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청천면에 아내를 위해 예쁜 집 지은 배우 유순웅
“시골생활하니 책보고 산책하고 삶이 건강해져 좋다”
“내 스타일은 아닌데, 일단 와보라” 다행히 이 말 한마디로 그의 집을 비켜가지 않았다. 안 그랬으면 아마 지나쳤을 것이다. 괴산군 청천면 고성리 한적한 마을에는 연극인 유순웅(48) 씨의 집이 있다. 연극 ‘염쟁이 유씨’로 많은 팬들을 울고 웃겼던 그 유 씨 말이다. 그런데 이 집이 얼마나 예쁜지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것 같다. 평소 이미지도 그렇고, 연극을 봐서라도 어쩐지 그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다. 아마 뭔가 사연이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황토집이나 한옥을 상상하고 그냥 지나친다는 게 집 주인 말이고 보면 이런 의심을 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닌 듯 싶다.

집이라고는 네 가구 있는 곳, 어디를 봐도 탁 트여 유 씨 집은 멀리서도 보였다. 온통 흰색 벽에 붉은 색 기와가 돋보였다. 겨우내 얼었던 땅도 녹고 따스한 햇빛이 대지를 밝게 비치는 날, 흰색처럼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없다. 이 집이 그랬다. 포인트라면 2층 창문쪽의 연두색 장식과 사이 사이 매단 예쁜 등. 마치 레스토랑 아니면 커피숍 같다. “이 집은 우리 집 사람 취향이다. 시골생활 하려면 불편한 것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여자들에게는 어려운 게 많다. 아내가 시골에 정 붙이고 살도록 유럽풍으로 예쁘게 지었다. 내부구조도 보편적인 집과는 다르다. 아내가 설거지하면서 창문으로 전망을 바라보고 싶다고 해서 주방을 남쪽으로 배치했다.”
이제 궁금증이 풀렸다. 아내를 위한, 아내가 좋아하는 집 모양이라는 것이다. 유 씨의 집은 청주에서 상당산성-미원-청천쪽으로 가면 40분만에 도착한다. 고향이 청원군 옥산면인지라 청원군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으나 보다 저렴한 땅을 찾다보니 괴산까지 오게 됐다는 것. 유 씨는 지난 2009년 7월 이 집을 완공했다. 아들이 마침 고3이라서 별장처럼 쓰다 지난해 2월 이사했다. 대지는 660제곱미터에 건평 132제곱미터, 밭이 4620제곱미터다.
“도시생활 지치면 오라”···손님방 따로 

시골생활을 꿈꾸다 나온 뒤 가장 좋은 것은 삶이 건강해졌다는 것이다. “청주 아파트에서 살 때는 재미
유순웅 씨는 누구?
연극무대 20여년 지켜온 배우···‘염쟁이 유씨’로 '전국적 스타' 
지난 2004년 5월 ‘연극창고 새벽’이라는 청주의 한 소극장에서 시작된 이 연극은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1인 15역이라는 힘든 과정을 신들린 듯 소화해 낸 그는 사는 게 무엇이고, 죽는 게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본사가 지난 2008년 10월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 2009년 3월 청주시민회관·관음사·충북대 등에서 주최한 공연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유 씨는 영화에도 출연했다. 김동주 감독의 ‘빗자루, 금붕어 되다’에 이어 최근에는 손영성 감독의 ‘의뢰인’에 출연했다. ‘요즘에는 단편영화 출연을 준비 중에 있다.
그러나 유 씨는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배우가 아니다. 한신대 재학시절부터 연극반 활동을 했고, 졸업후에도 줄곧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었다. 우리춤연구회, 열림터, 예술공장 두레를 거치면서 20여년 동안 무명의 세월을 견뎠다. 이 긴 시간 동안 무대를 지켰기 때문에 ‘염쟁이 유씨’를 통해 농익은 연기를 발산할 수 있었던 것. 연극배우로 사는 게 재미있느냐고 묻자 그는 “연극 자체는 재미있다. 창작이라는 산고 때문에 어렵지 연극배우는 할 만한 일이다. 사람들은 돈 못 벌면 ‘힘들지 않느냐’고 하지만 연극은 즐겁다”며 밝게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