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소 불법도축에 서류 위조까지, 유명음식점과 학교에 납품

조용한 마을의 적막이 깨진 것은 지난 4월. 마을에 여러 대의 차들이 들이닥쳤다. 이 날 이후로 마을주민 A씨는 검찰에 체포돼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곳은 도로에서 빗겨나 좁은 산길을 달려 깊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괴산군 청안면의 한 마을, 한 때는 50호 가까이 살았지만 현재는 10여 채 정도만이 남아있다. 몇 해 전부터 이사 온 ‘외지사람’의 전원주택이 몇 채 있는 한적한 곳이다. 마을사람들은 처음에는 A씨도 평범한 ‘외지사람’인줄로만 알았다. 작은 창고와 주택, 마당에 지은 우사가 전부인 A씨에게 별다른 특이점을 찾을 수는 없었다.
마을 사람들의 기억하는 A씨는 조용한 이웃일 뿐이었다. 마을사람들과 왕래가 없었고 다만 승용차와 탑차, 1t 트럭들의 출입이 잦았다고 한 마을주민은 기억했다. 그리던 지난 4월의 어느 날. A씨는 검찰에 체포됐다. 마을주민들은 그 가족들도 이곳을 떠났는지 보일지 않는다고 전했다. 우사에는 A씨의 한우 3마리와 젖소 송아지 2마리만이 남아 있었다.
320여 마리 도축 유통
지난 4월 11일 청주지검이 괴산군 청안면의 한 불법 도축현장을 압수수색했다. 청주지검은 이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국립수의과학연구소와 축산물위생연구소 직원의 협조를 얻어 불법도축 현장을 덮쳤다. 현장에서 A씨와 함께 있던 다른 1명을 검거하고 14일 A씨를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또한 현장에서 거래내역이 담긴 장부를 확보, 장부에 적힌 거래처를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해 나갔다.
검찰 수사 결과 A 씨는 2009년부터 청안면 모 마을에 창고를 개조한 도축시설을 차리고 병든 소를 도축, 불법으로 유통시켰다. 병든 소는 시세보다 싼 10∼150만원 사이에 사들였다. 중개상이 병든 소를 수집해오면 A 씨가 도축했고 이를 B 씨 등 다른 유통업자에 넘겼다. 이들 유통업자들이 불법 도축한 것으로 추정되는 병든 소는 320여 마리, 이를 다른 곳의 도축장과 짜고 정상 도축된 소 인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도축된 고기들은 청주의 한 유명 해장국집을 비롯해 학교 급식업체와 다른 소매업자에게 정상가의 5분의 1에서 7분의 1 가격에 납품됐으며 해장국집의 업주는 병든 소임을 알고도 구입, 손님들에게는 정상가격으로 판매해 이익을 남겼다.
지난 5월 2일에는 A 씨에게 병든 한우와 젖소를 공급한 B씨가 구속됐고 15일에는 A씨로부터 밀도축된 소를 구입해, 유통시킨 업자 3명이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이들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A씨가 밀도살한 병든 한우 등을 제3의 중개업자들을 통해 사들인 뒤 학교에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유통업자 가운데 한사람은 구속된 유명 해장국집의 점주와 인척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격을 받은 것은 도교육청이다. 도 교육청은 밀도축된 고기가 학교급식에 납품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재발방지를 위한 장치 마련을 위해 부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3일 도교육청은 밀도살된 한우 등이 학교급식으로 불법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쇠고기를 불시`무작위로 채취, 축산위산연구소에 의뢰해 항생제 등 유해 잔여물질을 확인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을 통해 쇠고기의 개체식별 번호를 비교, 동일성검사를 실시함과 동시에 양질의 식재료 납품을 위해 종전의 최저입찰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하지만 도축검사증명서, 축산물등급판정확인서 등 서류가 위조됐을 경우 일선 학교의 경우 이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쇠고기이력추적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쇠고기이력제는 소의 출생부터 도축, 가공,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를 기록, 관리하는 제도로 지난 2009년에 도입됐다.
현행법상 축산업주들은 쇠고기이력추적시스템에 따라 양도, 양수 등을 할 경우 축협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축산업주들의 경우 소가 병들거나 죽었을 경우 이를 신고하지 않고 처리비용을 아끼기 위해 불법유통업자들에게 돈을 받고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죽은 소가 멀쩡한 소로 둔갑되거나 도축검사증명서 등 관련 서류들이 위조돼 납품된 것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난 것이다.
청주 대표 먹을거리가‘어쩌다가…’
유명 해장국집 연루에 시민들 '충격'

해당 해장국집의 본점과 분점에는 사건이 터지기 전과 달리 손님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발길이 끊어진 상태다. 30일 본점 주변에서 만난 한 가구점 직원은 “예전에는 점심시간 무렵이면 오가는 차량과 사람이 많았는데 현재는 눈에 띄게 줄었다”며 “어렸을 때부터 이용하던 식당인데 안타깝다”는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23일 해당 해장국집의 본점과 분점 3~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축산물 거래량과 유통망을 확인하고 분점 업주 등을 구속했다. 1일 현재까지 13명이 구속 또는 불구속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