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현금뇌물 유죄인정, 땅 수임료 1억 요구는 무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몰카 주도)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도훈 전 검사(37)에 대해 청주지법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청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홍임석 부장판사)는 10일 김 전 검사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가운데 몰래카메라 촬영을 지시하고 언론사 제보를 주도한 점, 홍씨 부인사건 피의자였던 박덕민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점, 장모씨로부터 산삼, 호텔 숙박권 등 7회에 걸쳐 금품을 받은 점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김 전 검사에게 인정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추징금 2679만원을 함께 선고했다.

하지만 피의자 홍기혁씨 부부에게 사건 선처 조건으로 1억원 상당의 토지를 요구한 혐의, 민모 변호사로부터 수임료 가운데 1억원을 요구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법관의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큼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김 전 검사는 지난달 27일 검찰로부터  징역 7년, 추징금 2679만원을 구형받았다.

이밖에 김 전 검사에게 2000만원을 제공하고 건설업자 O씨로부터 3억원을 공갈갈취한 혐의로 기소된 박덕민씨(45 여)에 대해서는 뇌물공여죄만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00만원 제공사유에 대해 “피고는 고향후배에 대한 친근감으로 주었다고 주장하지만 불과 3개월간의 만남이었고 헌법소원 피의자인 박씨가 무혐의 처분 직후 2000만원이라는 큰 돈을 건네준 것은 직무와 관련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O씨에 대한 공갈갈취 혐의에 대해서는 “O씨가 법정에서 ‘협박받은 사실이 없다’이 없다고 진술했고 당초 ‘(토지잔금 2억5000만원에 대해) 당초 회사 자금사정이 어려워 주지 못했었다’고 수사기관때부터 진술한 점 등을 보아 공갈로 판단하기 힘들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밖에 J볼링장 사기대출 사건의 피고인인 홍기혁씨에 대해서는 징역 3년, 남기원씨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한 몰카 의뢰를 받고 촬영을 해 준 흥신소 대표 조모씨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 김 전 검사의 지시에 따라 몰카를 의뢰하고 금품을 제공한 홍기혁씨 부인 장모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대해 오성균변호사는 “재판부가 홍기혁씨 부부의 진술에만 의존해 김 전 검사가 몰래카메라 제작을 주도했다고 판단한 것이 아쉽다. 또한 박덕민씨의 2000만원 현금확보 시점조차 불명확한 상황에서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입장을 밝혔다.

한편 재판부의 실형 선고에 따라 김 전 검사의 4월 총선출마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민주당 경기도 안산시 단원선거구에 공천신청한 김 전 검사는 최근 당내 경선대상자 1차 명단에서 제외돼 1심 선고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일부에서는 옥중출마설도 제기하고 있지만 경선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과 개인 비리혐의로 처벌받은 점 등을 들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홍임석부장판사도 양형이유를 설명하면서 김 전 검사에게 “(피고인이 주장한)수사외압 여부는 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밝혀 개인비리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임을 전제했다. 앞으로 김 전 검사는 특검이나 국회 청문회를 통해 자신이 주장해온 검찰내 수사압력과 이원호씨 비호세력을 규명해야 한다. 이같은 부당한 공권력 집행사실이 밝혀진다면 김 전 검사는 항소심에서 다시한번 검찰수사의 신뢰성을 놓고 일전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김진흥 특검은 10일 ‘양길승 사건’과 관련 이원호씨에 대한 계좌추적 결과 지난해 대선 직후 수억원의 돈이 집중적으로 인출된 점을 확인하고 거래내역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특검은 지난해 12월 30 31일 이틀간 수억원의 돈이 인출됐고 천만원 단위의 우수리가 붙은 점을 감안해, CD교환을 위한 수수료가 아닌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 중형선고 배경은 무엇인가)

이번 재판을 맡은 홍임석 부장판사는 김도훈 전 검사 등 6명의 피고인에 대해 50여분에 걸쳐 재판부의 판단과 양형이유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특히 김 전 검사의 혐의점에 대해 조목조목 이유를 밝히는 한편 중형선고에 대한 재판장의 입장을 덧붙여 이번 사건의 사회적 파장을 신중하게 고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김 전 검사에 중형선고 이유에 대해 “김피고인은 4년간 검사로써 공직에 헌신했고, 이번 사건으로 개인의 신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은 인정되지만 법조인에 대한 전체 국민의 실망감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엄벌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피의사실에 대해 뉘우치는 기색이 없이 군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또한 법정구속 배경에 대해서는 “재판부는 피고인이 검찰의 억압을 받은 희생양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자유롭게 재판에 임해 본인을 변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속적부심을 받아들였다. 그동안 수개월간의 재판을 통해 그러한 것을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재판이 종결된 마당에 다른 형사사건 피의자와 형평성을 감안해 더 이상의 기회를 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전 검사의 몰카 주도 혐의에 대해 홍부장판사는 ‘이원호에 대한 사적감정이 개입된 것으로 판단되 위법성 조각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동안 김 전 검사 변호인단은 몰카 지시사실을 부인하는 한편 “설사 지시했더라도 청와대 고위공직자의 범죄혐의를 내사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위법성을 논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전 검사가 몰카촬영 이후인 지난해 7월 2일 홍기혁 통신감청 승인을 받으면서 정작 이원호씨가 사용하는 전화번호를 기재하는등 불법적인 방법을 이용한 것이 인정된다. 또한 몰카 제보와 홍씨 부부가 언론사에 보낸 제보문을 보면 이원호에 대한 혐의점이 자세하게 기술돼 담당 수사검사가 아니면 알지 못할 사안이라고 판단된다. 이같은 수사검사의 태도는 상식적 이해를 벗어난 것으로 공익을 위한 위법성 조작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검사가 추가기소당한 민모변호사에 대한 1억원 뇌물요구 혐의에 대해서는 “두 피고인이 학교 선후배 사이로 이원호씨 수사에 대해 대화를 하던 중 웃으면서 농담처럼 얘기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또한 민변호사는 이후 김 전 검사를 만난 자리에서 1억원 부분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한 점 등으로 보아 범죄를 확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죄로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결국 검찰의 기소사실 가운데 물증이나 직접적인 참고인의 진술이 수반되지 않은 혐의점에 대해서는 무죄판단을 내린 셈이다. 하지만 4월 총선 출마 가능성이 높은 김 전 검사를 법정구속한 것은 재판부의 단호한 의지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4년 실형을 선고하는 마당에 구속을 유예할 경우 여론의 역풍이 우려되는 데다가 재판계류중인 김 전 검사가 정당공천을 신청하는등 정치적 행보를 계속하자 재판부가 엄중하게 책임을 물은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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