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이유 실천은 결국 지방정부 몫… 주민 삶 관련 소소한 것도 좋아

<지역 4개 신문사 공동취재>
민선5기 성공슬기
로컬거버넌스

민선5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최대 화두는 역시 '대화와 소통'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주민들의 욕구를 해소하고 행정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선 민·관·학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에 본보는 지난주까지 ▲지방정부 한계가 부른 주민참여 ▲무심천·두꺼비 살리기서 녹색수도 선포까지…에 이어▲이번주는 생태수도 순천과 환경수도 창원시 사례를 살펴봤다.

▲ 순천만 생태계 보고인 갈대 군락지 관찰데크를 관광객들이 지나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 1997년 '푸른 청주21사업(Local Agenda21)을 로컬 거버넌스의 선도 사례로 보고 있다. 민선자치의 시작과 함께 시민사회단체와 행정 기업이 참여하는 살기 좋은 청주를 만들기 위한 사업이었다. 비슷한 시기 인구 27만의 중소도시 전남 순천에도 그린순천21추진협의회가 관련조례를 바탕으로 4개 분야 21개 영역의 지표를 제시한다. 하지만 그린순천 지표의 실행은 순조롭지 못했다. 지방자치의 정착도 미흡했고 각 실천 주체들의 이해력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경험이 미숙했던 당시 민선1기 지방자치단체장(시장 방승용)에게 지역의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관련위원회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민선4기인 지난 2006년 3개 분야 12개 영영의 지표로 새롭게 정리됐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흑두루미가 편히 쉬는 5대 연안습지 순천만의 보존운동이다. 지방정부와 이해관계가 맞는 기업들의 골재채취사업 신청은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이하 동사연)를 비롯한 시민·환경단체들의 10여년 간 보존운동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같은 노력은 순천만이 2006년 람사 습지보호지역으로 등록되는 결과를 낳았다. 순천만은 천연기념물 10종,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1급 7종, 2급 22종으로 관찰 조류만 200여종이 넘는 생태 보고다. 더욱이 갈대군락지는 전국 사진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촬영(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사실 순천시는 청주시와 비슷한 점이 많다. 청주의 젖줄 무심천을 연상케 하는 동천이 있다. 청주 환경단체들이 무심천 살리기에 공을 들였다면 그린순천21추진협의회(이하 그린순천)는 동천 살리기에 공을 들였다.

그린순천은 80년대 후반 사라진 은어가 되돌아오는 동천을 만들기 위한 수질개선 지표종으로 삼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후 해설사 양성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순천시는 청주시보다 1년 앞서 지난 2008년 생태수도 선언과 함께 브랜드 등록을 마쳤다. 또 순천만 인근 상습 침수 농경지 152만7000㎡(46만2700여평)에 우리나라 최초 국제공인을 받은 지구정원을 조성해 오는 2013년 4월20일부터 10월20일까지 6개월여 동안 '2013국제정원 박람회' 개최를 준비중에 있기도 하다.

순천시는 생태관광 종합발전 계획을 통해 인접도시인 여수시의 2012년 세계박람회, 나주시의 농업박람회에 이어 2013년 순천시 국제박람회까지 3차례의 국제행사를 통해 순천만의 인지도를 높이고 1조3000억원이 넘는 경제유발효과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순천시도 '희망순천2020'이라는 공무원 제안제도로 국제정원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시민사회단체의 적지 않은 지적을 받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노관규 시장이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순천의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생태수도를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산 하나를 옮겨다 논을 메워 정원박람회를 준비하면서 대표적으로 실패한 사례가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노시장은 리더십을 넘어 팔로우십을 강조하는 소통주의자"라고 해명했다. 이와 달리 공무원 제안제도를 뛰어 넘어 환경단체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녹색수도를 선포한 청주시의 사례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또 공업도시 경남 창원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도 크다. 녹색창원21사업은 민선 4기 들어 꽃을 피우면서 시민단체와 NGO등이 참여하는 2006년 환경수도 선언과 2008년 제10차 람사르협약당사국총회를 개최하는 계기를 만들어 낸다. 민선5기 시정목표 또한 경제와 환경의 상생이란 시정목표를 두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산업화로 오염될 수 있는 환경을 살리는데 기업들이 동참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지방자치, 주민참여로 완성"

장채열 동사연 소장
10여년 순천만 보존운동을 벌여온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장채열(48·사진) 소장은 "지방자치는 주민참여로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버넌스는 공무원들이 귀찮아 할 수 있기 때문에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도록 일감을 주고 현장을 누비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천시의 아쉬운 점에 대해 "그린순천21사업을 담당하던 정책개발실이 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사라져 행정의 계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제정원박람회를 준비하면서 8톤 트럭 20만대 분량에 해당하는 3만3000그루를 순천만 인근 습지에 옮겨 심으면서 산 하나를 해치는 것이 과연 생태도시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왕성한 시민운동이 촉매제"

이복남 순천시의원
지난 96년부터 그린순천21추진위원회의 간사와 사무국장을 지내다 올해 6.2지방선거를 통해 순천시의회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의원이 된 이복남(39·문화경제위원회·사진) 시의원. 그는 "행정이 의도한 거버넌스 형태도 많다"며 "96년 그린순천21을 구성하고 122개 1573명의 위원중 민간위원이 67%(1064명)에 이를 정도로 시민참여율이 높은 순천시도 청주시보다 3년이나 늦은 2007년도에 주민참여 시민위원회 및 시민참여예산운영 설치 조례가 제정됐다. 이는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거버넌스에서 얼마나 중요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청주시는 아마도 왕성한 시민운동이 거버넌스의 촉매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지역의제 생산해야"

김준선 순천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그린순천21추진위원회 상임위원장으로 순천만 생태위원회 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는 순천대 산림자원학과 김준선(55·사진) 교수. 그는 "거버넌스는 끊임없이 지역의제를 생산해 내는 일이 중요하다"며 "그린순천21이 전국적인 선도 사례가 됐지만 끊임없이 지역의제를 생산해 내는데 실패하면서 유명 무실론이 대두된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시민단체는 의제를 제안할 수 있지만 결국 경제적 이유로 이를 실천하는 것은 행정기관이 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거버넌스는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전달도 해야 되지만 조정자 역할도 해야 한다. 그리고 할 말은 하는 배짱도 중요하다. 또 지역사정을 잘 아는 지역전문가를 활용하는 것도 지혜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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