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가정지원센터 의혹 조사했으나 ‘부족’ 여론···돈의 사용처·채용문제 등 규명 요구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에 있는 건강가정지원센터

청주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 대한 의혹의 눈길들이 쉬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익명의 제보자는 4월 말 백희영 여성가족부장관·이시종 도지사·한범덕 시장·김승택 충북대 총장 등 유관기관장 들에게 한 통의 우편물을 발송했다. 그는 “사무국장이 직원들의 월급을 떼어 다시 센터장에게 준다. 이 돈으로 회식도 했지만 여행도 간다”고 주장했다(하단기사 참고).

이 센터는 지난 2008년부터 충북대 산학협력단이 청주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재위탁 계약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청주시와 충북대 산학협력단은 김 모 센터장에게 사표를 받고, 사무국장을 경고조치 했다. 그러나 충북여성민우회, 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 등 충북여성연대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한 점 의혹없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반발했다. 행동하는복지연합과 청주시의회도 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그러자 충북도와 청주시는 오는 30~31일 합동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청주시와 충북대 산학협력단 측은 직원들로부터 걷은 돈을 센터장이 개인 용도로 쓰지 않았다고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용처 면에서는 두 기관의 설명이 약간 다르다. 시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4대 보험료를 원천징수하지 않고 급여를 준 후 다시 돈을 걷어 보험료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제보자가 돈을 걷었다고 하는 것은 이를 말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충북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문제의 돈이 직원들의 과외비용에 쓰였다고 밝혔다. 그는 “4대보험료를 원천징수하지 않고 나중에 처리한 일이 있긴 있었으나 이는 행정착오라고 판단된다. 직원들에게 걷은 돈은 야근할 때 야식비처럼 공적인 데 쓰여졌다. 연구를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들어가야 할 돈이 있다. 돈 낸 사람들이 확인한 장부를 센터에서 가져와 조사해보니 센터장이 사적인 목적으로 쓰지 않았음이 확인됐다”며 “어쨌든 회비를 걷는 건 문제가 있어 시정토록 했다”고 말했다.

급여를 줄 때 4대 보험료를 원천징수하는 것은 기본이다. 회계담당자가 이를 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돈을 걷어 처리했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그리고 돈을 걷어 공적으로 썼다고 하는 것 역시 오해의 소지를 안고 있다. 제보자는 월급의 1/2까지 낸 적도 있다고 한 만큼 이런 일이 몇 년 동안 계속됐다면 상당한 액수의 돈이 걷혔을 것이다. 따라서 야식비 외에 구체적으로 어디에 썼는가를 밝혀야 오해를 벗을 수 있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시는 최근 김 모 센터장을 아동복지관 운영위원으로 위촉해 뒷말들이 많다.

“그동안 감독기관은 뭐했나”
이 센터의 정규직원은 모두 12명이다. 그러나 이 중 4명을 공개채용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에는 공채를 했으나 중간에 들어간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게 청주시 설명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대다수를 센터장인 김 모 교수의 제자들로 채웠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직원채용 권한이 센터장에게 있으나 이 부분 역시 잘못됐다고 시 관계자는 시인했다.

손은성 충북여성민우회 사무국장은 “이번 문제는 센터장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걷은 돈의 사용처도 불분명하지만, 4대보험료와 직원 공채원칙을 어긴 점 등을 감독기관에서 4년이 다 되도록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면서 “건강가정기본법이 만들어질 당시  대학의 관련학과 교수들이 주축이 됐다. 이후 전국에 건강가정지원센터가 만들어졌고, 센터 운영을 대학에서 맡고 있는 곳이 많다. 그러나 민간단체들과 네트워크가 잘 안되고 폐쇄적인 면이 있다. 이번에도 제보가 없었다면 몰랐을 것이다. 차제에 강도 높은 감사를 통해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센터 관계자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말문을 닫았다.

청주시와 충북대 산학협력단 측은 제보자가 익명으로 이런 문건을 보낸 것에 대해 문제를 삼았다. 익명의 경우 조사하지 않는 게 국가방침이나 이 건은 내부조사로 일단락했다는 것. 제보자는 겉봉투에 발신인 이름으로 센터장의 이름을 써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지역여론은 내부사정상 기명으로 폭로할 수 없는 점을 감안, 철저한 조사를 통해 위탁기관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측이 우세하다.

한편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지난 2007년 건강가정기본법이 제정된 이래 전국적으로 만들어졌다. 충북도내에는 청주·충주·제천 3개 시에 있다. 그중 청주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도내 거점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곳에서 하는 주요사업은 가족지원·교육·문화·상담·미혼모(부)자 지원·공동육아·아이돌보미 등이다. 1년 예산은 국·도·시비 합쳐 13억원이나 이 중 아이돌보미사업 예산이 8억원으로 이 쪽에 치중되고 있다. 아이돌보미는 관련교육을 받은 돌보미들이 아이들을 일시적으로 맡아 돌봐주는 시스템이다.

그러자 공적기관 성격의 이 센터에서는 민간단체에서 할 수 없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모 인사는 “이런 기관에서는 조손가정, 한부모가정처럼 일반적인 부모와 자녀로 구성되지 않은 가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다양한 가족형태가 많은 만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민간단체는 이런 가정들에 상담을 할 수 있지만, 인력과 돈이 없어 서비스 하기가 어렵다. 이런 것을 여기서 해야 한다. 그러나 일시적 지원과 상담에 치우쳐 있어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향후 충북도·청주시의 합동감사에 많은 눈이 쏠려 있다.

익명의 제보자가 보낸 글 전문
저희는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그리고 많은 직원들이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저희는 청주시 가정의 행복을 위해 교육사업, 상담사업, 돌봄지원, 다양한 가족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도 일을 하고 야근을 자주 하지만 보람도 느낍니다.

바람이 있다면 열심히 일한 대가로 받는 월급을 모두 받고 싶습니다. 저희는 그동안 월급의 일부를 다시 센터장님에게 드렸습니다. 1/2만큼 드린 적도 있습니다. 사무국장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회식을 한 적도 있지만, 이 돈으로 여행도 가셨습니다.

꼭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이런 상황이 슬퍼서 그만둔 직원들도 많습니다. 사무국장님은 선배이고, 센터장님은 지도교수이시기 때문에 저희는 어떻게 다른 의견을 드려야 할지를 모릅니다. 오래되었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센터장님과 사무국장님을 바꿔달라는 것입니다. 저희는 직장에서 계속 열심히 일하고 싶습니다. 만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면 국회와 의회에 편지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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