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후 신규설립 금고 6곳 가운데 4곳에서 말썽
‘NO' 없는 청주시 일방통행 행정에 업계 비난 쏟아져
예정된 수순이었다. 금융업계도 알고 있었고, 언론도 알고 있었지만 인허가 기관인 청주시만 못 본 채 했다.
본보는 2년전 ‘거꾸로 가는 청주지역 새마을금고(2009년 4월 10일자)’ 제하의 기사를 통해 지난 20년간 전국을 통틀어 단 한차례의 인가 사례도 없었던 새마을금고 신규설립이 청주에서만 3차례 이뤄진 것과 관련해 인허가 기관인 청주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청주시는 “절차상 문제점이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하며 세간의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고, M금고 인가 이후로도 2곳의 새마을금고의 인가를 더 내줬다.
여기에 청원군 J금고까지 충북은 2006년 이후 전국 최다인 6곳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문제는 이렇게 문을 연 신규 설립 금고 다수가 파행적인 운영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금고는 문 닫을 위기에 놓인 것으로 나타나 예금자들이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청주시도 이후 불거질 사태에 대해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시작은 2006년 설립된 C새마을금고다. 캐피탈에 근무했던 김 모씨는 새마을금고 설립인가 방식에 해박했다. 완벽히 서류를 준비했고 청주시는 인가를 내줬다. 낮은 설립 기준도 부실 새마을금고 난립을 도왔다. 당시에는 50명의 발기인과 2억원 이상의 자본금, 서류를 준비하면 인가가 가능했다(2009년 법 개정 후 자본금 3억원 이상).
결과는 불법대출로 이어졌다. 김 씨는 지난해 5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 씨는 2008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들에게 24억여원을 대출해 준 뒤 B씨 등으로부터 2200만원의 대출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또한 출자금 44억원을 가장 납입한 뒤 동일인 대출한도를 증액시키는 방법으로 대출한도를 초과해 51억원을 대출한 혐의도 받았다.
결국 김 씨는 지난해 9월 특경가법상 등에 관한 법률위반죄를 적용받아 청주지법으로부터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6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김 씨는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연합회의 임원개선명령으로 현재 C금고는 김 씨의 부인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청주시는 C금고를 인가해준뒤 1개월만인 2006년 6월 J금고에 대한 신규 설립인가도 받아줬다. 준비가 미흡했던 B금고의 경우는 문도 열어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입점해 간판까지 올렸지만 사업계획서 등 제반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연합회 가입이 무산됐다. 그 과정에서 발기인 중 한명이 자본금을 가로채는 등 비상식적인 일들이 진행됐다.
그리고 2009년 M금고가 설립됐다. M금고 설립 당시 연합회는 “1개 동에 이미 3개의 새마을금고가 있고, 그동안 새마을금고가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통폐합을 유도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점을 감안해 새로운 금고의 설립은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청주시는 이 같은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극단적 금리, 부실의 악순환
연합회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새롭게 새마을금고가 설립되지 않는 것은 시장성이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1/10 수준으로 수가 감소했고, 살아남은 금고들은 경쟁력을 갖춘 곳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환경에서 뒤늦게 뛰어들어봐야 결과가 매한가지”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2010년 12월 결산 기준으로 2006년 이후 신규 설립된 6곳 가운데 이미 인가 취소된 J금고를 제외한 영업 중인 5곳 모두가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회 관계자는 “아직 최종 집계가 되지는 않았지만 총자산이 800억원이 넘는 C금고도 72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M금고가 44억원, H금고 4억원, S금고 2억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본금 1억원을 불법 인출로 날려버린 청원J금고는 현재 청원군에 인가 취소를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설립 초기 3년간은 적자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초기 투자비용 등에 의한 것으로 해를 거듭하면서 적자폭이 줄어들어야 정상이다. 또한 적자폭도 일반적으로 2~3억원 선이다. 적자폭이 수십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은 부실대출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적자가 불가피한 또 하나의 이유는 구조적 문제점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신규 금고는 예금 유치를 위해 높게 수신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여신금리도 타 새마을금고보다 높은 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비싼 이자를 감수하고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1금융권은 물론 같은 새마을금고에서도 대출이 어려운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금리가 부실을 부르는 것이다. C금고와 M금고도 설립 초기 7.5%의 높은 수신금리로 예금을 유치했다.
이러한 행위는 해당 금고의 자멸은 물론 금융시장을 어지럽힐 소지가 크다. 한 관계자는 “신설 금고가 회원유치를 위해 기존 금고에 비해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관례적으로 있는 일이지만 너무 큰 금리 차는 시장을 혼돈스럽게 만드는 것과 함께 금고 부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마비된 자정시스템
인근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를 자기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을 그르치는 이유”라며 “시작부터가 불법이다. 일부 신규 설립 금고를 살펴보면 자진해서 발기인이 되고 출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금력이 있는 한 개인이 3억원을 발기인에게 나눠주고 법적 구성만 맞추려고 하니 결국 자기 돈으로 설립했다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새마을금고 운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퇴직자들은 많지만 그 가운데 새마을금고를 설립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부 사정을 안다면 신규 설립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에서 대출이 이뤄지려면 부이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출심사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신설 금고는 위원회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우선은 예대마진을 발생시켜야 하니 불법도 불사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한편 최근에도 하나로저축은행 퇴직자를 중심으로 청주시에 신규 설립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충주와 청원 등에서도 신청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언론과 업계의 우려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