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 분리 골자 농협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
내년 3월, 지주회사 개편…지역농협은 영향 없어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돼 왔던 농협중앙회의 신용·경제부문 분리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6일 신경분리를 주요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농협 신경분리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체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돼 왔다.

18년만의 결과에 대해 농협 구성원들은 대체로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며, 이후 변화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농민들은 개정안이 농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해 하는 한편 농민단체들은 개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농협직원 환경변화에 촉각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중앙회 조직을 지역조합 중심의 연합체로 변경하고, 그 밑에 금융지주회사와 경제지주회사를 설치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세부적으로는 농협중앙회가 보유한 12조원의 자본금 가운데 30%를 경제사업 중심에 우선 배분한다는 것과 6조 6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자금부족분은 정부 출자 또는 출연으로 충당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2000억원대 이자를 정부가 책임지고, 논란이 됐던 사업분리에 따른 조세부담은 면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650여명의 충북농협 직원들은 당장 자신이 어떤 지주회사에 속하게 될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주도의 일방적인 신경분리에 반대한다며 상임위 통과저지 운동을 벌이기도 했던 직원들도 이제는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제는 뒤따를 조직개편이 관심이다.

한 농협 직원은 “결국 직원들도 나눠질 텐데 어떻게 배치될지를 두고 말들이 많다. 어떻게 조직이 개편이 될 것인지 정확하게 발표된 것이 없어 답답하고 초조해 하고 있다”고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전하며 “대부분 신용부문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충북농협 관계자는 “단정할 수 없지만 개정안에 따라 적잖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단 중앙회의 방침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지역본부의 체제 변화도 가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부분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 또한 개정안대로 중앙회가 전국 단위의 판매·유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담하는 조직으로 재편되려면 지역 단위 지부의 기능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각 산지별로 조합원을 조직화해 공동으로 출하하고 판매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돈벌이 치중’ 오명 벗나
농민들의 관심은 농협이 신용사업을 통한 손쉬운 돈벌이에 치중해 농민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 판매와 관리에 소홀하다는 등의 끊임없던 문제제기가 개정안을 통해 해소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경제부문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되지만 개정안을 바라보는 농민단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농협노조를 중심으로 한 ‘농협법 개악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이번 개정안은 돈놀이에 혈안이 된 농협을 아예 대부업자로 바꾸고 그것도 모자라 농업 자본을 투기 자본화하려는 대표적인 MB 악법 중 하나”라며 “진정한 농협 개혁과는 거리가 먼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또 “민주당은 농협법 개정안의 3월 내 처리는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하루 만에 뒤집고 한나라당과 함께 농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며 “MB 악법을 막지도 못하고 오히려 한나라당과 한통속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그간의 논의 과정에서 정부나 농협중앙회는 농민의 요구를 담은 개혁안이 아닌 금융지주회사로 개편하고 지도·경제사업을 관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농민단체가 경제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단일안을 만들어 제출했음에도 농민단체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농협중앙회가 개악안을 국회에 밀어 붙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한편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농협중앙회는 내년 3월 2일부터 1중앙회 2지주회사(농협경제지주회사·농협금융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되고, 금융지주회사는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을 거느리게 된다.

개정안은 특히 중앙회가 하고 있는 경제사업을 5년 안에 경제지주회사로 넘기도록 했으며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조합과 중앙회에 농민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팔아주는 경제사업을 우선적 사업 목표로 삼아 적극 이행토록 의무를 부과했다.

또 조합과 중앙회가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중앙회는 판매조직, 관련 시설 등을 갖추도록 했다. 조합원의 소득 안정을 위한 농축산물 수급조절 기능도 부여했다.

정부는 자산 실사와 중앙회의 자체 자본조달 계획 등을 토대로 자본지원계획서를 마련,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까지 국회 상임위에 보고하고 심의를 받게 된다.

한편 전국에 1171개에 이르는 지역농협은 개정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