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영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우리말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복잡한 문법에다 수많은 예외 때문이다. 여기에 발음과 표기가 혼동되는 말은 왜 그리 많은지. 어쩌랴, 실수 안 하려면 그때그때 사전을 찾아보며 외워둘 수밖에.

충북일보 9일자 4면 <충청권 내부 분란을 일으켜 공조를 흩뜨리려 하고 있다.>에서 ‘흩리려’는 ‘흩리려’로 바꿔도 맞는다. 이른바 유음동의어(類音同義語)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강세를 의미하는 접미사 ‘-리다’와 ‘-리다’는 둘 다 표준어로 인정된다. ‘깨~’, ‘망가~’ 등 찾아보면 그 예가 많다. 참고로 ‘흐트러지다’는 ‘흩트리다’에서 나온 말이겠지만 ‘흩트러지다’로 쓰지 않는데 유의해야 한다.

전에도 몇 차례 지적했지만 교통사고 기사 가운데 ‘치’와 ‘치’를 구분 못하는 경우가 여전하다. 이건 말하자면 발음은 유사하나 뜻이 다른 유음이의어(類音異義語)다. 전자는 ‘치다’가, 후자는 ‘치다’가 기본형이다.

즉 전자가 차로 뭔가를 들이받는 것(능동사)이라면, 후자는 차에 받히는 상황에 쓰는 말(피동사)이다. 피동접미사 ‘-이-’가 들어간 꼴이다. CJB 5월10일자 기사 2건 모두 ‘치여’를 써야 할 자리에 ‘치어’를 썼다. <화물차에 치어 숨지는 등 2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운전자 46살 차 모씨가 화물차에 치어 숨졌습니다.>

‘비치다’와 ‘비추다’를 혼동하는 사례가 더러 있다. ‘비치다’는 영상이 드러나 보인다는 뜻의 자동사로서 그렇게 보이도록 한다는 의미의 타동사인 ‘비추다’와 다르다. 충북일보 5월4일자 13면 <충북도와 보은군, 충북개발공사는 자신감을 내비다.>는 그래서 교정 대상이다. ‘비치다’에서 나온 ‘내비다’―타동사로 쓰이기도 한다―는 말은 있어도 ‘내비다’는 없는 말이다.

발음이 비슷하다보니 엉뚱한 낱말을 갖다 쓰는 일이 있다. KBS 5월9일자 <인터넷 직거래로 판매해 불황도 빗겨갔습니다.>에서 ‘빗겨-’는 ‘비껴-’도 아니고 ‘비켜-’로 고쳐져야 한다. 발음이 비슷한 ‘비키다’, ‘비끼다’, ‘빗기다’를 사전에서 찾아보길 권한다.

충청타임즈 5월9일자 5면 <청주공항 민영화 또다시 안갯속>이라는 제목의 기사 본문 <청주공항 민영화가 다시 안개 속에 빠져 들었다.>를 보자. ‘안갯속’과 ‘안개 속’이 같은 뜻으로 혼용됐다. 발음은 각각 [안개쏙/안갣쏙], [안개속]이어야겠지만 후자도 [-쏙]처럼 된소리를 내는 사람이 실제 많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맞는 표기일까. 여기서는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는 상황을 뜻한다고 볼 때 ‘안갯속’이 맞는다고 볼 수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이 그 근거다. 이처럼 비유적 상황에 쓰는 말로 풀이돼 있다. 그렇다면 ‘안개 속’처럼 띄어 쓴 경우는? 실제 안개가 낀 물리적 환경이라 상정해 볼 수 있겠다. 어떤 사전엔 ‘머릿속’은 표제어로 다뤄도 ‘안갯속’은 올리지 않고 있어 갸우뚱해지긴 하지만. 그러나 이젠 의미 구분 없이 ‘안갯속’으로 통일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된다.

<2020년 전 구간이 개통되면 자동차 전용도로가 청주외을 삥 두르게 된다.>(충북일보 4월26일자 2면)에서 ‘외각’(→외곽)이 잘못됐다.

이밖에 <귀걸이/귀고리, 쇠고기/소고기, 헛갈리다/헷갈리다, 고가/꼬까, 고린내/코린내>는 유음동의어라 볼 수 있고 <목걸이/목거리, 판잣집/판자집, 갈음/가름, 놀음/노름, 아름/알음/앎, 얼음/어름> 등은 뜻을 가려 써야 할 유음이의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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