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지역 생산자들, 한살림 전체 물량 20% 담당
석산 개발․4대강 반대 등 지역운동 참여도 활발

1회 : 지역 유기농 매장의 히스토리
2회: 괴산에 사는 괴짜농부들
3회 : 괴산과 오창, 유기농업의 메카로
4회 : 로컬푸드 운동과 공공급식의 미래
5회 : 지자체 유기농 브랜드 왜 못 살리나
6회 : 원주, 평택 등 타 지역 사례

<유기농업, 충북을 살린다> 괴산에는 괴짜 농부들이 많다. 30년 전부터 유기농업을 실천한 공동체부터 최근엔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농부가 된 귀농자들도 많다. 무엇보다도 지금도 하루 8시간씩 굴착기를 타고 농장 주변의 도랑을 치는 93세 현역, 풀무원 농장의 원경선 원장이 괴산 청천에 터를 잡고 있다. 그가 1976년 경기도 양주에서 유기농 배추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 국내 첫 번째 유기농이다. 원경선 박사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업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건강을 지켜주는 농사법이라고 강조한다.

김관식 한살림괴산생산자연합회 사무국장은 “최근에 귀농한 사람들이 유기농업에 관심을 많이 보이지만 여전히 관행농이나 특수작물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유기농 산업이 확대되고 있지만 생산자들이 함께 생겨나지 않으면 불균형을 이룬다. 그러다보면 수입된 유기농 식품을 먹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괴산은 유기농업의 최고 입지로 꼽힌다. 수도권과 가까워 교통이 좋고, 산과 골이 깊은 독특한 자연환경 때문에 최적의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살림 전체 물량의 1/5을 괴산지역 생산자들이 공급하고 있다.

유기농업은 단순히 농약과 비료를 주느냐 안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와 농촌, 사람과 사람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한다는 데 의미를 둔다. 하지만 전국에서 유기농업 생산자들은 현재 5%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김 사무국장은 “괴산에만 11개 공동체, 250여명의 한살림 생산자 회원이 있다. 귀농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1년에 2번 정도 괴산지역 친목도모 귀농자모임이 열리는데 70~80명이 모인다”고 설명했다.
귀농을 할 경우 길게는 1년 정도 농부수업을 받고 농촌에 들어온다. 전국귀농운동본부, 괴산귀농자모임, 한살림귀농학교 등 다양한 단체에서 여는 귀농관련 프로그램이 많다.

▲ 한살림 단오제가 솔뫼농장에서 열리면 곧 마을 잔치가 된다. 아이들은 선수로 나선다.

귀농자들과 토박이가 함께 살아가는 괴산 솔뫼농장

“땅이 살아나니 사람의 삶도 기름지네”

‘공동육아’목표, 도시와 지속가능한 삶 모색

“뚝딱 뚝딱.” 솔뫼농장에는 솔멩이골 도서관 간판이 걸렸다. 삐뚤빼뚤한 손글씨 간판 뒤로 아동도서부터 인문학 서적까지 솔뫼농장 회원들이 모은 책이 책장을 메웠다. 아이들은 논밭에서 ‘투구새우’를 잡고 신이 났다. 투구새우는 유기농업을 하는 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생물이다. 솔뫼농장은 지난해부터 우렁이 농업을 접고 투구새우로 전환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투구새우로만 농사를 짓는 게 혁신적인 일이라 이곳에 표본을 만들고 예의 주의하고 있다.

▲ 솔멩이골 도서관은 아동도서부터 인문학 서적까지 고루 갖춰져 있다.
▲ 솔뫼농장 아이들은 투구새우를 잡으면서 자연과 함께 놀고 있다.
사무실 한 곳에서는 오전 농사일을 끝낸 회원들이 맥주와 치킨을 먹으면서 오후의 나른함을 달랜다. 김의열 총무는 “농사꾼이 왜 좋은지 아세요. 일단 속 편하고,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23살에 농촌에 내려온 그는 솔뫼농장의 초창기 멤버다.

토박이와 귀농자가 반반 섞여있는 솔뫼농장은 현재 15가구 20여명이 회원으로 있다. 1994년 5가구로 시작해 1996년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공동으로 땅을 마련했다. 소비자의 집과 각종 농사에 필요한 시설들을 갖췄다.

건고추를 청주한살림에 공급하면서 한살림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98년부터는 토마토와 찰벼를 본격적으로 서울한살림에 공급하게 됐다. 현재 농사짓는 품목은 찹쌀, 토마토, 옥수수, 늙은 호박 등의 1차 농산물이다. 2006년에는 정부지원과 융자를 받아 가공공장을 짓고 고추장과 엿기름, 메주를 생산하고 있다.

솔뫼농장은 도시와 농촌이 함께 하는 공동체를 꿈꾼다. 화양동 계곡 상류지역 괴산군 청천면 이평리에 위치한 솔뫼농장은 농촌에 대한 도시인의 로망을 자극시킨다. 그런데 김 총무는 손사래를 친다. 그는 “유기농업을 하다 보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주변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도 부담스러웠고, 병이 나서 작물이 죽은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초창기 판로가 없을 때는 여기 저기 부탁하고 매주 성당 등을 찾아다니며 좌판을 벌였다. 한살림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뒤로는 판로가 많이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 솔뫼농장 식구들이 손 모내기에 나섰다. 개별영농이지만 품앗이를 실천한다.

