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상승·물건 품귀·신학기 수요집중

직장인 김모씨(37·청주시 흥덕구 봉명동)는 다음달 아파트(95.7㎡) 전세계약이 끝나지만 새 집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2년 전 8000만원에 전세를 구한 김씨는 집주인에게 재계약 의사를 밝혔으나 월세로 20만원을 더 내놓거나 아니면 4000만원을 올려받겠다는 얘기를 듣고 포기했다.

규모가 작은 전셋집을 구하려 해도 물건이 없거니와 가진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김씨는 청주에서도 아파트 월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전셋값 상승 및 전세 물건 품귀에 더해 신학기를 맞은 이사 수요까지 겹쳐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전·월세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으며 "추가 대책은 없다"던 정부는 지난주 다시 보완 대책을 발표했지만 수도권에만 초점을 맞춰 제대로 된 지역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세대란은 대학가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학생들이 원룸 전세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원룸의 주인들이 전세 대신 '보증금+월세' 형태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대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원룸의 경우 월세가 없는 '올 전세' 물량은 없다. 집주인들이 금리가 워낙 낮으니 보증금 2000만원 기준에 단돈 10만원이라도 월세를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가중되자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충북지역에서 중소형 미분양 아파트는 거의 찾기가 힘들다.

◇ 최근 도내 매매·전세시장 동향

도내 아파트 전세시장은 올해 들어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도내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주에 비해 0.6%, 지난해 말에 비해 1.8% 상승했다. 특히 충주의 전세가격지수는 전주에 비해 1.2%나 상승하며 도내 전체 상승률을 2배가량 웃돌았다.

특히 주간 전세지수의 0.6% 상승은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수치로 신학기와 더불어 봄철 이사철 전세대란이 우려될 정도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전세지수는 거의 정체상태였으나, 하반기 들어 0.1~0.3%씩 움직이기 시작하다가 올해 들어 1월 0.3~0.4%의 상승률을 기록한 뒤 2월 들어 0.6%로 치솟았다.

전세가격 상승세는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매매가격지수가 전주 0.5%, 지난해말에 비해 1.6%나 각각 상승했다.

◇ 지역현실 무시한 탁상행정

도내 주요 지역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번 전월세시장 안정화 대책은 "지역적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표본정책"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 A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서민들에 대한 전세자금 지원한도를 늘리고, 준공후 미분양 물량에 대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감면조치한다 해도 당장 지역내에서는 물건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전월세시장의 안정을 지원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이번 정책은 수도권과 몇몇 광역시에만 국한된 정책일 뿐"이라며 "지방의 상황에 맞는 분리된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에게 지원되는 전세자금 지원한도를 6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확대하고 금리는 연 4.5%에서 4.0%로 0.5%p 인하할 계획이다.

또 매입 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완화, 종부세 비과세 등 세제지원 요건을 대폭 완화, 전월세주택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민간업체의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전월세 주택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양도세와 취득세를 감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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