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영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우리말에서 가장 어려운 게 띄어쓰기라면 그 다음은 아마 사이시옷이 아닐까 한다. 사실 띄어쓰기는 그 원칙이 있긴 하지만, 개별 단어를 놓고 보면 꾸준히 진화 중이어서 딱히 못 박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즉 어떤 낱말은 사용 빈도 증가와 더불어 이미 한 단어로 인정받았는가 하면, 같은 구조의 다른 것은 사전의 표제어에 오를 만큼 아직 공인을 못 받고 있다. 담뱃값과 곗돈은 한 단어지만 배춧값과 회삿돈은 아니다. 이들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르지 못해 두 단어(배추 값, 회사 돈)로 취급되는 게 맞지만 논란이 없을 수 없다.

여기서 살펴볼 것은 사이시옷. 두 단어라면 사잇소리 현상(경음화,ㄴ첨가)이 일어나더라도 이를 쓸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한 단어로 취급된다면 마땅히 사이시옷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게 늘 논란거리다. 사람에 따라 인식과 발음이 다른 데다 그 의미와 원리를 똑 부러지게 설명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인사하는 말과 존대하는 말의 맞는 표기는 각각 ‘인말’과 ‘존말’이다. 또 예사로운 일과 농사짓는 일은 각각 ‘예일’과 ‘농일’이어서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혼말, 장비, 날짓 따위는 모두 틀리고 혼말, 장비, 날짓이 맞는 표기다.

여기에 수물, 노말, 장빛, 보빛 등은 그래도 덜 낯선 편이나 등길, 만국, 시래국, 무지빛, 우빛, 생맥집, 극값, 최값, 하굿둑 같은 것은 과연 옳은 표기인지 갸우뚱해진다—모두 한 단어다. 이런 식이면 성묫길이나 휴갓길도 안 될 것 없을 것 같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엔 이것들이 아직 못 올라갔다. 그렇다면 [성묟길], [휴갇낄]로 소리 나도 ‘성묘 길’, ‘휴가 길’로 띄어야 하는 것이다.

또 한글맞춤법은 한자어로 된 2음절어의 경우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 등 6개에만 사이시옷을 인정한다. 따라서 경음화가 난다 해서 과, 가, 점, 점으로 쓰면 안 된다. 우리말과 한자말이 결합할 때 이렇듯 원칙이 허술하니 사이시옷 존부는 그때그때 사전을 찾아 외우는 게 상책이랄 수밖에 없다.
<이 씨는 지난해 5월까지 모두 4억7백여 만 원의 회돈을 본인과 가족계좌로 빼돌렸습니다.>(MBC 3월24일자), <도내 가금류 사육농가가 AI 비발생 지역이라는 점을 살려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청주노컷 3월28일자)는 그래서 틀렸다.

MBC 3월26일자 <수달이 먹이를 찾는 하천 안에서는 낚시꾼들이 남기고 간 어망과 낚시줄이 널려있고~>를 보자. 낚시꾼은 맞고 낚시줄(→낚싯줄)은 틀렸다. 된소리가 나더라도 된소리나 거센소리가 다음에 오면 사이시옷을 안 쓴다.(맞춤법 항) 뒤풀이, 뒤꼍이 그 예다.

사이시옷의 존부를 모르니 한 단어를 두 단어로 쓴 사례도 많다. <충북도의 홍보는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우스 소리와 상통한다.>(충청매일 3월29일자 2면)에서 ‘우스개’와 ‘소리’는 독립된 명사로 쓰이기 때문에 띄어 써도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사전에는 ‘우스갯소리’가 한 단어로 올라 있다. 비슷한 예로 눈치 밥→눈밥, 비 속→속, 안개 속→안속 등이 있다. ‘안갯속’의 경우 어떤 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은 예측불허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어엿이 풀이해놓고 있다.

이런 실수도 있다. <주민들은 옛부터 크기와 당도가 뛰어나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감고을’의 명성을 되찾고~>(중부매일 3월24일자 11면)에서 ‘옛’은 사이시옷이 붙은 꼴이 아니고 그저 관형사다. 따라서 조사 ‘부터’가 붙을 수 없고, ‘예부터’가 옳은 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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