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에 한권 읽기, 풀꿈강좌, 공룡 등 인문학 모임 늘어나
1년 목록 정해놓고 읽고, 발제 통해 자체 기록도 충실하게
지금은 수유너머에서 연구자로 있으면서 일주일 내내 그곳에서 오롯이 공부하고 토론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그의 다음 인생목표는 인문학 강사다. “지금은 니체, 스피노자 등 서양철학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 인문학이 가져다 준 변화요? 제 삶을 흔들어놓았죠. 무엇보다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생겼어요.”
상품이 된 인문학
지역에서도 인문학을 공부하는 모임들이 최근 많이 생겨났다. ‘책과 글’을 운영하는 윤이주 소설가·소종민 평론가 부부는 2000년 청주에 내려오면서 독서 모임을 꾸준히 만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모임이 몇 번 깨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멤버들과 인문학 서적을 읽어 내려간다. 수동에 위치했던 ‘책과 글’은 재개발로 문의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금은 성안길 내 예전 극단 새벽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올해는 ‘보름에 한권 읽기’타이틀로 사회, 경제, 과학, 예술을 넘나드는 책 목록을 작성했다.
소종민 문학평론가는 “인문학 자체가 상품인 시대에요. ‘CEO인문학’, 정치인문학 등이 등장했으니까요. CEO인문학은 부드러운 마인드로 직원들을 옭아맬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일종의 실용서예요. 인문학을 통해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이나 노동자지주회사를 이야기하지는 않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책을 읽으면서 요즘 드는 생각은 정치, 철학도 중요하지만 사회과학분야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죠. 경제쪽에서는 장하준의 책을 정치분야에서는 조르즈아감벤의 <호모사케르>를 추천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책과 글’이 벌인 인문학 공부 모임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변화는 무엇일까. 우연찮게도 작가 지망생들은 첫 시집과 소설집을 손에 안을 수 있었다. 또 공공미술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감연희 씨는 “인문학 공부를 통해 미술이 사회적으로 환원돼야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라고 말했다.
대안적인 삶 모색도

사실 ‘공룡’또한 ‘공부해서 용돼자’라는 뜻. 공간이 자리를 잡자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서양미술사는 ‘곰브리치’의 책을 중심으로 진행했고, 라울 바네겜이 지은 <일상생활의 혁명>을 기본 텍스트로 청년세대 ‘악(惡)’하자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젊은 세대들과 함께 젊다는 것과 일상을 이야기하는 책읽기 모임이다. 교과서로 보는 한국사여행, 공동체 미디어, 영화보기 모임 등도 진행했다.
공룡에서 벌이는 인문학 강좌에 참여하는 이들은 아직 소수다. 2005년 사직동 공부방에서 만난 아이들이 성장해서 청년이 됐고, 이들과 다시 만나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공룡의 활동가인 이혜린 씨는 “활동가들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함께 공부하는 자리가 중요했어요. 마을공동체를 인문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려면 무엇보다 공부가 필요하잖아요”라고 말했다. 하우스 맥주를 만들어 마시고, 같이 밥을 먹고 농사도 지으면서 자립을 고민하는 공룡에겐 공부 또한 즐거운 놀이다. 공룡은 생활도서관 ‘모르페우스’를 꿈꾼다. 책을 기증받고 있으며 주민들에게 도서관을 개방하고 있다.
히트 친 풀꿈강좌

풀꿈강좌는 청주충북환경연합이 회원들을 위한 ‘서비스’차원에서 기획했는데, 반응이 좋아 청주시도 강사비 지원을 해줬다. 매월 둘째주 화요일 상당도서관에서 열린 강좌는 환경을 매개로 역사, 철학, 생물학 등 폭넓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올해 4월부터 풀꿈강좌 시즌 2를 준비 중이다. 염우 청주충북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지역에서 대표적인 환경강좌로 자리매김할수 있도록 올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여와 개방성을 높일 계획이에요”라고 말했다.
또한 청주충북환경연합에는 오래된 독서모임 ‘책 읽는 사랑방’이 있다. 2002년부터 매주 한권 씩 읽기도 했고, 요즘에는 매월 첫째 주 수요일 저녁에 정기모임을 하고 있다.

이밖에 시청 공무원들도 독서모임을 조직했다. 5수레의 책을 읽는다는 ‘오거서(五車書)’가 모임의 이름이다. 신동오 녹색수도추진단장을 비롯한 박철완 산미분장동장 등 10명의 공무원들이 참여한다. 지난해 4월부터 한 달에 2번 상당도서관에서 모여 책을 읽고 있다. 신동오 단장은 “시청에 독서모임이 없다는 얘기가 있어 만들게 됐는데 열기가 뜨겁다. 퇴근 후 모여서 책 읽고 같이 밥 먹는 소소한 자리인데 늘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