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녹지 문암생태공원 가보니
주차장 시설 협소, 2박 3일 전세 낸 텐트 ‘눈살’
28개의 데크에 28개의 텐트가 놓였다. 그런데 사람은 없었다. 텐트만 쳐놓고 떠난 것이다. 이러한 텐트의 유통기한은 2박 3일이다. 대개 오전과 오후를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야외에서 하룻밤을 자려고 이곳에 온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 곳 관리자 말대로 “금요일 밤에 텐트를 치는”방법밖에 없었다. 금-토-일 전세를 낸 텐트를 이길 방법은 금요일 오후에 텐트를 쳐놓고 가는 것.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우리 가족을 비롯해 자리를 못 잡은 사람들의 불만은 대체로 비슷했다. 대안으론 ‘예약제’시스템을 꼽았다. 또 시간제 예약을 한 뒤 이를 어길 시 다음번 사용기회 1회 정지 등 구체적인 의견들도 나왔다. 이에 대해 문암생태공원의 청원경찰 P씨는 “지금은 민원이 발생해도 어쩔 수 없다. 우리도 예약제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문암생태공원은 홈페이지(문의전화 200-7741~2)가 따로 없다. 자리 먼저 펴는 사람이 주인이다. 그럼에도 사용료가 무료 인데가 도심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세면대와 화장실이 갖춰져 있지만 따뜻한 물은 나오지 않았다.
90년대 쓰레기 매립장
문암생태공원은 90년대 조성된 쓰레기 매립장이다. 94년부터 2000년까지 생활쓰레기 184세제곱미터가 매립됐다. 코끝이 예민한 사람은 메탄가스 냄새가 난다지만 지금은 자연의 숨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곳이다. 김포 난지도 공원과 컨셉이 비슷하다. 인간의 욕망의 결정체인 쓰레기 매립장에 나무가 뿌리를 받고 있다는 것은 상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시가 쓰레기 매립장을 활용해 골프장 등 수익사업을 하지 않고 시민에게 돌려준 것은 의의가 크다.


문암생태공원은 2002년 매립장 정비 및 안정화 사업을 시작해 2010년 1월 개장했다. 흥덕구 문암동 100번지 일원에 캠핑장을 비롯한 바비큐장, 억새원, 야생초화원, 수로관찰데크, 인공폭포, 야외무대, 어린이 놀이시설 및 운동시설이 21만 제곱미터(6만 3788평)에 들어서있다. 요즘 같은 날씨에 휴일이면 5000~6000명이 이곳에 온다.
이중훈 공원녹지과장은 “과거 쓰레기장을 우리가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고, 생태를 접목했다는 게 의미가 있다. 가족테마로 캠핑장 및 체육시설이 있고, 생태테마로 습지가 만들어져 있다”며 말했다. 이어 그는 “무심천과 미호천이 만나는 ‘합강’인데다 수변공원인 작천보(까치내)가 있다. 인근에 정북토성이 있어 관광코스로도 강점이 있다. 청원군 경계지역이고, 3차 우회도로가 있기 때문에 청주·청원의 만남의 장소로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공원에서 고기 굽는다?
통합대비 청주·청주의 문화, 휴게를 맛볼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서는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주차장이 적다는 지적은 개장 당시부터 나왔다. 지금은 100여대의 주차공간이 있어 사람이 몰리는 주말에는 어김없이 교통체증을 일으킨다. 인근 도로까지 차들이 점령하지만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문암생태공원에서는 매점이 운영되고 있지만 물건 값이 비싼 편이다. 물이 1000원인데다가 족구장 네트를 빌리는 데 또 5000원을 내야 한다.
무엇보다 남상우 시장 임기 말 급하게 지어진 건물과 시설은 아쉬움을 남긴다. 김민정 씨(금천동)는 “인공폭포, 놀이기구 등 딱 봐도 시설물이 값싸게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잘 만들었다면 시민들이 잘 활용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암생태공원은 공원임에도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왜냐하면 공원관리법보다 쓰레기 처리법의 법령을 20년간 적용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캠핑장, 바비큐 장 등이 자유롭게 들어설 수 있었다. 이러한 시설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도 좋다. 하지만 술이 있다 보니 고성방가를 하는 사람도 있고, 또 밤에는 노숙자들도 와 무단취식을 해 골머리를 앓는다. 또 쓰레기를 가져가는 게 원칙이지만 불법 투기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를 일일이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문암생태공원에는 청원경찰 4명, 위탁관리업체 4명이 있다. 시민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
1일 휴양권으로 인기
숲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레저뿐만 정신적인 위안을 선사하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 문암생태공원은 휴일 4~5시간을 숲에서 보낼 수 있는 최적지로 꼽힌다. 과거 대전지역 몇몇 캠핑장에 몰렸던 사람들이 미동산 수목원으로 옮겨갔고, 이제는 문암생태공원이 뜬다는 분석이다. 요즘 문암생태공원에서는 덤프트럭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4대강 공사의 일환으로 장평교에서 무심서로까지 이어지는 16.2km의 자전거도로를 증평군까지 연장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