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공사중 37개 외 25곳서 추진 중, 여의도 면적의 7배
지방세수 확대·지역경제 기여 이유 유치경쟁, 부작용 속출

기획취재 : 지역경제 효자 골프장의 진실

① 도내 골프장 현황과 유치 노력
② 골프장의 순기능과 부작용Ⅰ
③ 골프장의 순기능과 부작용Ⅱ
④ 제주 골프산업의 시사점
⑤ 지방자치시대의 올바른 골프장 정책

골프장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에서 1시간 30분이면 닿는 교통여건과 세수 확대를 위한 지자체의 골프장 유치 정책 때문이다. 전문 개발업체에서 대기업, 심지어 공기업과 지자체도 팔을 걷어 부치고 골프장 건설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각종 민원 양산과 환경 문제, 경영난으로 인한 피해확산 등 기대만큼 부작용도 심각하다. 이에 충청리뷰는 5회에 걸쳐 도내 골프장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지역경제의 동반자가 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 충북이 골프장 입지로 부상하면서 여의도의 7배에 달하는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 세수확대라는 순기능 이면에 각종 민원 양산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도내에 골프장이 건설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다. 청주개발(주)(대표 임광수·임재풍)이 1986년 사업승인을 얻어 1989년 그랜드CC를 개장했다. 이듬해에는 충주시 금가면에 임페리얼레이크CC가 문을 열었으며 92년과 95년에는 진천에 중앙CC와 천룡CC가 개장했다. 도내 골프장 1세대 격인 이들은 사업승인을 받은 뒤 비교적 순조롭게 3년여의 공사를 마쳤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사업 사업을 추진한 옥산레저(주)는 각종 민원 등에 시달리며 10년 만에 떼제베CC를 개장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도내 골프장들은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맞았다. 골프인구 급증을 배경으로 성수기에는 예약 전쟁이 벌어졌으며 회원권 가격의 상승곡선도 멈출 줄 몰랐다.
이때까지 개장한 골프장 대부분이 회원제라는 점도 이같은 상황을 뒷받침해준다. 골프인구가 증가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귀족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해 사업주나 이용자 모두 회원제를 선호했다. 여기에 ‘골프장 회원권=재산증식’이라는 공식도 회원제 골프장 확대에 기여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골프장 건설이 급증하면서 사정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5년을 기점으로 골프장이 크게 증가했으며 이때 개장한 곳이 현재 운영되고 있는 29곳 중 23곳이나 차지하고 있다.

도내 골프장 60곳 돌파

2000년대 중반 이전까지 8개에 불과했던 골프장은 2007년 2곳, 2008년 4곳, 2009년 3곳이 한꺼번에 문을 열었으며 지난해에도 2곳이 손님을 맞기 시작했다. 정식 개장을 하지는 않았지만 시범라운드 등으로 사실상 영업에 들어간 곳을 포함하면 운영중인 골프장은 30곳이 넘는다. 이들 외에 8개 골프장은 늦어도 내년 준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진행중이다.

특히 사업승인이 추진되고 있는 곳이 25곳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주민제안 형식으로 해당 지자체와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충주의 나라CC와 제피로스GC, 체리파크CC 등은 실시계획이나 도시계획승인 결정이 내려져 조만간 착공이 가능하다.
특이할 만한 점은 대중제 골프장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수도권과 교통여건이 가까운 지역에 밀집돼 있다는 것이다.

공사가 진행중인 8곳을 포함해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33개 골프장 중 절반에 해당하는 16곳이 대중제로 추진되고 있다. 2005년 이전에 개장한 8개 골프장은 모두 회원제며 이중 떼제베와 천룡CC만이 9홀 규모의 대중제를 병설로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골프 대중화와 함께 금융 환경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90년대 아파트 건설 붐의 일등공신인 금융권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이 골프장 건설로 확산돼 굳이 회원권을 팔지 않아도 사업추진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한 대중제 골프장 대표 A씨는 “골프인구가 늘어나 내장객 확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PF대출을 통한 골프장 건설이 가능해져 회원권 판매 대신 금융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금융비용이 발생하지만 모든 내장객들을 대상으로 비회원 요금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오히려 골프장 경영에는 유리할 수도 있다. 대중제가 질 낮은 골프장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회원제 못지않은 대중제 골프장들도 생겨나 사실상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훼손 시비 불구 지자체 유치 노력

증가하는 골프장만큼 훼손되는 산림의 면적도 늘어난다. 골프장 9홀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면적은 최소 40만㎡ 이상. 지난해 27홀 대중제로 개장한 음성군 삼성면의 진양리조트GC의 면적은 137만4000㎡이며 18홀 회원제인 청원군 미원면 이븐데일골프리조트는 99만4440㎡다.

