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이후 충북도당 재편 가속화될 듯

지방선거 참패 이후 책임론에 휩싸인 가운데 7.28 충주 보궐선거를 통해 재기를 노리는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리고 있다. 수감번호 64를 자신의 필명으로 쓴 지사풍의 시인 이육사(본명 이원록)의 시 광야의 마지막 연 일부처럼 ‘다시 천고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의 등장을 간절히 고대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14일 전당대회 이후 시·도당 재편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18대 총선 패배에 이어 6.2지방선거에서 충북의 지방권력마저 내준 충북도당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메스를 대는 대수술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보궐선거만 이긴다면 윤진식號 순항

현재로서는 7.28 보궐선거가 충북도당의 역학구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도당은 세종시 수정안 추진이 지역여론을 악화시켰고 그 민심이 그대로 지방선거에 반영됐지만 이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놓거나 그 어떤 인적 쇄신도 보여주지 않았다. 일단 7.28 보선 결과를 한번만 더 지켜보자는 심산이다. 그만큼 충주보선에 나서는 윤진식 후보는 한나라당이 믿는 후보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중책을 맡았고 인수위에서도 활동했던 윤 후보는 18대 총선에서 낙마한 뒤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는 등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윤 후보는 충청리뷰와 인터뷰에서 “지사가 야당이고 충주시장마저도 야당인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선을 댈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기업투자도 인맥을 이용해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고, 내가 바로 적임자다”라고 말했다. 이는 권력의 핵심부에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야당일색인 구도 속에서 최소한의 균형을 호소하는 양면 포석인 셈이다.

어찌 됐든 윤 후보가 당선되면 송광호(제천·단양) 의원 외에 단순히 한나라당 의석이 1석 더 늘어난다는 산술적 의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대변인을 맡았던 청원 출신의 김병일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도당의 얼굴을 바꿔야 한다. 윤 후보는 충주 국회의원이 아니라 충북을 대표하기에 충분한 인물이다. 송태영, 윤경식, 한대수 등 현재의 당협위원장과는 게임이 안 된다. 저쪽(민주당) 선수들이 쟁쟁한데 우리도 그에 맞는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윤 후보가 당선됐을 때 얘기다. 민주당은 윤 후보를 정운찬 총리,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함께 충청출신 ‘세종시 3적’으로 몰아붙이며 궁지로 몰고 있다. 만약 윤 후보가 현 정권의 실세라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선에서 낙선할 경우 충북도당이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는 것은 물론이고 윤 후보 본인은 재기하기 어려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내게 준 미션이 있는데…” 김병일

언제든 충북으로 내려올 준비가 돼있는 인물이 바로 김병일 민주평통 사무처장이다. 김 처장은 18대 총선 당시 청주 흥덕갑 공천을 받았다가 계파 안배에 따라 공천이 번복돼 윤경식 흥덕을 현 당협위원장에게 공천장을 빼앗겼다. 당시로선 지역기반이 없던 김 처장이 공천을 받았던 과정이나 다시 공천장을 말없이 내준 과정 모두가 그가 MB의 복심(腹心) 가운데 한 사람임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김 처장은 충청리뷰와 전화인터뷰에서 앞서 언급한대로 도당을 구원할 초인으로 윤진식 후보를 꼽았다. 그렇다면 본인의 야심은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전당대회가 끝나면 신경을 써야 한다. 위기 중에 위기다. 내가 지역정치를 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일단 나에게 준 미션이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 처장은 그러나 자신이 지역구로 내려올 경우 18대 당시 출마를 준비했던 청주 흥덕갑이나 자신의 고향인 청원이 정치적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의식한 것인지 최근 정치적 행보를 노골화한 이승훈 전 정무부지사에 대한 견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정우택 전 지사와 도정 절반을 동행한 이 전 정무는 출생지가 청원임을 고려해 오창에 연구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처장은 이에 대해 “나이는 동갑인데 고시는 나보다 1년 위로 알고 있다. DJ정부 시절 나는 정무로, 이 전 정무는 산업정책비서로 근무했다. 충북에서 정무부지사를 지냈으니 약점은 많이 커버했겠지만 솔직히 이 전 정무가 청원이 고향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이론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김 처장은 또 굳이 본인의 거취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대선후보를 따라 움직이지 않겠나. 2,3차에 걸쳐서 움직일 것이다. 당선 가능성에 따라 객관적 고려 없이 이합집산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거취가 궁금한 정우택 전 지사 행보

그러나 누가 뭐래도 앞으로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는 것은 정우택 전 지사의 행보다. 정 전 지사는 6.2 지방선거 낙선 이후 도청을 떠나면서 “일단은 몸과 마음을 추스른 뒤 가을쯤이면 (나의) 행보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 전 지사가 홍재형(청주 상당) 의원 등 거물 정치인 상당수가 거주하는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에 아파트를 구해 8월 중 이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 전 지사의 청주 상당 총선 출마를 예견하는 섣부른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금천동은 덩달아 충북의 정치 1번지로 일컬어졌다.

정 지사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임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일부 언론이 쏟아내고 있는 총리 하마평이다. 정운찬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정 전 지사가 충청권 민심을 달래기 위한 카드로 비중 있게 논의되고 있다는 얘기다.

어찌 됐든 정 전 지사가 본인의 입으로 거론한 ‘가을’은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도당 재편, 총리교체와 내각 및 청와대 재편 등 정부·여당의 정비가 마무리된 시점을 일컫는 것이 분명하다. 그 안에 거처가 마련되면 그리로 가고 아니면 스스로 진로를 개척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 전 지사의 한 측근은 13일 “전당대회를 치르지만 대의원 조직을 철저히 당협위원장이 쥐고 있어서 정 전 지사가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당연직이 아니기 때문에 표도 없다. 당의 실력자를 두루두루 다 알지만 솔직히 친이도 친박도 아닌 이방인 아닌가? 청와대 수석이나 입각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솔직히 도와줄 사람이 없다. 그(당 실세)들도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황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측근은 정 전 지사의 19대 상당 출마설에 대해서도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지금부터 섣불리 거론되는 것은 적을 만드는 일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반해 김병일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정 전 지사와 며칠 전 통화를 했는데 ‘충북 한나라당의 복원을 위해 필요하다면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하더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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