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충북도에 중징계 요구하자 노조 반발
철회요구 현수막 물결… 주민들 "대체 뭔일이래"

“요즘은 대외적 민원보다 내부 공무원들과의 조율이 더 어렵다” 진천군청 한 간부 공무원이 긴 한숨을 내쉬며 뱉은 말이다. 사실 최근 진천군 공무원들은 고위를 막론하고 깊은 불신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 중심에 김상봉 공무원 노조지부장의 징계의 건이 있다.
군청 정문앞 도로는 물론이고 청내에도, 그리고 각 읍면 사무소 곳곳에 ‘징계철회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거야” 주민들의 반응이다.

연가파업 불씨로
그럼 왜 진천 전역에 플래카드가 나부끼는 것인가? 발단은 2년전으로 거스른다. 지난 2002년 11월4일, 5일 서울 한양대에서는 사상 초유의 공무원 연가파업(전국공무원노동자대회)이 있었다. 당시 법외노조로 출범한 공무원 노조를 정부가 합법화하겠다는 차원에서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한 공무원노조법이 화근이었다.

단체협약 체결권이나 단체 행동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기에 공무원 노조원들이 이를 반대하는 연가투쟁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정법 위반. 행자부는 “과거 공무원노조 촉구집회등과는 달리, 정부업무를 구체적으로 방해해 공무원법 등 실정법을 어긴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강력한 징계방침을 밝힌다. 이후 행자부는 파업집회에 참가한 전국 591명 가운데 △파업주도자 22명은 파면 혹은 해임 등 배제징계 △적극 가담자 35명은 파면·해임·정직 등 중징계 △파업집회 참가자 534명은 감봉·견책 등 경징계하도록 각 기관에 요구한다.

충북에서는 50명이 경찰에 연행됐는데 이 가운데 22명이 진천군 공무원들이었다. 또 파업참가 공무원이 많았던 경남 진해·거제·진주시 시장, 강원도 동해·춘천시 시장, 울산 동구·북구 구청장, 전남 순천 시장 등 8개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해 경고조치한다. 이와 함께 행자부는 징계 요청에도 불구, 각 지방자치단체가 시달한 지침대로 징계하지 않거나 소극적일 경우, 특별교부세 배분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한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구속됐던 김상봉 공무원노조 진천군지부장(현 충북본부장)은 파업 주도자로 분류됐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당시 본부장도 아닌 지부장으로 중징계 대상에 오른 사람은 전국에서 단 한명뿐이라며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행정부 다시 징계에 나서
공무원들의 집단반발 등 심각한 노정갈등으로 징계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행자부는 다시 파업에 참가한 공무원에 대한 징계수위를 확정, 전국 자치단체에 요구하면서 이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다. 진천군의 경우 행자부, 도청 사무관이 군청을 방문하여 이를 전달하려 했으나 노조원들이 출입을 원천봉쇄하는 바람에 공설운동장에서 임상은 기획감사실장에게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경회 진천군수는 지난해12월4일 충북도에 김위원장에 대한 파면 혹은 해임 등 배제 징계를 요구했고 노조에서는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군수의 징계 요구사실이 알려진 이후 노조는 부당철회 버튼 패용, 성명서 발표, 포스터 배부, 현수막 부착 등 투쟁 수위를 한 단계씩 높여가고 있다.

노조는 철회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천막농성과 함께 준법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천군 공무원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이미 지난 11월부터 징계철회를 요구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현수막 부착 과정에서도 마찰을 빚었다. 상수도사업소와 농업기술센터 등에 게시한 현수막을 윗사람 지시로 강제 철거했다 노조 반발로 다시 부착하는 등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김군수 어떤 선택할까
노조측의 요구나 김군수의 입장은 간명하다. 노조는 부당징계를 철회하라는 것이고 김군수는 철회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수차례에 걸쳐 의견조율이 진행됐지만 양쪽 모두 한발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수를 비롯한 간부 공무원들의 시각은 “왜 하필이면 진천군만 앞장서 총대를 메냐”는 것으로 압축된다. 지난해 도청 사무관급 인사를 둘러싼 낙하산 인사 저지 농성, 도청 감사 거부 파문 등 노조의 투쟁 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기초자치단체 입장에서 광역자치단체, 행자부에 밉보여 도움 될 게 없는데 강성 노조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감사거부 당시 언론을 통해 이 내용이 보도되자 김군수가 뒤에서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똑같은 입장인 울산광역시 동구청의 경우 이갑용청장이 직접 나서 “당시 연가를 허용한 것은 개인적인 소신이었다”다며 아예 징계를 하지 않았고 서울 강북구청장도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는 것.

이런 선례가 있는데 왜 부하직원을 죽이려하느냐는 것이 노조 핵심부의 불만이다.
이처럼 양쪽의 시각차가 엄존하기에 진천군청 내홍은 쉽게 가라앉기 힘들어 보인다.
정말 서로 다른 견해를 존중하면서 군정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사태가 확산되자 군청 간부 공무원들은 지난 3일 배제징계를 철회하고 청주시 수준으로 징계 수위를 낮출 것을 군수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부들의 이 같은 요구에 김군수가 어떤 응답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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