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영주시 소수서원, 부석사

2010년 3월 깊은 매화향기에 취해 시작한 탐방은 12월11일 올해 10번째 탐방지인 천년고찰 부석사와 소수서원의 겨울여행으로 이어졌다. 겨울아침 싸한 공기가 가시지 않은 오전 8시 차안에는 벌써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을 챙겨 눈도장을 찍고, 서로가 서로를 소개하면서 3시간을 달려 처음 도착한 곳은 경북 영주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이다.
소수서원은 고려시대 인물인 안향을 제향하는 서원으로, 조선 중종 37년(1542) 풍기 군수 주세붕이 사묘(祠廟)를 세우고 그 이듬해 안향 선생을 봉안하며 학사를 건립하여 백운동서원이라 하였다. 중종 39년(1544)에는 안축, 안보를 배향하였으며 명종 3년(1548)에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부임한 후 명종 5년(1550) 소수서원이라는 사액을 받아 사액서원의 시초가 되었다. 또한 소수서원은 대원군의 서원철폐 때 살아남은 47개소 가운데 하나로 사적 제55호 이기도 하다.
소수서원에 들어서자 아름드리 적송 숲이 그 옛날 선비들에게 학문 이외의 유혹을 차단시키는 일차 관문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서원의 여러 건물과 쓰임새를 해설하는 동안 열심히 적는 학구파 엄마에게 초롱초롱한 눈을 반짝이며 내내 자리를 지키는 아이들도 있고 지난밤 내린 눈을 연신 뭉쳐보려 애쓰는 아이들까지 다채로운 모습이 펼쳐진다.


자연의 친구들 선생님의 이야기 마당과 더불어 신동혁 운영위원의 부석사 이야기에 마음이 버스보다 먼저 달려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을 쓰다듬는 것만 같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 해동 화엄종의 종조인 의상대사가 왕명으로 창건한 사찰로 우리나라 화엄사상의 발원지인 화엄종의 수(首)사찰이다.
부석사란 이름은 무량수전 서쪽에 있는 큰 바위가 아래의 바위와 서로 붙지 않고 떠 있는데서 유래했다고 하며, 문화재로는 무량수전(국보 제18호), 무량수전 앞 석등(국보 제17호), 조사당(국보 제19호), 소조여래좌상(국보 제45호), 조사당벽화(국보46호), 석조여래좌상(보물 제220호), 삼층석탑(보물 제249호) 있다.



자료집의 하나에서 여덟까지 미션을 수행하면서 일주문을 거쳐 천왕문을 지나 범종각의 불전사물을 그려 봤다. 안양문을 통과해서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 사뿐히 솟아오른 지붕추녀의 귀솟음. 간결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필요의 미가 곳곳에 숨어 있다는 알지 못하면 지나칠수 있는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부석사가 더 아름다운 이유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서서 바라본 소백연봉들, 부석사 삼층석탑에서 바라본 산과 산이 끝이 없이 펼쳐진 극히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남는다.
부석사(浮石寺)
김삿갓(金炳淵)
平生未暇踏名區(평생미가답명처)
평생에 여가 없어 이름난 곳 못 왔더니
白首今登安養樓(백수금등안양루)
흰머리가 된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구나
江山似畵東南列(강산사화동남열)
그림 같은 강산은 동남으로 벌려있고
天地如萍日夜浮(천지여평일야부)
천지는 부평 같아 밤낮으로 떠 있구나
風塵萬事忽忽馬(풍진만사홀홀마)
지나간 모든 일이 말 타고 달려온 듯
宇宙一身泛泛鳧(우주일신범범부)
우주 간에 내 한 몸이 오리마냥 헤엄치네
百年幾得看勝景(백년기득간승경)
백 년 동안 몇 번이나 이런 경치 구경할까
歲月無情老丈夫(세월무정노장부)
세월은 무정하다 나는 벌써 늙어 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