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청천 농바위골~대야산

괴산 청천면과 문경 가은읍에 걸친 대야산(931m)은 바위와 계곡이 좋기로 유명한 산이다. 능선으로 백두대간 마루금이 흘러가기에 대간 종주꾼과 산꾼에게 인기가 좋다. 산 동쪽과 서쪽으로 문경 선유동계곡과 괴산 선유동계곡을 품고 있어 여름철이면 피서객으로 북적거린다. 산행 코스는 대개 문경 쪽 용추계곡을 이용하지만, 괴산 청천면 농바위골을 들머리로 하면 호젓한 산길을 만끽할 수 있다.

▲ 농바위 마을에서 본 백두대간의 시원한 풍경. 왼쪽 가까운 중대봉 뒤로 대야산, 오른쪽으로 둔덕산이 펼쳐진다. 가운데 푹 꺼진 곳이 밀재다.
농바위 마을의 수호신 중대봉

청천면 송면에서 농바위 마을(삼송3리)로 들어서 입이 쩍 벌어졌다. 마을이 의외로 넓고 대야산~조항산~청화산을 흘러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시원하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우리 마을이유. 참 좋지유. 산 좋고 물 좋고….” 길에서 만난 할머니에게 마을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할머니의 인상은 온화하고 몸은 정정해 보였다. 농바위 마을은 장수마을로 유명한데, 마을 지반 전체가 화강암이 깔렸고 주민들은 여기서 솟은 맑은 물을 먹고 장수한다고 믿고 있다.

“요즘 주말이면 사람들이 엄청 와유. 관광버스가 몇 대가 오는지 몰러.” 할머니 말처럼 최근에 농바위 마을로 산꾼들이 몰려오고 있다. 대야산 정상인 상대봉에 뻗어온 중대봉(846m)의 암릉 코스가 산꾼들에게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대봉 코스는 위험하기에 밀재(662m)로 오르는 순한 길을 따라 대야산까지 오르내리는 코스가 좋겠다. 거리는 농바위 마을에서 대야산까지 약 5.5㎞ 2시간 30분, 왕복 5시간쯤 걸린다.

▲ 농바위 마을의 500년 묵은 느티나무.
마을회관을 지나면 500년 묵은 느티나무가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다. 잠시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옹골찬 암봉인 중대봉을 바라본다. 중대봉의 출중한 기상이 마을에 가득한 느낌이다. 이어 고추밭 사이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오솔길이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며 산의 품 속으로 파고든다. 오솔길을 지나면 농바위골 계류를 처음 만난다. 반대편 문경 쪽인 용추계곡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널리고 수초들이 자란 원시 계곡이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완만한 산길이 이어진다. 중간중간 왼쪽으로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모두 중대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밀재 방향은 계곡 본류만 따라 직진하면 된다. 길이 헷갈리면 산악회에서 붙여놓은 리본이 가장 많이 붙은 쪽으로 간다. 마지막 갈림길에 40분쯤 물소리를 들으며 호젓한 숲길을 걸으면 밀재에 올라붙는다.

▲ 대야산 상대봉을 향해 치솟아 올라가는 암릉. 오른쪽 가장 높은 곳이 정상이다.
밀재는 조항산에서 대야산으로 흐르는 백두대간 마루금으로 반대쪽은 용추계곡이 자리 잡고 있다. 대야산은 정상 일대가 우뚝 솟은 덕분에 산길이 매우 험하다. 산길 여러 코스 중에서 밀재에서 오르는 길이 가장 쉬운 편이다. 이제부터는 암릉길이다. 경사 가팔라지면서 군데군데 로프를 잡고 오르게 된다. 30분쯤 오르면 거대한 바위 사이로 길이 나 있는 대문바위를 만난다. 여기서 한숨을 돌리고 다시 된비알을 30분 더 오르면 암반인 정상에 올라붙는다.

한 폭 수묵화를 그려내는 상대봉

대야산이 인기 좋은 것 중에서 하나는 조망이다. 남한에서 거의 중앙쯤에 자리 잡은 덕분에 속리산 연봉에서 흘러와 희양산으로 뻗어가는 백두대간 능선이 장관이다. 아쉽게 구름이 끼어 통쾌한 조망은 가렸지만, 멀리 희양산 암봉이 반짝하다가 구름으로 들어가면서 한 폭의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 수려한 중대봉의 암봉들. 중대봉은 대야산을 통틀어 가장 바위미가 좋은 곳으로 최근 찾는 산꾼이 많아졌다.
하산은 다시 밀재로 내려오는 것이 현명하다. 정상 동쪽의 피아골, 북쪽으로 촛대재로 내려가는 길 모두 엄청난 급경사라 매우 위험하다. 천천히 밀재로 내려왔으면 농바위 마을 원점 회귀하거나, 문경 쪽 용추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다. 두 곳 모두 1시간 30분쯤 걸리며 길이 완만하다. 서둘러 농바위골로 다시 내려와 아무도 없는 계곡에 풍덩 몸을 던졌다. 시원하다 못해 춥다. 느긋하게 피곤을 풀면서도 산행 중 보았던 중대봉의 시원한 화강암 봉우리들이 떠오른다. 가을철에는 중대봉의 대슬랩을 오르며 짜릿한 바위맛을 봐야겠다.

가는 길과 맛집

농바위 마을(삼송3리)로 가려면 청천면 송면이 기점이다. 서울→송면은 동서울터미널에서 화북 가는 버스를 타고 송면에서 내린다. 07:10 10:30 13:00에 있고 3시간 30분 걸린다. 청주→송면은 가경터미널에서 07:20~19:00(1~2시간 간격), 1시간 35분쯤 걸린다. 송면에서 농바위 마을로 가려면 택시를 타거나 걸어간다. 걸어서 30분, 택시 타면 5000원쯤 나온다. 송면택시 043-833-8228. 송면은 자연산 버섯으로 하는 요리가 유명하다. 솔뫼골식당(043-833-7959)이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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