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 시장 “시장직 걸고 통합에 전념,청원군에 주도권 주겠다”
오효진 군수청원군에 주도권 주겠다”“통합 어림없다…군 장래 걱정돼 시승격 추진”‘

시·군통합’이냐 ‘청원시 승격’이냐. 이것이 여전한 문제다. 지난 1월 19일 오효진 청원군수가 자신의 임기인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청원시 승격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는 예상대로 지역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다. 이에 대해 분분한 여론이 들끓자 충북도는 “신행정수도 입지가 결정된 후에 포괄적으로 논의하자.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더 이상 확산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양측의 입장차 확인한 기자회견

그러자 지난 3일 침묵하고 있던 한대수 청주시장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효진 청원군수도 기자회견을 열고 청원시 승격 의견을 재천명, 양측의 팽팽한 의견차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시장의 요지는 시장직을 걸고 시·군통합에 전념하겠다는 것이고 오군수는 통합 절대불가, 청원시 독자추진으로 일관했다.

한시장 말이다. “청주와 청원은 같은 생활권이고 같은 문화권이다. 10년전에 통합을 추진했으나 잘 안됐다. 그래서 지역발전 저해를 가져오고 장기적인 발전계획이 없으며, 예산낭비 사안이 많다. 통합을 주장하는 것은 나뿐 아니라 행정학자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택시와 농협, 경찰조직은 통합이 됐는데 유독 행정만 안됐다. 청원시 승격도 좋지만 먼 장래를 위해서는 시·군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서 한시장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청원군이 주도권을 갖고 청주시를 포함한 시승격을 추진하라. 통합만 된다면 누가 주체가 되든 상관없다. 그리고 통합이 이뤄지면 나는 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 제천시장 할 때도 제원군과 통합한 뒤 서울로 이직했다”고 덧붙였다. 청주시에 청원을 통합하자는 것이 아니고 청원시 승격을 추진하면서 청주를 포함하라는 의견은 청원군에 주도권을 주겠다는 뜻이라는 것. 하지만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나 여론조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크기 콤플렉스에 젖어있다”

이와 관련 오군수는 “청원군을 그냥 두면 오창·오송이 시로 승격돼 떨어져 나가 군의 장래가 걱정된다. 게다가 군이 2년 정도만 있으면 시승격 조건을 갖추는데 군수가 가만히 있으면 직무유기 아니냐. 한시장 말대로 군이 주체가 되어 청주까지 포함한 청원시를 추진할 경우 청주시민들이 가만히 있겠는갚라며 “통합하려면 당사자들의 마음이 동해야 하는데 우리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지방자치의 기본 취지는 잘게 분할하는 것이라는 오군수는 “최근 군도 크다는 생각이 들어 읍·면중심의 행정을 해오고 있다. 그랬더니 남이면에는 전국 규모의 가구단지가 만들어졌고 미원면에는 자전거도로를 신설할 계획이 수립됐다.

각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데도 읍·면중심 행정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청주시를 둘러싼 청원군이 시로 승격되는 것이 가능하냐는 항간의 여론에 대해 그는 또 시·군은 인접해도 되는데 시와 시가 인접해서 안된다는 것은 무슨 논리냐고 반박했다.

오군수는 천안시처럼 통합해 자치단체의 경쟁력을 키우고 발전을 앞당기자는 한시장의 말을 ‘크기 콤플렉스’라고 받아쳤다.

오군수 말이다. “크기만 키우고 재산을 늘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청주시는 너무 ‘크기 콤플렉스’에 젖어 있다. 지방자치의 근본 취지는 분권이고 분할이다. 통합도 대등한 위치에 있을 때 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고 현 상태대로 한다면 청주시의 흡수통일밖에 안된다. 신행정수도가 청원군으로 오더라도 그 지역만 빼고 하면 된다.”

어쨌든 통합하려면 법적으로 주민투표와 의회 의결이 선행조건으로 돼있는데 여기서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고 장담하는 그는 시승격 추진이 군의 장래를 걱정한 자치단체장의 역할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오군수 역시 군민들의 의견이 어떠한지 여론조사를 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여론조사는  둘 다 “싫어”

이 날 양 자치단체장의 기자회견장에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많은 수의 기자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한시장과 오군수의 입장은 과거와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다만 청원군이 주도권을 갖고 청주를 포함한 청원시를 만들고, 통합되면 시장직을 내놓겠다는 한시장의 의견이 관심을 끌었을 뿐이다. 하지만 청주시도 구체적인 통합 프로그램은 없다고 밝혀 이러다 흐지부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한시장은 청원군에 대해 ‘마음을 열지 않는다’고 토로한 뒤 상대가 있기 때문에 통합을 향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보다는 의견을 나누고 토의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 대해 양 자치단체장 모두 부담스러운  듯 “때가 아니다”고 한 것도 재미있는 부분. 참고로 지난 95년 통합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시 청주시에서는 76.5% 찬성, 청원군에서는 33.9%의 찬성이 나와 결렬됐다.

또 오군수의 ‘통합 절대불갗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통합 논의 자체를 하고 싶지 않다는 ‘독불장군’식의 발언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항동 충청대 행정학과 교수는 “나기정 전 시장 때 여수·여천 통합시처럼 주도권을 청원군에 주고 시장의 기득권을 내놓았으면 통합이 가능할 수 있었는 데 이 때 실기한 것이 아쉽다. 현재 청주시와 청원 양측간에 조정역할을 해야 할 충북도는 뒤로 빠지고 양 자치단체가 갈등을 빚는 것처럼 보이는데 별로 보기좋은 모습은 아니다. 시·군통합 당위성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과 지방분권을 제 몫 찾기로 볼 때 청주·청원은 통합해 몸집을 불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교수는 “차제에 시·군통합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 문제를 이슈화해서 총선 쟁점으로 몰고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여수·여천도 정치인과 기득권층은 통합을 반대했는데 시민들이 나서 주민발의로 몰고 갔다. 우리 지역도 주민과 시민사회단체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청주시와 청원군 양 자치단체장이나 기득권층은 이해 관계가 엇갈리므로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돼 일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이 결혼(통합)을 전제로 사귀도록 자리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95년 부결된 뒤 오랜만에 재등장한 시·군통합 논의가 어떻게 결론날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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