은 지난해 12월부터 지역 신문에 실린 부음란을 보고 상주의 직업과 장지를 파악했다는 것. 발인전에 장지 현장을 조사하고 불법묘지임이 확인되면 관할 면사무소에 신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관행상 초상집에 담당공무원이 홀로 찾아가 묘지 위법사실을 통보하기란 쉽지 않은 일. 결국 정음스님은 아예 입관 현장에 공무원과 함께 출두해 상주들에게 불법사실을 고지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규정을 확인시켜주면 수긍한다. 하지만 일부는 전통적인 관행을 내세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신고인으로써 정식적인 고발처리가 되도록 끝까지 민원처리를 감시한다. 공직자들의 경우에는 위법사실에 따른 신분상 피해까지 우려되기 때문에 아직 고발처리까지 요구한 적은 없다. 하지만 장사법이 개정된 지 3년이 지난 마당이기 때문에 불법묘지에 대해 이제는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원군의 경우 작년도 사망자가 1200명에 달했으나 개인분묘 매장신고 건수는 180건에 불과했다. 화장이나 공원묘지 안치 건수를 빼면 사망자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700명이 개인묘지를 쓴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매장신고된 180건보다 4배가 많은 분묘가 신고없이 설치된다고 볼 수 있다. 청주시의 사망자 가운데 상당수가 청원군 지역에 개인묘지를 쓴다고 감안하면 미신고 분묘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작년도에 불법매장으로 사법기관에 고발된 경우는 5건으로 산림훼손 면적에 따라 벌금 300~450만원의 처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사법처리후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분묘이장이라는 예민한 문제가 얽혀있어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청원군은 2002년부터 사회복지과에 장묘관리계를 신설하고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햇동안 수천기에 달하는 개인분묘의 위법사실 여부를 서너명의 직원이 확인하기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청원군신문, 유인물, 군청 인터넷 등을 통해 현행 장사법에 대해 주민홍보를 펼치고 있다. 또한 사망신고시 개인분묘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안내하지만 대부분 장례가 끝난다음 사망신고하는 경우가 많아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음스님으로부터 묘지 위법사실을 통보받았던 중견 공무원 Q씨는 “첨엔 어이도 없고 몹시 불쾌했다. 더구나 사설 납골당을 운영한다는 얘길듣고 다분히 영업적인 목적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세부적인 장사법 규정을 보니 수긍할 수밖에 없었고, 현행 장묘행정이 기존의 관행 때문에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공감이 갔다. 누구든 솔선하지 않으면 수백년 내려온 장묘문화를 어떻게 바꾸겠는가, 그때 일을 계기로 주변 사람들에게 장사법에 대한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묘개설과 관련, 현행 장사법과 산림법이 서로 상치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장사법에는 분묘개설이후 30일 이내에 신고토록 규정했지만, 산림법에 명시된 산지전용허가는 사전절차이기 때문에 서로 어긋나는 것. 따라서 적법하게 매장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사망직후 곧바로 군청(또는 시청)에서 산지전용허가를 받은 다음 매장을 해야만 한다. 미리 가묘 위치를 정해 사전 허가를 득하는 것도 상중의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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