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읍에 위치한 센터 ‘그림의 떡’… 예산·인원 부족해 정상운영도 어려워

음성군의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이 현실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시급히 시정되어야 된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베트남 출신 여성이 결혼 1주일 만에 한국인 남편의 폭행에 의해 죽음에 이른 사건을 계기로 음성군도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을 점검해 보아야 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음성군은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을 위해 2008년 12월 음성읍에 위치한 여성회관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센터)를 개관하고 여성단체협의회에 위탁관리를 맡기고 있다. 2009년 6월부터는 ‘음성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운영 조례’도 제정 공포해 이를 바탕으로 센터를 운영해 오고 있다.

▲ 음성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높다. 사진은 결혼이주민 여성을 위한 한국어 강좌 모습.
가족 절반은 금왕·대소 거주

음성군은 2009년말 현재 525가구의 다문화 가족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읍·면별 다문화가족 수는 음성읍(70), 소이면(30), 원남면(18), 맹동면(15), 금왕읍(147), 대소면(127), 삼성면(47), 생극면(29), 감곡면(42) 등으로 분포되어 있다.

문제는 센터가 음성읍에 위치해 있다 보니 금왕읍(147), 대소면(127) 등 다문화 가족이 월등히 많이 거주하고 있는 읍·면의 다문화 가족들이 센터를 이용해 다양한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센터를 이용하는 결혼이주민 주부는 일일 35명 정도인데 이 중 80%가 음성읍과 소이·원남면에서 방문하고 있고 나머지 20%만이 금왕읍 등 원거리에서 찾아오고 있는 실태다.

음성군 센터에서는 부모교육, 공예, 요리교실, 부부교육, 드림스타트, 컴퓨터, 한국어능력시험, 한자, 이주여성 상담, 한국어 초급, 중급, 고급(한국사회 이해) 강좌 등이 열리고 있거나 개강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음성읍에 위치한 센터를 이용하려면 다문화가족들이 스스로 찾아와야 되지만 다문화가족 특성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결혼이민 주부들은 자녀들이 어리고 생활형편도 어려운편이라 승용차를 별도로 소유하고 자가운전을 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되는 가족이 많다는 여론이다. 대소읍에 거주하고 있다는 한 이민자 P씨는 “음성읍에 센터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기가 겁도 나고 엄두가 나질 않아 가보지도 못하고 있다”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승용차도 없어 다닐 수가 없을 것 같다. 금왕읍에만 있어도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금왕읍에서 만난 필리핀 출신 J씨는 “금왕읍에 친구들이 많은데 센터를 다니기가 불편하다”며 “센터는 사람들이 많은 금왕읍에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아울러 그는 친구들이 어려운 일만 생기면 자신에게 부탁한다며 남편에 의한 상습구타 등 법률적인 문제를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될 지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충주·진천에 위탁 관리도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예산이 뒷받침 되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센터는 예산이 부족해 정상적인 운영에 애를 태우고 있다. 이로 인해 다문화가족 지원사업 중 한글방문지도 사업은 충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아이돌보미 사업은 진천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의탁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음성군의 한글방문지도사와 아이돌보미 교사들이 각각 충주시, 진천군 센터를 통해 교육과 관리를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조례에 규정된 인원도 배치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조례에 따르면 센터장 외에 자격요건을 갖춘 종사자 2인을 두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사무국장만이 정규 종사자고 나머지 1인은 시간제 인턴사원으로 지원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전문적인 사업 계획과 시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센터를 금왕읍에 설치해야 된다는 목소리다. 아울러 버스 운행도 이루어져야 될 것으로 보인다. 음성군의 특성상 음성읍과 금왕읍을 중심으로 읍·면이 원거리에 분포되어 있어 버스 운행을 지원해 준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이주민 여성들의 이야기다.

센터 관계자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사업관련 업무 등을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어 늘 시간에 쫓기고 있다”며 “홍보를 위한 홈페이지 관리 등에는 신경을 쓰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지원이 활성화 되고 실질적인 실효를 거두려면, 음성군 지역의 현실을 적극 반영해 구색 맞추기 지원이 아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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