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영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기사의 완성도는 취재내용만으로 이룩되는 게 아니다. 올바른, 정확한 문장 표현이 뒤따라야 비로소 그 수준을 논할 수 있다.발음이 서툰 아나운서나 가수를 생각하기 어렵듯이 문장이 서툰 기자를 찾아보기 어렵다면 얼마나 소망스러울까.

최근 보도된 기사를 살펴보니 한동안 뜸해 보였던 맞춤법 실수가 자주 눈에 띄었다. 앞서 몇 차례 언급됐던 접미사 율/률(率), 되/돼, 붙이다/부치다 등의 혼동도 여전했다. 그런가 하면 그저 소리대로 적는 초·중생 수준의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한 후 하늘의 뜻을 받아드려야 하는 것.>(동양일보 2월18일자 3면), <예산조사 특별위원회가 남상우 전 시장과 소모전만 버리고 마무리됐다.>(충청매일 2월18일자 1면)이 그 예다. ‘받아들여야’, ‘벌이고’가 옳다. 또 ‘밀어부치다’는 ‘밀어붙이다’의 잘못이다. 동양일보 2월21일자 19면 <대학 준비 상황은 아랑곳없이 입학사정관제를 밀어부치고~>에서 보였다.

접사 ‘히’와 ‘이’는 사동과 피동의 뜻 둘 다 갖고 있다. 그러나 쓰임새가 그때그때 다르다. ‘덥다’와 ‘덮다’는 소리가 같지만 뜻은 판이하다. 소리는 이와 같을 수 있어도 ‘덮다’는 없는 말. 그런데도 <겨울이면 눈 속에 덮 조경수가 수채화를 보는 것 같고~>(충청일보 2월18일자 9면), <눈 덮 대청호반이 인파로 가득합니다.>(청주MBC 2월19일자) 2군데서 발견됐다.

한글맞춤법 제1장 총칙 1항은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표준어의 원칙으로 정해놓고 있다. 그런데 사람마다 읽는 소리가 다르기에 표기 혼동까지 생기기도 한다. 效果를 어떤 이는 [효꽈]로, 다른 이는 [효ː과]로 읽는다. 김밥도 [김빱]인지 [김ː밥]인지 혼동된다. ‘효’와 ‘김’은 장음이라서 뒷음절을 된소리로 내면 안 되지만 발음 현실은 꼭 그렇지 않은 것이다. ‘솔직히’도 그런 예다.

<솔직 이 모든 사업들을 원하는 대로 다 추진될 수 있을지~>(충북일보 2월18일자 15면)라고 쓴 기자는 [솔찌]가 아니라 [솔찌]로 발음하는 게 아닐까. 부사화 접미사가 ‘이’냐, ‘히’냐를 놓고 헷갈릴 때가 있는데 둘 다 소리 나는 것 같으면(이렇게도 저렇게도 발음이 들리면) ‘히’로 적도록 돼 있다.(맞춤법 제51항) 따라서 ‘솔직’ 표기가 맞는다.

발음습관 때문에 표기가 완전히 틀리는 예도 있다. ‘리을불규칙용언’이 그것이다. <노조가 학교에 내걸은 현수막 등을 떼지 않을 경우 매일 5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충북일보 2월18일)에서 ‘내걸은’은 ‘내’으로 써야 한다. 어간이 로 끝나는 말(길다, 물다, 살다, 알다, 줄다 등) 뒤에 ‘ㄴ,ㅂ,ㅅ,-(으)오,-(으)ㄹ’이 이어지면 이 탈락한다.(맞춤법 제18항) ‘거칠은 벌판으로 달려가자~’로 시작되는 김수철의 ‘젊은 그대’도 알고 보면 첫마디부터 잘못 꿰어졌다. ‘거치른’도 아니고 ‘거’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서투른/서’, ‘머무른/머’ 따위는 둘 다 맞는다. 이들은 본딧말과 준말 사이여서다. 유의할 건, 준말의 어미를 모음(아/어,았/었,은)으로 연결하면 안 된다는 것. 갖었다(→가졌다),딛은(→디딘), 서툴은(→서툰/서투른)은 그릇된 표기다.<(하이닉스는)첫발을 내딛은 이후~>(중부매일 2월18일자 2면)는 그래서 틀렸다.
CJB 2월21일자 ‘가깝아요’, ‘괜은건지’ 등에서 ‘쟎/챦’은 단모음 ‘/’으로 써야 한다. (맞춤법 제39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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