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운영 요구' 노조 결성하자 또 시설폐쇄

충북희망원이 노사갈등으로 자진폐쇄 신청을 해 71명의 원생들이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했다. 근로자들이 투명한 운영을 촉구하며 노동조합을 결성하자 법인측이 청주시에 시설폐쇄 신청과 함께 수용 원생을 다른 시설로 옮겨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노조측은 신청 반려와 청주시의 중재를 촉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근로자들의 노조 결성에 맞서 복지법인의 일방적 시설폐쇄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 적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측은 법인측이 국고보조금으로 개인차량 구입 등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복지시설 운영 전반에 대한 행정당국의 점검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공공서비스노동조합 충북평등지부 충북희망원분회는 14일 청주시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설폐쇄 사유가 노조 결성에 따른 운영상 어려움이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시는 신청을 반려하고 충북희망원이 정상운영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측은 이어 "국고보조금으로 개인차량을 구입하고 복지시설을 사택으로 사용하는 등 비리를 저지르지 말라는 요구가 운영상의 어려움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또 "두 차례나 감독기관의 감사에 비리가 적발됐지만 제대로 시정조치된 게 없다"며 "충북희망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제대로 용돈 한 푼 못 받고, 제몸에 맞는 옷 한 번 입어보질 못했다"고 덧붙였다.

노조측은 충북희망원이 가족 간의 족벌운영으로 비민주적이고 사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충북희망원은 김모 원장(54)이 대표이사를 맡고, 처(52)가 사무국장, 아들(29)이 과장을 맡고 있다.

한 노조원은 "아이들이 과자를 먹고 싶어해도 창고에 쌓아놓은 채 주질 않는다"며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방적인 시설폐쇄로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며 "충북희망원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충북희망원은 지난 2007년 도 감사에서 보조금 부당사용으로 3200만원이 환수 조치됐고, 지난 6월에는 보건복지부 감사를 통해 보조금 용도외 사용액 900만원이 환수됐다. 직원들은 감사 당시 연월차 휴가를 미지급한 사실 등 운영 하자가 드러나자 노조를 결성한 후 13회에 걸쳐 단체교섭을 벌였다.

노조는 교섭과정에서 연월차 휴가 수당 지급과 근무여건 개선, 보조금 집행내역 공개 등을 요구했으나 충북희망원측은 거부 입장을 밝혀 지난 1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복지법인측은 시설폐쇄를 이유로 조정회의에 불참했다.

충북에서는 지난 2008년 충주지역 한 노인요양원에서 노조가 결성되자 운영법인이 시설폐쇄 조치를 취하는 등 유사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희망원 관계자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현재로서는 할 얘기가 없다"며 "시설폐쇄 이후의 계획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충북희망원은 지난 1948년 허마리아 선교사가 설립한 아동양육시설로 연간 약 10억원의 시·도 지원금과 개인후원금 등으로 운영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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