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도심 물길 조성 사업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청주와 같은 분지형 도시는 여름에는 매우 덥고 겨울에는 추워서 도심의 기온과 습도를 조절하는 방법으로서 도심 물길 조성은 아주 유용한 것이지요. 문제는 방법인데요.
가령 유럽의 도시들이 인근의 강에서 물을 끌어들여 도심을 흐르게 하거나 인공수로를 내서 도심의 환경을 쾌적하게 바꾸는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일본에서 전통문화도시로 명성이 높은 가나자와시의 보전용수는 시내 중심부를 거미줄같이 연결하여 맑은 물이 사시사철 흐르는 인공수로입니다. 17세기 초에 만들었다는 이 수로는 모두 55개소 총연장 150에 달하는 규모인데, 지금은 21개소가 보전용수로 지정돼 있다고 합니다. 가나자와시 당국은 이 인공수로를 지속적으로 발굴 복원 보전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우리네 도랑보다는 크고 지천보다는 폭이 좁아 보였으나 풍부한 수량의 깨끗한 물이 힘차게 흐르는 모습은 보면 볼수록 탐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보전용수를 보면서 청주의 젖줄 무심천으로 흘러드는 여러 지천들, 특히 도심 구간을 흐르는 교서천, 명암천을 개거(開渠) 복원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하절기 기온이 매우 높은 청주분지의 기온을 낮추고 습도를 조절하는 등 쾌적한 도시환경과 경관 조성을 위해 이와 같은 인공수로를 개설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습니다그런데, 현실적으로 청주의 여건상 유럽이나 일본의 사례와 같은 인공수로를 내는 것은 어려움이 많습니다. 청주시가 도심 물길 사업을 중앙로나 성안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물길 규모 자체가 아주 작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좁은 길에 수로까지 집어넣으려니까 물길의 크기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상인들이 반대하는 까닭도 마찬가지로 가뜩이나 좁은 길을 더 좁히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는 두 차례에 걸쳐 조성한 중앙로 차 없는 거리 조성 사업을 본 성안길 상인들이 반대를 아니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중앙로는 도로를 망가뜨린 이상한 길이 돼 버렸잖습니까.
한 가지 대안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이 역시 가나자와시 사례인데, 가나자와시가 추구하는 고차원 도시기능 사업의 일환으로 도로 중앙에 설치된 '수조분출장치'입니다. 얼핏 보아서는 여느 도로와 다름없지만 중앙 분리 선상에 일정 간격으로 수조를 묻어서 필요할 때마다 물을 뿜어내도록 한 일종의 분수와도 같은 것입니다. 방재용이지만 평상시에도 물을 뿜어 여름에는 더위를 식혀주고 습도를 조절해 주며, 겨울에는 눈을 녹여 주는 제설 기능을 한다는 것입니다. 축제 등 경축행사 때도 가동을 함으로써 거리가 온통 분수로 변한 것과 같은 효과를 주기도 한답니다.
청주 성안길이나 중앙로 같은 좁은 길에 딱 어울리지 않습니까. 이렇게 성안길을 명소화 하면서도 주변 상가나 노점상에게도 좋은 상생의 방안을 고려해 보심은 어떠실까요 너무 늦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