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설치법 통과에 목숨 걸었던 이두영 운영위원장

이시종 지사는 충북도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등 도민 모두가 한결같이 세종시 원안추진을 주장해왔고 이를 관철시켰기 때문. 그 중 이두영 ‘행정도시정상추진충청권비상대책위’ 운영위원장(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의 노력과 열정은 대단했다. 이 위원장은 행정도시 정상추진이라는 목적은 같지만 참여하는 부류가 다른 여러 개의 단체를 이끌어왔다.
- 세종시설치법 국회통과를 축하한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토론회장에서 문자메시지를 받고 알았다. 충북도민과 균형발전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기쁘다.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해 예산안과 함께 한나라당 단독으로 통과돼 씁쓸하다. 여야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어야 하는데··이 법이 통과됐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데도 이런 상황에서 이뤄져 언론들도 다루지 않고 있다.” 참고로 세종시설치법은 지난 8일 재석의원 166명 중 찬성 141표, 반대 8표, 기권 18표로 통과됐다.
- 세종시의 법적지위와 관할구역 때문에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다. 그래서 세종시가 다시 흔들리는 것 아닌가 걱정도 많이 했는데···
“그렇다. 두 가지 문제가 가장 중요했고, 또한 입장차가 커 고생했다. 대전·충북·충남 3개 지자체의 民·官·政 관계자가 모인 ‘행정도시정상추진충청권비상대책위’에서 여러 차례 머리를 맞대고 회의한 결과 법적지위는 완전한 광역자치단체, 관할구역은 각 지자체별 의견을 존중하는 것으로 정리해 이를 국회에 제출했다. 관할구역은 원안과 달리 연기군 잔여지역은 들어가고, 청원군 강내면은 빠지는 것으로 정리됐다. 주민들의 뜻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전·충남쪽과 생각이 달라 정말 힘들었다.”
대전·충남쪽에서는 충남 산하의 기초지자체를 원해 충북도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리고 각론으로 들어갔을 때 이 지역은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대전, 충남, 연기군의 의견이 모두 달라 오랫동안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동상이몽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충북은 정치권과 지자체, 시민사회단체가 세종시 원안사수라는 일치된 의견을 밀어붙였다.
- 이번에 충북이 큰 일을 한 것 아닌가.
“충북쪽은 한나라당만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했지 다른 집단은 모두 원안찬성이었다. 특히 6·2지방선거 때의 민심이 세종시를 살렸다. 정부여당이 참패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였던 수정안이 폐기되고 원안추진으로 돌아선 것 아닌가. 이 정부는 충북을 통해 수정안을 관철시키려고 했다. 정운찬 전 총리와 정부관계자들이 충북을 방문하고 ‘세종시의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곳은 충남이다. 충북은 왜 들러리를 서려고 하느냐. 실리를 챙겨라’고 하면서 회유했다. 충청권을 이간질시키면서 충북의 민심을 돌리려고 했던 것이나 도민들은 현명하게도 이에 굴하지 않았다.”
- 수정안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그 때는 오늘 같은 날이 올까 싶었다.
"나도 작년 하반기 정운찬 총리가 수정안을 밀어붙일 때 깜깜했다. 정부관계자들은 내려와 수정안을 주장하고,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여기 동조하고, 언론사에 대규모 물량공세를 퍼붓는데 힘들었다. 수정안 폐기까지 10여개월 동안 기자회견·성명서 발표·항의집회·토론회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면서 독하게 싸웠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 세종시는 어느 날 하늘에서 내려온 게 아니다.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운동을 주장하면서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무르익은 것 아닌가.
“나는 90년대 후반부터 관심이 있었고,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운동을 해왔다. 처음에는 수도권규제완화를 반대했고 이것이 균형발전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방분권국민운동이라는 시민단체에서 2002년 대선 때 후보들에게 지방분권 10대 의제를 발표했다. 후보들이 이를 수용했고, 노무현 후보는 이 외에도 신행정수도 건설 등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약속했다. 노 대통령 집권이후인 2003년에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지방분권특별법·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이 통과돼 기초를 마련했다.”
2003년이 저물어가던 12월 29일, 3대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우리는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신행정수도는 후에 위헌소송을 겪으면서 대폭 축소된 행정도시가 된다. 그럼에도 시민사회계와 노 정권의 이런 노력들이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씨앗이 됐음을, 여기서 세종시가 피어났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 이제 앞으로 세종시를 어떻게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가꾸고, 충북은 어떻게 연계발전을 꾀할 것인가가 과제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이 정부는 의지가 없어 손놓고 있다. 이 정부 들어 국가균형발전정책은 흔들리거나 후퇴했다. 그렇기 때문에 충청권 3개 지자체가 발전방안을 만들어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세종시와 연계한 충북의 발전전략을 세우는 일이다. 충북은 청주국제공항과 고속철도 오송역을 통한 세종시의 관문 역할을 해야 하고, 오송·오창단지를 중심으로 첨단지식기반산업 벨트의 중추역할을 해야 한다. 다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법이 통과됐으나 입지에 충청권이라는 명시가 없어 앞으로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그게 걱정이다.”
한편 이 위원장은 지난 93년 12월 자원봉사자로 충북청주경실련과 인연을 맺으면서 시민운동가의 길을 걷게 됐다. 올해 창립 16주년을 맞은 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으로 다양한 지역현안에 매달리는 그는 충북 시민사회계의 간판스타 중 한 명이다. 지방분권국민운동 집행위원장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