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공원~우암어린이회관 도보로 걸을 수 있게 해달라” 여론비등
아름다운 길이지만 지금은 자동차가 주인, 하루빨리 교통 통제해야

도시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일까. 숨쉴 수 있는 공간이다. 아파트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는 이 게 어렵다. 생활은 가능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공간은 못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으로 바다로 나가고, 저녁마다 뒷산에 올라간다. 요즘은 걷기열풍이 불어 무심천변, 학교운동장, 공원 등지 가릴 것 없이 늦은 시간까지 운동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청주시내 삼일공원에서 우암어린이회관까지 이어지는 우암산 순환도로는 정말 아름답다. 봄에는 연분홍 벚꽃이 만발해 터널을 이루고,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져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요즘같은 신록의 계절에는 어리고 순한 연녹색 잎이 뾰족뾰족 나와 생명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또 가을에는 황금색인가 하면 붉은 색 단풍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겨울에는 나무마다 눈꽃이 핀다.

우암산 순환도로는 청주에서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길이다. 사시사철 꽃이 피고 녹음이 우거진다. 그러나 현재는 자동차가 주인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에게 돌려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청주대 주차장 개방 안될까
그러나 이 도로는 자동차가 주인이다. 사람들은 양쪽으로 난 인도를 따라 걷지만, 자동차 매연과 소음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곳을 걷는 시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언제든지 걸을 수 있다면 더 좋지만 안되면 주말만이라도 자동차운행을 통제하고 시민들에게 개방하라는 여론이 거세다. 시민 이세호 씨(43·자영업)는 “우암산 순환도로를 차를 타고 지나가지만, 갈 때마다 경치가 아름다워 놀란다. 그러나 인도는 좁고, 많은 차들이 지나다녀 걷기에는 불편하다. 청주시에서 차량통제를 하고 산책할 수 있게 해준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인근에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그래야 멀리사는 시민들도 찾아올 수 있다. 그래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청주대학교 캠퍼스를 주말만이라도 개방하는 것이다. 청주대는 지난 98년부터 주차장을 유료화했다. 지금은 한국알에프주차시스템이 위탁관리 운영하고 있다. 청주대는 초기부터 현재까지 24시간 동안 주차요금을 받고 있어 주말에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통큰 결정’이 필요하다는 게 지역여론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주차하는 차량은 감소하고 직원들의 인건비는 올랐다. 시장경제 상황을 볼 때도 여건이 좋지 않아 주말개방은 어렵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인근 주민과 시민들을 위해 주말개방하는 것은 해야 되지 않느냐는 의견들이 많다. 다른 공공기관은 대부분 유료로 운영하더라도 주말 만큼은 개방한다.

반면 충북대는 지난 99년 5월부터 유료화하고 있으나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에 한해서는 무료개방하고 있다. 그러나 국경일은 유료다. 충북대는 7시간 동안 돈을 받지 않는 것에 대해 무료개방이라고 홍보하고 있으나 국립대치고는 역시 인색한 편이다. 일요일 무료개방도 지난 2007년 10월에서야 이뤄졌다. 충북대는 청주대보다는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국립대가 주차요금에 너무 연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충북대의 캠퍼스도 우암산 순환도로 못지않게 산책하기 좋은 코스이나 주차장 유료화에 묶여 멀리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청주시, 둘레길 조성 검토중
우암산 순환도로는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 재미있다. 직선이 아니라서 숨은 도로를 찾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길을 걷다 등산하고 싶으면 삼일공원에서 곧바로 우암산으로 올라가면 된다. 우암산은 청주를 상징하는 산이자 다양한 식물들이 사는 곳이다. 정상까지 1시간 가량 올라가면 도착할 수 있어 등산하기 딱 좋은 산으로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순환도로 인근에는 2009년 드라마 ‘카인과 아벨’ 2010년 ‘제빵왕 김탁구’의 성공으로 일약 유명해진 수암골도 있다. ‘제빵왕 김탁구’는 시청률 50%를 넘긴 국민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지금도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외지 관광객들이 붐빈다. 드라마의 흥행으로 외지인들이 와서 레스토랑, 커피숍 등을 차리는 등 난개발이 걱정되지만 이는 다른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청주시는 지난해 12월 청주문화산업단지내 동부창고에 제빵왕 김탁구 전시·체험관을 열었다. 우암산 순환도로에서 이 곳까지도 멀지 않다.

한편 기자는 이 기사를 취재 중에 청주시가 삼일공원에서 국립청주박물관까지 이어지는 우암산 둘레길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시는 차량 전면통제나 일방통행 도로를 만들어 한쪽만 산책길로 조성하는 안 등 두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삼일공원에서 우암어린이회관까지 도로 8km는 걷기 좋은 코스다. 유관부서 협의는 마쳤다. 앞으로 시민의견 수렴, 공청회,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8월 안으로 결정지을 것이다. 계획대로 되면 야간에도 조명을 설치해 걸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계절 내내 시민들을 즐겁게 해주는 우암산 순환도로를 걷고 싶다. 이는 녹색도시 청주를 표방한 시가 시민들에게 해줄 수 있는 행복한 서비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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