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일을 가장 잘 아는 주민·정책 제안자 역량교육 필요

<지역 4개 신문사 공동취재>
민선5기 성공슬기 로컬거버넌스

지난주 우린 시민의 참여가 어떻게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는가를 고양시 사례를 통해 단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인구 94만 여명의 고양시는 청원군(15만명)과 행정구역 통합을 통해 충북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려는 녹색수도 청주시(65만명)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시민·야권연대를 통해 시정위원회를 꾸린 고양시 보다 2년 앞서 '민간단체 공동 협력센터'라는 새로운 방식의 '거버넌스' 선례를 남긴 충남 천안시의 사례도 눈여겨 볼만 하다.

▲ 천안시 민간공동협력센터는 지난 2008년 12월17일 성무용 시장(사진 가운데서 오른쪽 첫번째)의 공약에 따라 천안시 삼용동 새마을 회관 2층에 문을 열었다.
<NGO는 내친구 천안시 민간협력센터>3선(2002.7.1∼현재까지) 시장인 성무용(67·한나라당) 천안시장은 지난 2007년 공약사항으로 민간단체 공동 협력센터 설치를 추진했다. 천안지역 비정부기구(NGO) 등 14개 민간단체가 주요시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식적인 운영체계를 갖추자는 것이었다. 이는 처음엔 시민, 환경, 여성, 농민, 복지, 문화예술, 봉사, 법률, 교육, 청소년, 체육 등 분야별로 전문성과 대표성을 가진 시민사회단체가 지방정부인 천안시와 파트너십을 통해 주요시정을 이끌어간다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지방자치 구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꼬박 1년여 간의 준비기한을 거치면서 사무실 개소나 운영위원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선거를 염두 해 둔 대표적인 전시행정의 표본이었다는 따가운 질책을 받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천안시는 지난 2007년 12월 '천안시 민간단체 공동협력센터 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지난 2008년 8월7일 천안YWCA 박성호 사무총장을 비롯한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청 상황실에서 운영위원회 위촉식도 가졌다. 그리고 마침내 1년여 만인 2008년 12월17일 운영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 시장은 천안시 삼용동 새마을 회관 2층에 '천안시 민간단체 공동협력센터(이하 민간협력센터)'를 개소했다.

민간협력센터 시정 파트너십 발휘

이들은 당시 △시정발전을 위한 주요 시책의 개발과 제안, 시민 의견조사 △지역 장기발전 과제 및 현안과제 정책 토론회 △시민의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와 정책 개선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2돌을 맞은 민간협력센터는 요즘 시민활동가 업무편람 작성과 직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또 오는 2011년 사업으로 각 단체들이 자기 영역에서 지역의제를 발굴하고 연계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한 준비모임도 갖고 있다.

천안시 민간협력센터 김성헌 (공주대 공과대학 교수) 운영위원장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시민활동가의 방향도 틀려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본 나고야 등 선진사례를 살펴봐도 시민운동가의 역량강화 사업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이는 탁상공론에 빠질 수 있는 공무원들에게 시민운동가들이 전문성을 길러 끊임없이 지역의제를 제시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IT정보교육에 이어 직무강화 교육은 모집공고 2일 만에 수강인원이 다 찰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사실 시민운동가의 시정 참여에 있어 새로운 방향 제시의 필요성은 그린순천21추진위원회 김준선(순천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위원장도 제기한 바 있다. 이 같은 참여의 문제에 있어 기본적인 소양교육의 중요성은 바로 이제 막 주민참여예산조례 제정을 추진중인 용인시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용인시는 최근 읍·면·동장이 추천한 10명 내외의 위원을 구청장이 임명하는 주민참여예산 조례를 제정하려 하고 있다. 이는 청주시와도 비슷하다. 다만 청주시는 이미 지난 2008년 2월에 50명 이내의 시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시민참여 조례 현실화가 관건

사실 제도적으로 청주시만큼 시정에 주민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지방정부도 드물다. 시는 지난 2000년 6월9일 제정된 주민감사청구 조례에 이어 지난 2004년 9월24일에는 전국 최초로 '청주시민참여 기본조례'를 제정해 운용하고 있다. 이어 2007년에는 주민 제·개정 조례까지 마련됐다. 2008년 2월1일에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미 '청주시민참여예산운영조례'가 제정되어 운용돼 왔다.

그러나 시가 제도적으로 잘 갖춰 놓은 시민참여 조례들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아직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심지어 청주시 관계자는 "시민참여 기본조례 제9조 시정 토론회는 200여명의 연서에 의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건이 까다로운 것인지 아직 정책 토론회가 제대로 열린 적이 없다"고 전했다. 참여의 문제는 역시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인구 87만의 용인시청 관계자는 "인근 광주시의 선진사례를 참고해 주민참여예산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예산규모가 1조원 대가 넘다 보니 회계처리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규모가 큰 자치단체 일수록 관련 조례 제정이 늦어졌을 수도 있다. 주민참여예산조례 성공 여부는 시민단체 위원들이 스스로 전문성을 갖추는 일이다"고 전했다.

시민은 '정책제안' 공무원은 '현실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참여·책임성' 강조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사진). 그는 "참여하지 않는 것은 주인이 머슴에게 집을 맡겨 놓고 돌보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행정이 할 일은 지역의 주인인 주민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의 통로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치단체장의 역할은 소통의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행정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 정보가 지역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참여는 주민들이 자기 지역에 대해 더 잘 이해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게 되고 결국 민주주의 꽃을 피우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흔히 거버넌스의 장애요인으로 공무원들이 비효율성을 강조하지만 효율성을 강조하다 보면 지방의회마저 폐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역현장은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공무원 보다 지역 주민들이 더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지역주민의 의견이 중요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주민 참여가 많아질수록 그 정책의 현실화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무리 천재적인 단체장과 공무원이 있어도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처음엔 성격이 다른 기구가 협력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어렵겠지만 단 1%의 가능성을 보고도 귀담아 듣는 서로의 자세가 필요하다. 시민사회단체는 지역의 중요한 의제를 제시하고 공무원은 규정과 원칙에 맞게 이를 현실화하는 정책을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상승효과(synergy-effect), 윈윈(win-win)전략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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