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암벽 ‘트랑고 타워’ 오르는 김학분 씨

올해로 창립 15주년을 맞은 백두산악회가 7월 8일 파키스탄의 거벽 트랑고 타워(해발 6286m) 원정길에 나선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죽이게 되는 세계 최고의 절벽에 도전하는 5인의 원정대 가운데에는 여성도 있다. 열혈 산악인 김학분 씨(43)가 그 주인공.
김 씨는 매일 퇴근 후 실내암장에서 2~3시간씩 구슬땀을 흘린다. 주말에는 대원들과 함께 조령산과 대둔산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트랑고 타워는 암벽등반가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정복하기 어려운 산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고산 등반을 하는 산악인들에게 에베레스트가 그러하듯 트랑고 타워도 암벽 등반가라면 누구나 열망하는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트랑고 타워 원정대가 선택한 등반루트는 영국밴드 뱅글스의 노래 제목에서 딴 ‘이터널 프레임’(Eternal Flame)이다. 이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30개가 넘는 피치-암벽 등반자가 안전한 지점을 확보할 수 있는 루트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40m 내외-를 올라가야 한다. 등반기간만 35일이고 로프에 매달린 채 식사와 수면도 해결해야 한다.

산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학습지 교사를 하던 25세에 처음 남들처럼 배낭 하나 둘러매고 등산을 시작했다. 김 씨는 “내성적인 성격인데다 무엇인지 모를 열등감 같은 것이 나를 지배했다. 등산을 통해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고, 산을 통해 나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천생 산악인이었다. 암벽등반을 처음 시작할 때도 위험하다는 생각보다 멋지다는 생각을 먼저했다. 고산병도 두려움보다는 궁금함이 앞섰다. 그래서 암벽등반을 시작했고, 원정을 나섰다. 2003년 엘브르즈 등정을 시작으로 2006년에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잠모스파이어 등정에 성공했다. 이후로 해마다 원정을 나가고 있다.
그에게 산이란 어떤 존재일까. 김 씨는 “산은 내게 에너지다. 휴식을 취하는 곳이기도 하고, 삶의 활력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다”고 정의했다. 그는 또 “극한 상황에 처하면 몸은 힘이 드는데 오히려 자유롭게 느껴진다. 하얀색의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그는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지만 제대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하고 싶다는 것이다. 암벽등반에 대해서도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위험하다는 것도 편견일 뿐이다. 태어날 때부터 걷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결국 모두 걷는다. 암벽등반도 누구나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두려움보다 즐거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원정에는 백두산악회 동반대장 김권래 씨(46세)를 원정대장으로 박세규 대원, 장금덕 대원, 윤보한 대원이 함께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