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시민신문…종이 질․크기․내용 다 바꿔
8만부 줄여 16만부 발행…시민 62.9%가 신문 본다

2011년 청주시민신문의 1면 주인공은 육거리 시장에서 두부를 파는 ‘ㅅ’손두부 사장님 김귀화 씨다. 털모자를 눌러쓰고 두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왜냐하면 시청에 계시는 ‘시장님’이 아니라 동네 사람 아무개 씨이기 때문이다.

▲ 청주시민신문 2월호(가장 오른쪽)는 이전 신문과 많이 다르다. 이제 청주시민의 주인공은 ‘시장님’이 아니라 ‘시민’이다.

사실 시민신문이 와도 꼼꼼히 읽어본 기억이 없다. 신문밥을 먹고 있어도 시민신문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은 바로 ‘시장님의, 시장님에 의한, 시장님을 위한’신문이기 때문이다. 신년사를 비롯한 굵직한 시정현안이 있을 때 때때로 얼굴을 비추기 일쑤고, 남상우 전 시장의 경우는 이전 시장이 국비예산을 받아 추진하는 사업을 자신의 성과로 포장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한범덕 시장은 신문에 등장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게 꺼리는 쪽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 1월에 신년사를 낼 때도 전면사진이 아니라 칼럼에나 나올법한 사이즈로 동그라미 얼굴사진을 냈다”고 귀띔했다.

시민이 주인공이다

한 시장이 취임하면서 시민신문은 변화의 바람이 분다. 먼저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공모를 벌였다. 1차 공모에서 합격자를 내지 못해 2차까지 가 결국 청주 MBC방송작가 출신 이보슬 씨가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한 시장 캠프에서 활동했던 A씨가 공모과정에서 탈락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시끄러웠다. (상자 기사 참고)

어쨌든 새 편집장이 만든 신문은 신문 크기부터 종이 질, 편집 방향까지 많은 것이 달라졌다. 기존 대판에서 타블로이드 판으로 바꾸면서 전면칼라에 종이질도 좋아졌다. 또 분야별로 섹션화 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안녕하세요, 이 달의 관심거리, 행복주는 생활복지, 품격높은 도시환경, 웃음주는 지역경제 등 섹션의 제목도 딱딱하지 않다.

이 밖에 수동 시니어클럽에서 만난 청주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중계하고, 설 기획기사로 전통시장에 가다-육거리 편을 실었다. 시 관계자는 “청주시민신문에 변화를 주기위해 타 지자체 홍보지를 벤치마킹했다. 일단 신문이 나간 후 반응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문의전화를 해왔고, 심지어 타 기관에서도 이런 소식지를 내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98년 11월 첫 발행

청주시민신문은 지금까지 147호를 발행했다. 월간이다. 창간호는 나기정 시장 시절인 98년 11월 25일자다. 창간호 1면은 세계최고 금속활자본 직지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을 알리는 내용이다.

청주시민신문은 80년대 무심천 반상회보로 출발했다. 당시 8절지에 시정소식을 담았고 시 자치행정과에서 발행했다. 수요가 많아 통장과 동사무소 직원까지 나서 한 달에 한번 배포하는 것도 일이었다.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신문배포는 통장의 몫이다. 30개동 통장이 15만 6000부를 돌린다. 1만 4000부는 경로당 및 출향인사, 기업 등에 보낸다. 또 해외로도 300부가 나간다. 시 국제통상계에서 청주를 알리는 목적으로 해외에 발송하고 있다.

청주시민신문은 이전에는 25만 세대에 25만부를 발행했지만 이번에 부수를 확 줄였다. 15만 6000부, 즉 62.9%만이 신문을 받아보게 됐다.

시 관계자는 “희소성이 있어야 신문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판단했다. 다른 지자체는 30~40%, 60%대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문이 발행되는 데 드는 1년 비용은 2억 5000만원. 편집은 입찰을 통해 ‘O’기획사에서 외주제작하고 있다.

시는 청주시민신문외에도 ‘청주소식’을 만들고 있다. ‘알아두면 편리한’ 타이틀이 붙은 청주소식은 주로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및 간단한 문화행사 정보가 소개된다.

지금까지 60호를 발행했으며 매월 10일자로 나온다. 현재 5000부를 발행하고 있으며 1년 예산은 1700만원이다. 시 공보과에서 제작한다.

이러한 시정 홍보지들은 선거관리위원회의 검토를 받는다. 또 가편집이 끝난 후 편집위원회를 열어 각 분야 위원들의 의견을 듣는다. 시 관계자는 “노인, 건강, 문화 부분을 더 강화할 예정이다. 주민들이 신문을 오려놓고 다시 붙여놓을 정도로 사랑받는 신문이 되도록 힘쓸 것이다”고 말했다.

청주시민신문 편집장 선정 두고 ‘시끌’
선거 캠프 출신 A씨 탈락, 방송작가 출신 뽑혀
청주시 “신문기자 출신 가급적 배제하려고 했다”

청주시민신문은 대전지역 신문기자 출신 Y씨가 9년 9개월 동안 편집장을 맡았다.
Y씨는 신문을 제작하면서 전체적인 편집을 진두지휘하고 ‘보상금’명목으로 한달에 200여만원을 받았다.
한 시장은 취임하면서 청주시민신문의 대대적인 변화를 공표한다. 먼저 편집장에게 주어진 애매모호한 ‘보상금’을 없애고 ‘다급 시간제 계약직 7급’으로 채용공고를 냈다. 따라서 편집장은 계약직 공무원 신분으로 주 35시간에 250만원의 월급을 받게 됐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편집장 공모가 진행됐다. 1차 공모에서는 4명이 응시했고, 모두 신문기자 출신이었다. 특히 한 시장의 선거를 도왔던 캠프 관계자 A씨가 응모해 항간에서는 선정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런데 1차 공모에서 합격자를 내지 않았다. 적격자가 없다는 게 이유다. 심사는 청주대와 충남대에서 각각 1명씩의 교수와 공보관이 봤다.

이에 한 시장은 “합격자가 없어도 된다. 내 눈치 보지 말고 자유롭게 하라”고 주문했다는 것. 2차 공모에서는 1차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A씨를 비롯한 B씨가 또 다시 심사에 참여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항간에는 A씨를 염두에 뒀으나 주변 시선을 의식했다는 설도 있다.

시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청주 MBC방송작가 출신인 이보슬 씨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신문기자들은 신문편집에 고정화된 생각이 있어 틀을 깨기가 어렵다고 본다. 청주시가 지향하는 신문 색깔과 새 편집장의 생각이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신임 편집장인 이보슬 씨는 출판경력, 대기업 기획디자인 등 다양한 실무경력이 점수를 얻었다고 한다. 이 씨는 2년 계약을 맺었으며 재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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