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상류 치어 방류행사 돌연 참여 '이중 행보'
특히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는 최근 어름치 복원 장소인 금강 상류지역에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그에 대한 면죄부를 얻으려고 상반된 행보를 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지난 20일 금강 상류인 전북 무주 남대천에서는 어름치 치어 3000마리와 주요 먹이인 다슬기 10만 마리를 풀어 넣는 행사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행사의 주최 측에 돌연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가 끼어 있어 여러 가지 '말'을 낳고 있다.
금강 상류지역은 중앙내수면연구소가 지난 1999년 처음으로 어름치 치어 예비방류를 시작한 것을 비롯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환경부, 국립수산과학원, 문화재청, 순천향대학교,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등 여러 기관·단체가 협력해 어름치 복원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 결과 2년 전부터 하천바닥 곳곳에 어름치 산란탑(어름치가 산란할 때 일일이 물어다 쌓는 돌탑)이 발견되는 등 복원사업이 성공 단계에 접어듦으로써 '국내 멸종위기어종 복원사업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어름치 복원이 성공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금강살리기 사업을 금강 상류 곳곳에 추진함으로써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 왔다. 더욱이 금강살리기 사업구간 가운데에는 어름치 복원의 상징인 산란탑과 멸종위기종인 감돌고기, 퉁사리, 돌상어 등이 발견된 충남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 천내습지 일대도 포함돼 조만간 파헤쳐질 처지에 놓여 있어 환경단체의 반발을 더욱 부추겨 왔다.
이런 와중에 국토부가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를 앞세워 금강 상류의 어름치 복원사업에 끼어 들자 여러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 국토부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는 "4대강 사업의 취지에 따라 생태·환경을 복원하고 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자연하천을 파괴하면서 한편으로는 멸종돼 가는 물고기의 치어를 방류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리는 '이중적인 행보'"라는 비난이 적지 않다.
우선 이번 치어 방류행사의 일부 참여자들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이정씨(서울 거주, 가명)는 "그동안 여러 기관 단체가 합심해 어름치 복원을 성공적으로 이끈 업적과 순수한 목적이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의 끼어들기식 참여로 적이 훼손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며 "함께 온 아이들이 어름치 복원사업과 4대강사업을 혼동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어름치처럼 사라져가는 어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현재 설치돼 있는 보를 철거하고 물고기 이동통로를 확보하는 등 서식처와 서식환경의 복원이 우선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에는 오히려 외면하거나 소홀히 하면서 어름치 방류행사에 주최 측으로 참여하는 것은 정치적인 생색내기 혹은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천내습지의 보호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금산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들이 수두룩하게 살고 있고, 또 어렵사리 어름치가 복원돼 가고 있는 천혜의 습지를 갈아엎어 꽃과 잔디를 심는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이 어름치 치어 방류를 한다는 것은 4대강 사업의 반대여론을 잠재우거나 물타기 하려는 '속보이는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