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력·예산낭비 뻔한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마저도?
대구·오송 첨복단지 선정 뒤 ‘하루도 마음 편한 날 없어’

정부는 첨단의료복합단지 분산배치에 이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마저 쪼개주려는 음모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둘 다 특정분야의 집적화를 통해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고안된 정책들이다. 누가 뭐래도 첨복단지의 최적지는 오송이고, 과학벨트의 최적지는 세종시다.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첨복단지 선정을 앞두고 오송이냐 대구냐를 놓고 고민하던 MB정부는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양쪽에 찢어 주었다. 그것도 대구 신서지구를 1위, 오송을 2위로 뽑았다.

이제는 과학벨트의 분산배치가 문제다. 대선당시 충청권 공약으로 과학벨트를 내놓은데다 충청권 민심이 흉흉하지만,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을 챙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충북은 묘하게도 이번에도 대구·경북과 경쟁해야 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지난 2009년 8월 선정된 오송 첨복단지를 볼 때 분산배치는 행정력과 예산낭비를 불러온다. 이런 문제점들이 벌써 여기저기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본지는 과학벨트 분산배치 음모에 대해 ‘두 번 다시 당할 수 없다’며 분노의 함성소리가 높은 이 때, 첨복단지 분산배치 문제점들을 짚어보았다. 아울러 첨복단지를 내로라하는 보건의료단지로 키우기 위해서는 오송바이오밸리를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송바이오밸리의 진행상황과 앞으로의 과제 등도 취재했다.

국가사업의 분산배치는 문제가 많다. 예산과 행정력이 예상보다 많이 들고, 특정분야의 집적화로 최대효과를 거두고자 하는 취지에도 어긋난다. 사진은 과학벨트 분산배치반대 충북도민궐기대회.

충북 오송은 지난 2009년 8월 첨복단지로 선정되면서부터 숙명적으로 대구·경북과 경쟁해야 한다. 선정되기 전부터 가장 신경쓰이는 지역이 이 곳 이었으나 되고 보니 ‘산넘어 산’이다. 경쟁분야는 첨복단지와 관련된 예산·인력·기관 등 크고 작은 소프트웨어에 관한 사항 모두 해당된다. 더욱이 충북은 정부를 움직일만한 든든한 정치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세가 강한 것도 아니어서 ‘혹시 대구한테 뺏기는 게 아닌가’ 늘 긴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첨복단지를 두 개 지역에 분산배치 하면서 사업비 전체가 축소됐고 규모도 작아졌다. 반면 국비가 줄어들면서 우리도에서 부담해야 하는 지방비는 늘었다. 정부가 양 지역에 주는 예산을 보면 그리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충북이 대구와 더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차등지원하면 우리가 바로 불만을 제기하니까 비슷하게 주고 있다”면서 “정부가 오송만 선정했다면 이 정도로 긴장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오송 첨복단지를 세계적인 보건의료단지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다보니 국내지역끼리 경쟁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털어놓았다.

국비, 대구가 300여 억원 더 받아
현재 대구·경북첨복단지는 합성신약과 IT기반 의료기기, 오송은 바이오신약과 BT기반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완공목표는 오는 2013년이고, 양 지역 모두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을 설립했다. 정부가 그간 대구·경북지역에 투자한 예산은 472억원, 오송은 426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2013년까지 투자할 예산은 대구·경북이 2325억원, 오송이 2058억원이다. 이것만 볼 때 대구는 오송보다 313억원 더 많은 국비를 가져간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대구는 오송보다 건축연면적이 10% 정도 더 넓고, 장비도입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 대구와 오송의 특성이 달라 두 지역에 들어가는 장비도 다르다. 그리고 임상시험신약생산센터가 대구는 6600제곱미터, 오송은 3300제곱미터로 두 배 차이가 난다. 이런 점에서 오송 예산이 더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충북도에서 이 정도 예산을 오송에 투입하는 것도 대구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뤄지는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첨복단지 업무는 국가사업이기 때문에 중앙부처에서 예산을 편성하나, 충북도와 대구광역시는 복지부 첨복단지조성사업단에 사무관을 한 명씩 파견해서 일을 챙기고 있다. 그러면서도 충북은 늘 손해본다는 피해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방비 면에서는 대구·경북이 월등히 많다. 현재까지는 오송에 354억원, 대구에 100억원이 들어갔으나 앞으로는 오송에 415억원, 대구에 1479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대구가 오송보다 인프라가 부족해 많은 예산이 들어가야 하는 것은 사실이나 여기에는 재정형편도 작용했다는 게 충북도 설명이다. 충북은 예산이 적다보니 대구처럼 많은 돈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대구 신서지구는 첨복단지로 선정된지 2년이 다 돼가는데 현재 아무런 시설도 들어서지 않았다. 허허벌판인 상태다. 사진은 대구 신서지구.

“오송에 오기로 돼있는데 강탈”
또 두 지역은 국가주도 연구지원시설을 유치할 때도 상당한 신경전을 치러야 한다. 정부는 인체자원중앙은행·국립노화연구원·고위험병원체 특수복합시설·줄기세포재생연구센터·의과학지식센터 등 5개 시설을 오송에 건립하겠다고 발표하고 부지마저 마련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 중 세 개 기관은 오송건립이 확정돼 설계중이나 줄기세포재생연구센터와 국립노화연구원은 어정쩡하게 대구와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시종 지사는 지난 3월 첨단의료복합단지위원회(위원장 김황식 총리)에 두 기관의 오송 조기건립 등을 건의했다. 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오송에 오기로 돼있는 것을 대구에서 강탈하려고 하고 있다.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면서 분개했다. 이어 두 지역은 국립암센터 분원 유치 경쟁에도 뛰어든 상태다.

대구는 경제자유구역과 혁신도시, 첨복단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분야는 첨복단지 뿐이다. 그럼에도 ‘메디시티 대구’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첨단의료복합중심도시, 대구가 앞장서겠습니다’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첨복단지가 들어서는 대구 신서지구는 현재 허허벌판이다. 첨복단지로 선정된지 2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 아무런 시설도 들어서지 않았다. 부족한 인프라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충북도의 관계 공무원은 “대구에 가 보았지만 아무 것도 없다. LH공사가 세운 대구혁신도시사업단 건물만이 덩그러니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충북 오송은 바이오밸리라는 큰 그림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밸리는 충분한 고민과 치밀한 계획속에 차근차근 진행돼야 한다. 첨복단지가 성공해야 바이오밸리도 성공하는 것이다. 현재는 대구보다 우세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만할 일도 아니다. 민선5기를 넘어 후대에서도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가며 키워야 바이오산업이 충북의 대표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게 관계전문가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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