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논란, 다음달 4일 임시주총이 분수령
정국교 경영 복귀, 안현민·이영일 힘 실어주나
정국교 전 국회의원이 대표로 있던 컴퓨터 HDD 및 주변기기 전문 생산업체 에이치앤티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경영 복귀를 선언했던 정국교 전 에이치앤티 대표는 지난달 29일 열린 주총에서 스스로 주주제안을 철회함으로써 경영 복귀가 무산됐지만 정 전 대표가 경영권을 포기했다기보다는 힘겨루기에서 밀려난 양상이라는 점에서 향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현 경영진인 조서현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3명에 대한 연임 안건이 통과되며 현 경영진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곧바로 정 전대표의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이영일 씨를 포함한 2명이 정기주주총회의 효력과 집행을 정지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경영권 탐내는 투웨이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최대주주였던 정 전 대표가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주가조작과 관련된 지난해 11월 진행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총 303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판결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749명의 소액주주들이 “주가조작으로 인한 피해를 배상하라”며 정 전 대표와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에이치앤티도 손해배상금액 절반을 연대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로 정 전 대표는 213억원을, 에이치앤티는 90억원을 배상해야 했다.
정 전 대표는 손해배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영일 씨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에이치앤티 주식 517만주를 담보로 70억원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M&A전문사인 투웨이 대표 안현민 씨에게 에이치앤티 최대주주인 에이치앤티이엔지의 주식 66.7%를 57억원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안 씨가 에이치앤티이엔지의 최대주주가 됐지만 정작 회사가 보유한 에이치앤티 주식이 담보로 잡혀 있어 에이치앤티 경영권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현재 안 씨는 경영권 쟁취를 위해 이영일 씨로부터 주식매수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에이치앤티 경영진은 주식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다 최대주주라고 주장하는 안 씨에 대해 최대주주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에이치앤티는 지난 6일 “최대주주가 기존 에이치앤티이엔지(597만주·지분율 37.04%)에서 안현민 외 2명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하면서도 “이는 5일 안현민이 제출한 주식 등의 대향보유상황보고서에 안현민 405만주, 에이치엔티이엔지 129만여주, 이영일 50만주 등 기재된 내용을 참고한 것”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에이치앤티는 또 “기재주식 중 에이치앤티이엔지의 80여만주를 제외한 주식은 지난해 말 기준일 이전에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주권이 반환된 후 재예탁되지 않아 실질주주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이고, 현재 이해관계자간 소송으로 다투고 있는 상황이므로 안현민 등을 최대주주로 확인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에이치앤티의 입장은 주식실물을 확인할 수 없어 에이치앤티이엔지의 주식을 넘겨받았다는 안 씨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에이치앤티 관계자는 “안현민 씨를 비롯해 이영일 씨 등 그동안 자신이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주식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회사 입장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말만 믿고 최대주주로 인정할 수 없는데다 이 같은 문제로 경영까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돼 휘둘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권을 확보하려던 안 씨는 지난 주총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자 지난 5일 이영일 씨로부터 에이치앤티 주식 405만주를 확보했다고 공시하며, 최대주주임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 29일 주총에서 현 경영진의 연임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정 전 대표와 정 전 대표로부터 주식을 양도받았다는 안 씨, 그리고 현 경영진의 갈등은 다음달 4일 열릴 임시주총에서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안 씨와 이 씨는 에이치앤티를 상대로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청주지법에 제기한 상태다.
이와 관계돼 에이치앤티도 공시를 통해 다음달 4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기존 정관변경 외에 현 대표이사·이사ㆍ감사ㆍ사외이사 해임과 이들에 대한 후임 선임에 대한 건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결국 임시주총에서 안 씨가 주장하는 대로 실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최대주주로써 경영권을 획득하고 경영 일선에 나설지 제3자를 내세울 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 전 대표가 경영 일선 복귀 가능성 여부도 안 씨와 정 전 대표간 관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주총 직후 정 전 대표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에이치앤티 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사퇴서를 이미 지난달에 투웨이 측에 전달해 놨던 상황”이라며 “투웨이 측에서 ‘일단 후보직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해 안건에 올렸을 뿐이기 때문에 내가 경영권 분쟁의 주요 관련자로 언급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주주총회 직전 본인의 이사 선임에 대한 주주제안을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일각에서는 ‘작전상 후퇴’로 풀이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 주총에서는 이 씨가 가지고 있는 80만주에 대한 권리만 행사할 수 있는 상태라는 점에서 힘겨루기를 통한 회사 복귀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안 씨와 이씨가 연대하고 최대주주라는 것을 증명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