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재단 이사진 선임관련 조사특위 발의···요건안돼 부결 ‘망신’
의안에 서명한 의원조차 부결, '이슈 만들고 보자'식 정치 이해안돼
김양희 한나라당 의원(비례대표)의 특위구성 대표발의에 서명한 사람은 강현삼 김종필 김봉회 임현(이상 한나라당), 김도경(민노당) 김재종(자유선진당) 의원 등 모두 6명이다. 전체 35명의 의원 중 대표발의자까지 합쳐 7명이 특위구성을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은 21명이나 한 사람도 동의하지 않았고, 정당이 없는 교육의원 4명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특위구성 요건조차 파악 안했나
특위에는 일반특위와 조사특위 두 가지가 있다. 일반특위는 한 개 상임위 범위를 넘어서는 복합적인 성격의 문제이거나 특정한 사안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경우, 조사특위는 위법 부당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구성할 수 있다. 그런데 특위를 만들려면 의원들은 발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일반특위는 의원 7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제출해야 하고, 조사특위는 재적의원 1/3의 서명을 받아 조사권발의를 먼저 해야 한다. 물론 둘 다 본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 청주시의회 예산조사특위가 조사특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는 게 도의회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명칭은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 및 이사선임과정 규명조사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이라는 조사특위 성격이면서 형식은 의원 7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은 일반특위로 제출했다. 일반특위 측면에서 볼 때 이 문제는 여러 상임위에 걸친 사항이 아니고 행정문화위에서 충분히 사실규명을 할 수 있고, 조사특위 측면에서 볼 때는 조사권발의가 안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본회의 석상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특위구성을 요구했고 다음 날 특위구성안을 제출했다. 더욱이 그는 대표발의자인 동시에 특위구성 여부를 판단하는 운영위원회 소속이면서 13일 이를 결정하는 회의에는 불참했다. 운영위는 이 날 회의 시간을 미루며 기다렸으나 행정문화위 일정 때문에 참석할 수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들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결국 이 날 의원들은 만장일치로 이 제안을 부결시켰다. 이 의안에 서명한 의원조차 부결에 동의하는 코메디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특위구성 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조차 파악하지 않고 일단 이슈를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진행된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도민들은 쓴 웃음을 지어야 했다.
지나친 침소봉대, 남은 건 무엇?
상식적으로 볼 때 일하는 의회는 특위도 많이 설치한다. 제7대 의회는 댐관련대책특위·신행정수도건설지원특위·신행정수도충청권이전대책특위·지방분권국가균형발전추진특위·호남고속철도오송분기역유치특위, 제8대는 댐관련대책특위·첨단의료복합단지유치특위를 구성했고 9대는 세종시정상추진및발전특위를 구성, 현재 가동 중에 있다. 이런 업무들은 국가사업인 동시에 충북도가 반드시 관심갖고 추진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잘못된 도정문제를 파헤치는 성격의 특위가 제7대 의회부터 현재까지 한 개도 없다는 점은 이해되지 않는다. 의회는 특위를 많이 만들어 도민들의 궁금한 점을 규명해야 하지만 문화재단 관련업무처럼 ‘함량미달’을 가지고 난리를 피우는 것은 도의회의 수준을 가늠하게 해주는 사건이외 아무 것도 아니다.
한편 충북문화재단 이사진 성향분석에 대한 시각차는 여전히 존재하나 이 일이 지나치게 침소봉대됐다는 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감하고 있다. 한 인사는 “문화계가 예총과 민예총이라는 대립구조 속에 있는데다 문화재단이 문화예술기금 배분권한을 가지고 있어 이사진 구성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이사진 구성을 하면서 성향분석은 할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이 인사자료인 셈인데 공개되자 여론이 들끓었던 것이다. 우리는 결과를 가지고 논해야 한다. 정당소속을 모두 제외하고 보수·진보인사 골고루 넣지 않았는가. 결과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모 씨는 “어떤 단체장이든 관계자들의 신원파악과 성향분석을 한다고 보지만 이를 어떤 식으로 하느냐가 관건이다. 분석을 하더라도 어떤 인재를 어디에 활용해 도정발전을 꾀할까 쪽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도민들의 대다수는 이 문제가 정치쟁점화될 정도의 비중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공무원의 문건관리 소홀을 질책하고 문화재단의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순수민간이사 보수쪽 더 많네
보수 10명, 진보 6명으로 분류
충북문화재단 이사는 모두 21명이다. 이 중 이시종 도지사는 이사장, 충북도 문화여성환경국장은 담당국장으로 당연직이다. 그외 옥천부군수(남부권) 진천부군수(중부권) 단양부군수(북부권)가 들어간다. 부군수 3명은 당연직이 아니고 도내 지역 부군수들이 돌아가면서 들어간다. 이들을 제외한 순수 민간인은 16명이다.
현재 가장 말이 많은 것이 이들의 성향에 관한 부분이다. 도지사가 민주당이라서 한나라당 성향 인사들을 배제하고 민주당 성향으로만 채웠다는 것이 한나라당충북도당의 주장인데, 오히려 진보적인 사람들은 보수성향이 많다고 불만이다. 민간인 중 예총 소속은 8명으로 전체의 38%, 민예총 소속은 5명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강태재 대표와 장현석 충북문화원협회장, 선진규 문화원 회원 등 3명은 중도로 분류된다. 충북도는 이들 3명이 예총과 민예총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중도파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현석·선진규 씨가 문화원 쪽 인사인 것을 감안하면 민예총보다는 예총 쪽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강 대표인데, 시민사회단체 대표로 민예총 관련 인사들과 함께 진보 쪽으로 분류한다고 해도 이 쪽은 6명에 불과하다. 반면 보수 쪽은 10명이나 된다. 문화재단 이사회에는 정당 관련인사가 모두 배제됐다. 이 때문에 보수냐 진보냐를 굳이 따진다면 예총이냐 민예총 계열이냐로 보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분석했을 때 한나라당충북도당의 특정정당 편향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도당은 19일 오후2시 도청 서문 앞에서 ‘이시종도지사 코드인사 규탄 궐기대회’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