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 낡은 것은 다 부수고 최신식으로만 달려가던 우리의 개발연대에 비해,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나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용도 폐기되거나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새로운 용도로 재활용하여 성공한 사례가 많습니다.
우리 고장에서는 요즘에야 그런 바람이 불고 있는 듯합니다.
민선5기 이시종 도지사는 관사 개방을 공약했고, 취임 후 이 약속을 이행했습니다. 관사 개방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도지사관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초점이 모아진 끝에 '충북역사문학관'으로 낙착된 것으로 알렸습니다.
충북발전연구원에게 용역을 주어 그 결과를 가지고 여러 차례 논의를 거듭했고, 각계의 의견을 청취한 끝에 나온 결론이어서 기대를 갖게 합니다. 당초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것을 약속한 것이었던 만큼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관사가 갖고 있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함께 살려 역사·문화 공간으로 유연하게 틀을 잡은 것이지요.
문제는 운영의 묘입니다. 도민 모두의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여 도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도록 문화기획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야 할 것입니다.
한편, 옛 청주연초제조창을 청주시가 모두 인수하게 된 것도 지역 문화계의 숙원이 또 하나 이뤄진 것입니다.
그동안에는 연초제조창 뒤편 일부만 리모델링하여 청주시문화산업지원센터로 사용해 왔는데, 제조창 전체를 인수함으로써 활용도를 높이게 됐습니다.
특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안정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습니다.
나아가 공예 공방과 상설 전시 판매 공간으로 활용하며, 국제공예견본시와 같은 공예산업 교류의 장으로서 활용함으로써 당초 공예비엔날레 출범 때 겨냥했던 '공예도시 청주'의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잘된 일입니다.
반면에 사직동 옛 국정원 부지에 조성하려 했던 시립미술관 건립 무산은 안 된 일이지만, 거기에서도 얻어야 할 교훈은 있습니다. 예술계는 물론 시민들의 폭넓은 의견수렴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면 새로운 방향이 보일 것입니다.
최근 옛 청주KBS 건물에 '아트파크'를 조성하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청주민예총과 지역 미술계는, 이 건물을 미술 관련 전시 창작 판매가 이루어지는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청주시에 제출했습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KBS 건물에 갤러리 5개, 작가스튜디오 13개를 갖추고 주변에 산책로를 조성해 인근의 충렬탑과 충청북도중앙도서관을 잇는 공원으로 조성하자는 것이죠. 건물을 리모델링해 미술전시공간과 작가들의 작업실 외에도 KBS공개홀을 소규모 공연장과 연습실로 사용토록 하고, 게스트하우스를 갖춰 미술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장르와 함께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자는 제안입니다.
필자가 늘 부럽게 생각하는 일본 가나자와시의 '시민예술촌'처럼 전문예술인 외에 아마추어 일반시민에게도 개방하는 공간이 되면 더 좋겠습니다.
나아가 아직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옛 법원·검찰청 건물과 부지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식의 접근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해당 기관에 무엇을 해 달라기보다 지자체에서 아예 인수하여 지역민의 뜻에 맞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