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 넘치는 성안길 ‘일선문고’ 유일···교육문화도시 체면 구겨
할인율 높은 온라인서점, 자본 무장한 대형서점만 살아남는 구조
그러나 서점은 딱 한 군데다. 철당간 앞에 위치한 일선문고 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성안길 입구에 있던 ‘성안길문고’가 사라지면서 이제는 이 서점이 유일한 문화공간이 됐다. 한 때 성안길에는 일선·성안길문고 외에 순천·창신문고와 대광서점 등 여러 개가 있어 그럭저럭 교육문화도시의 체면을 세워주었다. 성안길문고가 폐업했다는 소식은 과거 지식인들이 모여 들었던 서울의 종로서적이 문을 닫았을 때처럼 충격적이었다. 당시 성안길문고 관계자는 “온라인서점에서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구매하는 고객이 많아지고, 대형 할인마트에 서적 할인코너가 생기면서 일반서점이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나도 무척 안타깝다”는 말을 남겼다.

모 서점주인은 “성안길문고는 본인 건물이라서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다른 사람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었는데도 버티지 못하겠다고 하더라. 그러니 동네서점은 오죽하겠는가. 서점의 위기다”고 하소연 했다. 현재 이 곳에는 1000원숍인 ‘다이소’가 입점해 있다. 결국 서점들이 문을 닫는 이유는 경영난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 앞에서 문구사를 겸하면서 참고서를 취급하는 서점은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나 순수서점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현재 살아있는 서점도 대형서점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곳들 밖에 없다. 과거 80~90년대 동네 길모퉁이에 있던 서점은 추억 속에나 존재하고 있다. 그 많던 청주의 헌책방들도 어느새 사라지고 3개만 남았다. 시청 근처 청소년광장 주변의 보문·대성·중앙서점이 이들이다.
청주시내 순수서점 고작 23개
서점신문은 지난 1월 “국세청은 지난 2009년 말 현재 국내 소매서점이 8986개, 서점 당 인구수가 5539명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헌책방은 포함됐지만, 법인·도매·온라인서점은 제외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의하면 충북의 서점수는 294개이다. 반면 전남은 270개, 전북은 361개, 강원은 244개로 나타났다. 임준순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청주시조합장(가경동 열린문고 대표)은 “이 중 청주시내 서점은 113개이나, 순수서점은 23개에 불과하다. 한 때는 조합 회원이 190명까지 갔으나 요즘 이렇게 줄었다. 온라인서점에서 도서정가제를 어기고 할인을 많이 하는데다 서점이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라 힘들다”고 강조했다.
임 조합장은 이어 “도서정가제에서는 출간된지 16개월 이상된 도서에 한 해 최대 19%까지 할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서점들이 경품고시법을 들고 나오면서 그 이상 할인해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헌법소원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주는 가경동 드림플러스 안에 영풍문고가 입점할 계획으로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신청서를 제출하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상생법)에 의거 입점반대운동을 펼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형서점·동네서점·온라인서점은 함께 살아야 한다. 온라인서점의 출혈경쟁이나 자본으로 밀고 들어오는 대형서점 모두 문제가 있다. 시민들은 성안길에 나갔다가 서점에 들러 신간서적을 사고, 산책하러 나갔다가 동네서점에 들러 잡지 한 권을 살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소비재로 넘쳐나는 성안길 한복판에 시민들의 문화공간이자 사랑방인 서점이 살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보자. 다른 지역은 안 되더라도 교육문화도시 청주에서는 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