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에 왕도가 없듯 장사에도 요행수는 없습니다. 고객에게 친절하고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자세만이 불황을 극복하고 고객을 잡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삼복(三伏)더위가 기승을 부린 21일 청주 성안길에 위치한 KT청주지사 강당에서는 이색 졸업식이 열렸다.
청주 성안길상점가 상인대학 졸업식.
청주 최고 상권인 성안길 점포 경영인 54명이 학사모를 썼다.
이번 상인대학은 2010년 중소기업청 전통시장 활성화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주관하고 한국유통기술개발원이 위탁교육했다.
이들은 지난 4월 21일부터 7월 21일까지 매주 수,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모두 25회 64시간동안 경영마인드에 대한 기본과정과 심화과정을 이수했다.
장사에 관한 노하우를 수십년간 바닥부터 갈고 닦아온 베테랑 상인들이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까닭은 성안길이 예전같지 않은 현실 탓이다.
그동안 청주 성안길은 서울 명동에 버금갈 정도로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최고 상권이었다. "자리가 좋아 문만 열어 놓으면 된다"는 안일한 의식이 지배했던 곳이다.
그러나 10여년전부터 청주 외곽을 중심으로 대규모 택지개발로 상권이 다핵화되고 대형유통매장의 등장으로 단일 상권 최고 명성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더욱이 대형 백화점 진출설 등으로 어느 때보다 청주 최대 로드숍인 성안길 상점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상당수 브랜드가 백화점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유통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상인대학의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했던 것.
청주성안길 이평주 번영회장(상신양행(비너스, 와코루) 대표)는 "그동안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상인대학이 많이 개설됐었으나, 이번처럼 중심상점가에 문을 연 경우는 거의 처음이었다"며 "성안길 회원 300명 중 이번에 54명이 졸업을 했고, 다음에도 추가로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설현대화 등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이런 교육을 통해 유통 경영자로 의식 변화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최충진 메트로씨티 대표는 "성안길도 이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어 장사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 힘든 과정이었지만 유통 서비스에 대한 개념을 배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상인대학 졸업장이 정규학교 졸업장 이상 갈 정도로 더 기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한범덕 청주시장은 "성안길은 청주를 대표하는 얼굴로 상점주와 청주시가 자부심을 갖고 성안길을 전국에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자"며 "성안길 발전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