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수급자도 14만원에 불과…폐지라도 주워야 겨우 용돈 써

구 법원 옆 작은 골목길로 들어가 한 음식점 옆 빈집에서 김영훈(가명·78)할아버지를 만났다. 15일, 일요일이었다. 김 할아버지는 이날도 나와 폐지를 줍고 있었다. 한 음식점의 도움으로 김 할아버지는 폐지를 수거해간다. 음식점이 폐지와 쓰레기들을 모아 옆 빈집에 쌓아놓으면 김 할아버지가 2~3일에 한번씩 가져가고 있다. 조건은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도 해주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쓰레기를 밖에 버리는 사람이 죄 짓는 거지, 줍는 사람이 죄를 짓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며 허리 숙여 청소를 계속했다.
몸이 아파 보름 정도 다녀가지 못한 빈집에는 쓰레기가 작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오전 10시쯤 집인 모충동에서 이곳으로 나와 쓰레기를 분류해 폐지를 수거하는 작업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음식점에서 ‘요기나 하시라’고 준 밥과 찌개에는 온기가 사라져 가고 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여덟 살 아래 부인과 4남매를 이루었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 자식교육도 길게 가르치지 못한 것이 원통하다고 할아버지는 전했다. “자식들 모두 일찍 여우살이시켰다”며 “다 숟가락 하나라도 덜기 위해서 그랬지”라며 쉼 없이 이어지던 말을 잠시 끊었다. 자식들 모두 청주 인근에 살지만 “형편이 안돼서 도움 준 게 없으니 손 벌릴 염치도 없다”는 것이 김 할아버지의 말이다.
할머니는 몸이 편치 않아 집안에만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할아버지도 건강이 신통치 않다. 무릎이 아파 일어날 때는 무엇에 지지해야만 일어날 수 있다. 폐지 줍는 일은 어느새 10년이 다 돼간다는 할아버지는 요새는 손수레 끌기도 힘에 부친다. 가능한 한 오르막길을 피하다 보니 폐지를 주을 수 있는 범위도 전보다 좁아졌다. 한 달에 한 두번 쉬고 일하던 때도 있지만 지금은 10일 이상 일을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장 보면 남는 것 없는 노령연금
리어카 한 가득 실어야 얻어지는 하루 폐지값은 많아야 1만원 선. 대개는 5000~6000원 수준이다. 폐지는 요즘 값으로 1kg에 140원 정도. 밖에 버린 가전제품을 주어다 주면 3000~4000원 정도 받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붙어 요즘에는 구하기 힘들다. 폐지수집 외에는 별 다른 수입은 없다. 자식이 있다 보니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선정도 기대할 수 없다. 매달 할아버지 내외가 정부와 지자체에서 받는 도움은 기초노령연금인 14만 5000원뿐이다. 이마저도 부부가 함께이다 보니 남들에 비해 많이 받는 수준이다. 김 할아버지는 “노령연금으로는 시장 몇 번 가면 남는 것이 없다”고 전했다. 김 할아버지는 오늘도 생활을 위해 손수레를 끈다.
청주시의 폐지 줍는 노인이 최소 338명이라는 통계결과가 나왔다. 결과에 따르면 폐지 줍는 노인들의 연령대는 70대 이상의 노인이 249명이며 103세 노인도 있었다. 이들이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워 버는 돈은 평균 4000원 선, 대개 유모차나 자전거를 운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 한 관계자는 이 결과를 보고 민간 복지대단과 협의 해 손수레라도 지원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지만 이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초점이 벗어나 있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 중 리어카가 없는 리어카를 지원하기보다는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그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대안이 기초노령연금이다. 기초노령연금은 국가 발전과 자녀 양육에 헌신해 온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과 재산이 기준 이하인 대상자들을 선정해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연금 제도이다. 하지만 지급되는 노령연금이 용돈수준에도 미치지 못 하는 수준이다.
대책 없이 늙어가는 충북
노령연금 선정 기준액은 근로소득은 개인별 40만원, 금융재산은 가구당 2천만원이며, 일반 재산의 경우 6천800만원(농어촌 기준)을 공제하여 단독가구는 월 소득 인정액 74만원 이하, 부부가구는 월 소득 인정액 118만4000원 이하이면 지원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단독 수급자의 경우 최고액이 9만1200원이며 부부의 경우 14만5900원에 불과하다.
충북에서 올해 지급될 노령연금은 1537억원이다. 재원은 지자체의 재정자주도에 따라 차등지원 되는데 국비 80%, 도비 4% 시,군이 16% 정도를 나눠 부담하고 있다. 수혜대상인 노인들은 15만1000명다. 이중 청주시가 가장 많은 3만4143명이며 청원이 1만5600여명으로 그 다음이었다. 기초노령연금법에 의하면 매년 5%씩 당연 증가하게 되어 있지만 이마저도 2008년 이후 동결돼 있는 상태이다.
지난 4일에는 민주노총 충북본부와 공공노조 사회연대여금지부, 호죽노동인권는 중앙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령연금의 확대와 연금을 인상할 것을 주장하며 현재와 같이 노령연금을 지자체와 국가에서 분담해 부담할 경우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사항을 고려해 볼 때 다른 복지예산을 잠식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며 이를 전액 국비로 지원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한편 충북지역 12시군 중 5개군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고 홀로 사는 노인 또한 21%애 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