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서품 받은 명동성당서 18일 축하의식
28년 봉직한 청주교구 신도들 영적 선물 전달

이날 행사에는 사제 300여명, 신자 2000여명 등이 참석해 정 추기경의 사제서품 50주년 ‘금경축(金慶祝)’을 축하하고 1998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교구장으로서 살아온 정 추기경의 50년 사제생활의 의미를 되새겼다.
정 추기경은 “인생의 뜻을 찾아 헤매던 철부지를 주님께서는 제자로 부르시어 존엄한 사제직에 올려 주셨다. 지난 50년을 생각하면 보잘 것 없는 저에게 과분한 은총을 주셨음에 감격할 뿐이다”라고 회고했다.
정 추기경은 또 “성직자는 자기 자신의 인생 뿐 아니라 많은 사람의 구원을 도와주는 사명을 받은 사람”이라면서 “주님께서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많은 사람의 구원을 도와주려면 ‘자기 자신과 가족을 버리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하셨고, 저도 사제가 되면서 그 말씀에 ‘네’하고 대답하고 따라나섰다”고 밝혔다.
정 추기경은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그 말씀을 따르는 시늉만 했지 마음속으로는 미련이 남아 있어서 온 정성을 다해 따르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면서 산다. 그런데도 주님은 늘 저의 부족함을 채워주시는 은총을 주셨다”라고 감사해했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아울러 “지난 50년 동안 과분한 은혜를 넘치도록 베풀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한다. 부족한 점이 많은 저를 받아주신 교구 성직자와 수도자, 교형자매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지니면서 살았다. 저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고, 기도와 협조를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사랑의 빚을 갚을 길이 없다”라며 “50년 전 오늘, 감히 과분한 사제품을 받고서 감격에 넘쳤을 때의 각오를 명심하며 평생을 마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소망했다.
정 추기경은 “지난 금요일 큰 재난을 당한 일본국민들에게 하루 속히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하느님께서 위로와 희망을 주시기를 기도한다”며 재난을 겪고 있는 일본인들을 위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금경축 미사에 이은 축하식에서는 올해 사제품을 받은 사제들이 화환, 서울대교구 사무처장인 안병철 신부가 추기경의 50년 사제생활 발자취를 담은 화보집, 서울대교구와 청주교구 신자들이 영적 예물을 정 추기경에게 전달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축하 메시지에서 “그대에 대한 사랑의 표징과 온갖 선에 대한 확실한 보증으로 그대와 서울대교구, 평양교구의 사랑하는 모든 신자들과 사제들에게 사도적 축복을 내린다”라고 축하했다. 정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직하고 있다.
교황청 인류 복음화성 장관인 이반 디아스 추기경, 주한 교황 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등 교계 인사와 이명박 대통령,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최홍준 회장, 신학교 동창사제인 광주대교구 최창무 대주교 등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박인주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이 대독했다.
39세 최연소 주교로 청주교구장 부임
28년 재임 중 신도 13만으로 늘리는 등 기반 다져
진보성향 포진한 지역교계에서는 일부 비판 시각도

그러나 정 추기경의 고향이 충북은 아니다. 1931년 12월 서울에서 태어나 1950년 중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화공과에 입학했으나 중도에 공학도의 길을 접고 가톨릭대 신학부에 입학해 1961년 졸업했다. 1970년 로마 우르바노대 대학원에서 교회법 석사학위를 취득해 대표적인 교회법 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정 추기경이 추기경의 자리에 오른 것은 2006년 2월22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공식 임명했다. 이로써 한국천주교는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서임된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복수 추기경 시대를 열었다.
정 추기경은 청주교구장 재직 당시 온화한 인품과 쉬운 강론으로 신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으며, 28년 동안 천주교 신자 수가 13만명으로 늘어나면서 청주교구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 또한 내려졌다.
어머니 묘소도 음성 꽃동네에
정 추기경은 지난 1998년 서울대교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음성 꽃동네에 홀어머니의 묘소를 모실 정도로 충북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정 추기경의 어머니 이복순 루시아는 1996년 임종 당시 전 재산과 안구를 꽃동네에 기탁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정 추기경은 2006년 6월7일 어머니의 10주기 기일을 맞아 꽃동네에서 직접 추모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추기경에 대한 지역 교계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정 추기경은 정치성향에 괘념치 않는 신도들에게 있어서는 온화한 미소를 지닌 영원한 교구장이다. 그러나 신성국(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前 공동대표·現 캐나다 거주), 김인국(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총무·금천동성당 주임신부), 곽동철(충북참여연대 공동대표·수동성당 주임신부) 신부 등 진보성향의 사제들이 포진했던 지역교계 풍토 상 때때로 민감한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곽동철 신부는 지난해 12월8일 정 추기경이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같은 달 13일 전국의 원로사제 24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정 추기경이 주교회의의 결정을 왜곡했다”며 퇴진을 권고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