현재 운영중인 29개 골프장 면적은 2703만5745㎡, 공사중인 8곳은 663만7706㎡이며 추진중인 25곳 2489만6190㎡를 합치면 도내 골프장 총면적은 5856만9641㎡에 이른다. 여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며 청주시 상당구 전체면적 6900만㎡에도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골프장이 건설될 때마다 산림훼손 등 환경문제가 제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골프장들이 저마다 친환경을 외치고 자연경관을 유지해 건설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산림훼손을 막을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자치단체가 골프장 유치에 발 벗고 나선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충주와 음성 등 고속도로 건설로 수도권 접근성이 개선된 지역에는 최근 골프장 조성이 붐을 이루고 있고 실제 지자체들은 이를 환영하고 있다.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25곳 중 11곳이 음성에 집중돼 있고 6곳이 충주다. 이들이 모두 개장할 경우 음성은 19개, 충주는 17개의 골프장을 보유하게 된다. 전략적으로 골프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제주도내 골프장 40개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자체들이 골프장을 환영하고 있는 것은 이들로 인한 세수확대 기대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부지를 물색해 골프장 사업자에 제공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 가급적 긍정적으로 검토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유지가 예정지에 포함될 경우 대토 등의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골프장 한 곳당 재산세 10억

지자체들이 골프장 건설을 환영하는 것은 이들이 납부하는 만만찮은 세금 때문이다. 바로 지방세수 확대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 여기에 고용창출과 인근 상권 활성화 등 지역경제 효과도 곁들여지고 있다.

지자체들이 군침을 흘리는 지방세는 취·등록세와 재산세, 주민세, 자동차세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재산세로 취·등록세는 최소 한번만 징수할 수 있고 나머지는 세액이 극히 낮다. 골프장은 넓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부과하는 시·군세인 재산세액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재산세 세율은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과세표준액의 4%다. 충주시는 지난해 6개 골프장에서 48억5700만원의 재산세를 거뒀으며 청원군은 6개 골프장에서 62억1600만원을 징수했다. 청원군의 재산세 수입이 큰 것은 상대적으로 토지가가 높기 때문이다.

충주지역 골프장은 지난해 한 곳당 8억원, 청원지역 골프장은 10억원이 넘는 재산세를 납부했다. 청원군의 지난해 세입 중 재산세를 포함한 지방세가 810억원 이었다. 열악한 재정에 시달리는 지자체에 골프장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세수확대 측면에서 대중제 보다 회원제를 환영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대중제 골프장의 재산세율이 회원제의 20분의1에 불과한 0.2%로 낮기 때문이다.

실제 충주시와 청원군은 지난해 대중제 골프장 2곳에서 각각 3억2000만원과 9억원의 재산세를 징수하는데 그쳤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대중제와 회원제 골프장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가운데 소규모 9홀 골프장이 아닌 경우 회원제로 건설되는 것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더 되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충주와 진천, 음성 등지에 최근 건설되는 대중제 골프장은 규모나 시설 면에서 회원제를 능가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세수확대에 외면하는 골프장 부작용
환경훼손·주민 민원은 기본, 부도·먹튀 논란도

세수확대 효자로 지자체의 환영을 받는 골프장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건설되는 곳 마다 산림훼손 시비가 반복되고 토지 매입 과정에서 주민들과의 마찰도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토사유출과 소음, 비산먼지 피해 등 공사중 발생하는 각종 민원도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같은 것들을 불가피하거나 보편적인 부작용이라고 치부하더라도 골프장끼리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기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는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청원 오창테크노빌GC다. 이곳은 대중제 9홀로 건설됐지만 피트니스센터 등 부대시설 이용권을 명분으로 사실상 회원권 편법 분양에 나서 물의를 빚더니 급기야 회사에 부도가 발생해 피해자 양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이 편법 분양한 회원권만 170억원 상당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부도사태가 해결돼 새 주인을 맞는다 해도 이를 정상적인 채권으로 인정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중원 스카이뷰와 대호 단양CC는 모기업 경영난 등이 겹쳐 매각된 경우다.
중원스카이뷰는 1989년 장호원CC로 사업승인을 받았지만 경영권 다툼으로 2007년에야 개장하는 등 오랫동안 지역의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성원건설이 인수해 샹떼힐로 문을 열었지만 지난해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재매각한 것.

대호 단양CC는 먹튀 논란의 대상이 된 경우다. 이곳은 지난 2005년 현대시멘트의 석회광산 부지를 레저시설로 재활용한 곳으로 폐광 지역을 환경 친화적으로 개발하는 국내 최초의 사례여서 사업 추진 단계에서부터 주민과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충북도와 단양군은 49억 원의 원상복구 예치금을 현대시멘트에 반환하고 행정적으로도 신규 기업 유치에 버금갈 만큼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시멘트는 지난해 골프장을 약 600억 원에 매각해 2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세수확대 유혹에 무리하게 골프장 유치에 나섬으로서 각종 부작용을 자초하고 있다. 이제라도 골프장으로 인한 순기능과 부작용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 올바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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