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출신 종교인 날치기 국회·4대강 사업 맹공
12월13일은 이명박 정부에게 종교의 협공이 이뤄진 날이다. 공교롭게도 대한불교조계종과 천주교 원로신부들이 동시에 기자회견을 가졌다. 조계종 기자회견은 템플스테이 지원예산 등을 삭감한 국회의 일방적인 예산안 처리를 비난하는 자리였고 원로신부들의 회동은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관련 발언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귀결점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공격이었다.
조계종 기자회견은 대변인 원담 스님의 입을 통해 이뤄졌다. 원담 스님은 법주사 금오문도 출신으로 청주불교방송 본부장, 조계사 주지 등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 수국사 주지를 겸임하고 있다. 원로신부 회동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인 곽동철 신부는 청주 수동성당 주임신부다. 충북출신 종교인 2명이 ‘13일의 반란’을 이끈 셈이다.
서민복지 외면, 민족문화 훼손한 예산처리
조계종은 13일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사 불교역사문화회관에서 원담 대변인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의 4대강 사업, 종교 차별, 전통문화 훼손, 여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등을 비난했다.
원담 스님은 “극심한 남북긴장에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경제적 격차로 인해 서민생활이 극히 어려운 상황에 4대강 문제 등 일방적 정책 추진으로 사회 갈등이 깊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담스님은 또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과정에서 삭감된 영유아 예방 접종비, 산모 신생아 도우미 지원비, 보육시설 관련 예산,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 지원 예산 등을 거론하면서 “이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삶과 미래를 위한 투자를 포기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계종이 4대강 사업문제에 대해 화쟁위원회를 통해 정부와 한나라당, 종교계, 야당, 시민단체와 대화를 추진해 온 것을 강조하면서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이 합의 이전에는 국회 예산안 처리를 미루겠다고 약속해놓고 일방적으로 관련 예산과 법안을 처리했다”며 “국민적 합의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템플스테이와 관련해서는 “템플스테이가 국가적 사업으로 시작됐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한국의 문화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단순히 종교문제로 치부하고 은혜를 베풀 듯이 간주한다”며 “정부 지원금은 산불 등 화재에 취약한 문화재를 보호하는데 필수적인 전통사찰 방재시스템 구축 예산 등 시설 개보수비에도 사용되는 것으로 조계종이 요구한 것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조계종의 기자회견은 청와대와 한나라당 관계자에 대해서 사찰출입을 금하는 ‘산문폐쇄(山門閉鎖)’라는 강경한 대처로 결론이 내려졌다.
4대강 발언관련 추기경 은퇴권고 초강수
곽동철 신부를 비롯한 천주교 원로 사제 25명은 1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사업 관련 발언을 비난하며 퇴진을 권고했다. 이날 회동은 10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정 추기경이 주교회의의 결정을 왜곡했다”고 비판한 것에 힘을 보태려는 것이었다.
정 추기경은 8일 자신의 저서 ‘하느님의 길, 인간의 길’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천주교 최고 의결기구인 주교회의가 3월 공표한 ‘4대강 사업 반대 선언’에 대해 “주교단은 4대강 사업이 자연을 파괴하고 난개발의 위험을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는 소리는 안 했다.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개발하라는 적극적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곽 신부는 이날 성명 10개항 가운데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친수구역활용특별법’을 비판하는 마지막 10번째 항목을 읽고 기도를 주관했다. 곽 신부는 “한나라당의 날치기 예산에 얹혀서 통과된 친수구역활용특별법은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악법”이라며 “4대강 예산 22조원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나고 민생예산이 줄어들자 그 중 8조원을 수자원공사 사업으로 돌리고 그 적자를 보존해 주기 위해 4대강 수변에 위락시설과 선착장을 개발하도록 특혜를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부들은 특히 “교회공동체의 일치와 연대를 보증해야 할 추기경이 주교단 전체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결론에 위배되는 해석으로 사회적 혼란과 교회의 분열을 일으킨 것은 어떤 모양으로든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혀 천주교계의 내분으로 언론에 비쳐지기도 했다. 천주교에서 추기경의 권위는 절대적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주사 교육관 짓고 매일 템플스테이”
영원 법주사 총무국장

영원 스님은 “종교인으로서 포교에 대한 사명감도 있지만 템플스테이는 무엇보다도 현대인의 정신적 공허를 채우는데 기여한다. 사찰은 이를 가능케 하는 자연의 편안함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주사는 내년부터 템플스테이를 본격화하기 위해 국비와 종단예산 40여억원을 들여 400평 규모의 교육관을 짓고 있다.
“추기경, 물러나시길 정중히 권고했을 뿐”
곽동철 수동성당 주임신부

정진석 추기경은 1970년 청주교구장에 임명돼 1998년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될 때까지 무려 30년 가까이 청주교구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곽 신부가 느끼는 심적 부담도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