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앞에서 짝짜꿍~’ 작곡가 ‘정순철 평전’ 발간

지난 겨우내내 연락 두절이던 도종환 시인이 5월이 되자 불쑥 책 한 권을 들고 나타났다. ‘정순철 평전’. 충북도·옥천군·정순철기념사업회가 발간한 이 책은 음악가 정순철의 삶과 예술을 파헤친 역작이다. 우리는 정순철을 모른다. 그러나 ‘엄마 앞에서 짝짜꿍~’이라는 ‘짝짜꿍’과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하는 ‘졸업식노래’는 안다. 이런 음악가가 1901년 옥천군 청산면에서 태어났다는 사실과 아직 빛도 보지 못한 노래가 많다는 사실을 이번에 도 시인이 알려줬다.

시인은 “박사논문을 쓰는 동안 오장환시인의 동시와 관련된 자료를 찾기 위해 동요동시문학사와 ‘어린이잡지’를 뒤적이다 정순철을 알게 됐다. 이 분의 노래를 그렇게 많이 불렀으면서 이름을 정확하게 가르쳐 준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정순철은 6·25전쟁 때 납북돼 잊혀졌다. 지난 1년 동안 고향으로, 도서관으로, 음악공부를 했던 일본으로 돌아다니며 그의 흔적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는 정순철과 어머니 최윤과 동학혁명, 동경음악학교 시절과 색동회, 방정환과 펼친 어린이운동, 졸업식노래에 얽힌 이야기, 납북 등의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을 밝혀냈다. 또 수십편에 달하는 정순철 작곡의 노래들도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피아노치는 정순철

정순철은 동학2세 교조인 최시형의 외손자다. 보통학교를 다니던 그는 옥천역에서 화물차를 몰래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이후 최시형의 가족들을 위해 손병희 선생이 마련해준 가회동 집에서 살았다. 그런데 소파 방정환이 손병희의 딸과 결혼하면서 가회동 집에서 같이 살게 된다. 정순철과 방정환의 운영적 만남이후 둘은 천도교소년회를 조직했다. 도 시인은 “천도교소년회는 지덕체를 겸비한 쾌활한 소년 양성을 목적으로 창립됐다. 이 운동은 우리나라 처음으로 시작된 어린이문화운동과 인권운동이다. 사람을 한울처럼 섬겨야 한다면 어린이도 한울처럼 섬겨야 한다는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후에 어린이 운동단체인 ‘색동회’를 만들고, 윤극영과 함께 ‘어린이’잡지에 어린이들이 부를 동요를 작곡해서 발표, 보급하는 일에 앞장선다. 정순철은 ‘반달’의 윤극영, ‘오빠생각’의 박태준, ‘봉선화’의 홍난파와 함께 1920~30년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요작곡가로 불렸다. 이후 정순철은 동덕여고·무학여고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도 시인은 “전쟁과 분단의 비극이 아니었다면 정순철은 사랑받는 작곡가로 우리곁에 있었을 것이다. 어린이운동의 선구자이면서 훌륭한 음악인이며 교사였지만 그는 비극적 운명을 살다갔다”고 말했다. 시인의 노력으로 우리는 한 사람의 음악가를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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