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가 시작되는 설날이지만 구제역으로 인해 여행은 물론 나들이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고 긴 연휴를 집 안에서만 보낼 수는 없는 일. 이에 구제역을 피해 안심지대를 찾아가는 여행지로 충북선을 타고 떠나는 기차여행을 소개한다.

충북선은 청주를 기점으로 대전과 안동, 강릉을 잇고 있는 무궁화호 기찻길이다. 조그만 역과 역이 이어지며 마을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찾아가는 소박한 여행 길이다. 조금은 느린 기차에 몸을 싣고 가족들과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며 신년 첫 나들이를 시작해 보자.

◇ 청주역-출발

청주 시내 외곽에 위치한 청주역은 한적하다. 교통수단이 자동차로 바뀌면서 기차역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뜸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KTX시대를 맞아 거북이 열차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외면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속도전에 떠밀려가는 현대인에게 거북이 열차의 향수는 남다르다. 무궁화 열차가 운행되고 있는 충북선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새로운 마음으로 나를 찾아가는 길이 되어 준다. 뿌우~ 기적을 울리며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 오근장역-정북동토성

출발을 알리는 기적 소리와 함께 충북선은 들판을 가로지른다. 자리에 앉아 잠시 호흡을 가르는 사이, 기차는 빈 들녘이 펼쳐진 오근장역으로 내달린다. 오근장역 주변에서는 청주 역사의 상징 중 하나인 정북동토성을 만날 수 있다. 정북동 토성 위로 세 그루의 나무가 서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멀리서 보면 제방처럼 보이는 토성은 풍납토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토성으로 꼽힌다. 오랜 시간 속에 다져지고 깎여진 성벽은 아담하면서도 단단하다. 먼 시간 속 사람의 흔적을 간직한 토성에서 유구한 역사를 가늠할 수 있다.

◇ 증평역-좌구산자연휴양림

파란 하늘을 이고 들판을 가로지르는 충북선은 청주공항역과 내수역을 거쳐 증평으로 달려간다. 시골정취가 곳곳에 남아 있는 증평에는 웰빙바람을 타고 좌구산 휴양림이 조성돼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거북이가 앉아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해서 이름 붙여진 좌구산은 산과 계곡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휴양에 안성맞춤이다.

또 좌구산 주변으로는 오솔길이 산자락으로 이어져 운치를 더해주고, 인접한 거리에 있는 삼기저수지가 안개 낀 좌구산의 정경을 색다르게 보여준다. 휴양촌, 삼기저수지, 산림욕장, MTB코스, 등산로 등의 시설들이 연계되어 있어 온 가족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043-835-3871)

◇ 음성역-봉학골 산림욕장

곡산 연씨들의 집성촌이 있는 도안과 보천을 지나면 음의 기운이 강하다는 음성이 나온다. 규모는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음성에는 감곡성당과 매괴박물관, 철 박물관 등이 있어 아기자기한 탐방지다. 특히 자연 경관을 이용한 수레의 산 자연휴양림과 봉학골 산림욕장은 일상을 잠시 잊고 걸어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봉학골 산림욕장 입구에는 대장군과 여장군이 우뚝 서 있고, 맨발 숲길과 나무조각품, 솟대 등 동·식물 모형 조각공원이 펼쳐진다. 또 골골이 이어진 계곡을 따라 이어진 등산로로 가벼운 겨울 산행도 할 수 있다.(043-871-3418)

◇ 충주역- 탄금대와 중원고구려비

음성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소이역과 주덕역을 지난다. 시골 풍광을 옆에 두고 달려가는 기차는 달천역을 지나면서 서행하다 남한강 철교를 통과한 뒤 충주역에 도착한다. 충주는 삼국시대의 역사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고장이다. 우륵이 가야금을 쳤다는 탄금대와 고구려의 기상을 엿볼 수 있는 중원고구려비, 통일신라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는 탑평리칠층석탑 등 숱한 문화재가 역사 속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도도하게 흐르는 남한강의 물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중원문화의 진화는 충주가 얼마나 많은 문화를 꽃피웠던 고장인지를 눈으로 확인시켜 준다.

◇ 삼탄역-충북의 오지, 박하사탕 촬영지

남한강 줄기가 이어지며 나루터로 유명한 목행역을 지나면 충주호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한 폭의 산수화를 보듯 산과 강이 하나되어 깊어가는 충주호는 동량역과 삼탄역으로 이어지며 산수진경을 눈앞에 옮겨 놓는다.

삼탄은 충북의 오지 중에 오지로 기암절벽과 깨끗한 물길이 남한강의 진수를 담아낸다. 옛날에는 매우 인적이 드문 곳으로 화전민만 살았던 이곳이 충북선으로 베일 속에 가려졌던 수려한 경관을 드러냈다. 소박한 자연 그대로의 절경지는 여름철 피서지로, 낚시장소로, 가을 단풍놀이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박하사탕 촬영으로 더 유명해진 삼탄은 삼탄역을 이용한 낭만적인 기차 여행을 병행할 수 있어 충북선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제천역-의림지와 청풍호반

진소철교를 지나 공전역으로 칙칙대며 떠나가는 기차는 제천역에서 잠시 쉬어간다. 우동맛이 일품인 제천역은 상하행선 여행객들이 잠시 기차에서 내려 요기를 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제천은 의림지와 시골장, 청풍호반의 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중 의림지는 삼한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다. 아담한 저수지 주변에는 수백년된 소나무와 수양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명물로 꼽히고 있다. 또 충북의 동강이라 일컬어지는 제천천을 끼고 고즈넉한 산자락과 자연이 그대로 남아있는 진소마을은 오지마을로 색다른 여행의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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