솔뫼농장은 비료농약을 안한지 10년, 무농약을 안한지 10년이다. 그래서 솔뫼농장 공동체 회원이 되려면 1년 동안 300평의 농사를 유기농으로 지어야 한다. 일명 ‘유기농업 서약서’를 제출해야만 회원이 될 수 있다.

솔뫼농장은 개별 영농을 하고 있으며 연 매출의 3%를 공동체 운영자금으로 내놓는다. 논 2만 5000평, 밭 2만평을 짓고 있으며 출하금액은 5억 5000만원이다.

월례회 통해 농장 대소사 결정

회원들은 유기농업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운동에도 관심이 많다. 인근 지역 석산 개발에 나서고 있고, 보람원 청소년수련원 오폐수문제를 고발했다. 대운하백지화괴산군민운동을 조직해 4대강 개발 반대운동에도 참여한다.

이제 5개월 차 신참회원인 강문희 씨는 지난 8년 동안 한살림 소비자이자 활동가로 소비자운동을 하다가 올해 초 귀농했다. 최현주 씨도 올 초 도시생활을 접고 이곳에 터를 잡았다. 기획자로 왕성한 활동을 벌였던 그는 남편과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와 귀농을 결심했다. 최씨의 남편은 ‘빈집’‘마파도’의 촬영감독 장성백 씨다. 유명촬영감독과 잘나가던 기획자가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는 ‘같이 사는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장성백 씨는 솔뫼의 소소한 역사를 카메라로 기록하고 있으며 최씨는 솔뫼농장에서 대안적인 삶을 모색한다. 그는 이곳을 ‘가능성의 땅’이라고 했다. 최소한의 자급자족으로 땅을 살리고, 무엇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기 때문이란다. “가령 누구네 집에 비닐하우스를 세운다고 문자가 오면 모두들 달려 나와요. 일 끝나면 국선도를 하고, 여성회원들은 모여서 노래연습을 하죠. 천연염색, 바느질, 도서관 모임 등 자체 모임을 벌이고 있고 점심때면 모여서 같이 식사를 해요.”

▲ 솔뫼 어울림터는 도시인들의 주말농장과 체험 프로그램 공간으로 활용된다.
두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교육문제에 있어서도 확고한 철학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공동육아를 목표로 하며 도시교육을 거부한다는 것. 물론 일제고사도 반대한다. 그는 학교급식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귀농자들 대부분 명문대를 졸업하고 사회에서 전문가로 활동한 것도 이른바 ‘마을 육아’가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최 씨는 “아이들의 사교육비, 준비물 비용이 전혀 들지 않으니 도시생활보다 소득은 현저히 줄었어도 불편하지 않다. 일주일에 5만원 쓰기가 바쁘다”라고 말했다.

솔뫼농장은 매달 15일에 월례회를 통해 모든 농장의 대소사를 결정한다. 도시 소비자들과 함께하는 행사도 제법 많다. 1년에 3차례 단오제를 열고, 대보름 잔치와 추수감사제, 한살림 생명학교도 열린다.
지난해에는 농장 식구들과 한살림 소비자 회원을 비롯한 많은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솔뫼 어울림 터’를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연중 프로그램이 열리는데 도시의 환경단체나 예술단체에게 공간을 기꺼이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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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지역 유기농 생산자 공동체 따라잡기
1차 농산물 생산에서 가공까지

한살림괴산생산자연합회의 경우 1970년대 눈비산 마을을 중심으로 개별 공동체들이 오랜 세월을 두고 발전해왔다. 현재 11개 공동체 250여명의 회원이 있다. 축산과, 경종, 채소, 잡곡, 과수 등의 생산과 가공까지 이뤄지고 있다. 교육과 생태 등 지역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눈비산 마을
괴산 한살림의 모태가 됐으며 두레식품, 괴산잡곡, 흙살림 등이 이곳에서 나왔다. 소수산 눈비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으며 30년 동안 농약을 치지 않은 마을이다. 유정란과 우리밀 전병을 주로 생산하며 회원수는 7명. 출하금액은 9억 5000만원이다.
◇괴산한축회
한살림 소와 돼지를 생산하고 있다. 2003년부터 non-GMO사료로 키우고 무항생제 축산을 실천했다. TMR공장을 신축해 사료 자급률을 높이고 분뇨 자원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순환농업을 준비 중이다. 회원수는 42명. 출하금액은 114억이다.
◇삼농회
감잎차를 생산하며 천연염색을 하고 있다. 제월초등학교에 터를 잡고 있고, 대안학교인 ‘느티울행복한학교’를 운영한다. 집짓는 목수교실도 열린다.
◇두레식품
한살림에 쇠고기, 돼지고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육가공품을 공급한다. 햄, 소시지를 비롯한 육가공품은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오랜 준비 끝에 HACCP인증을 받았다. 회원수는 40명, 출하금액은 165억이다.
◇괴산잡곡공동체
칠성면에서 기장, 수수 등 20여 가지 잡곡을 생산한다. 대부분 농사경력이 30년 된 어르신들이 활동하고 있다. 토종종자 시범포도 사업도 운영 중이다. 회원수는 75명, 출하금액은 8억이다.
◇감물흙사랑
감자, 고추, 벼 등을 주로 생산한다. 공동선별, 공동 출하로 높은 품질을 담보한다. 회원수는 62명, 출하금액은 7억 6000만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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