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당선자 과반 안되는 득표율 주목
학부모·교사등 수월성 교육 재검토 요구

지난 2일 치러진 제15대 충북교육감 선거에서 이기용(65)후보가 당선되면서 3선 고지에 올랐다. 최종 개표결과 이 당선자가 얻은 득표율은 46.3%(31만358표)로 과반을 넘지 못했다. 반면에 MB정부 교육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충북 수월성 교육의 폐단을 지적하고 나섰던 김병우(53)후보는 34.2%(22만9316표), 김석현(61) 후보는 19.5%(13만848표)로 두 경쟁 후보 득표율이 모두 합쳐 53.7%(36만164표)로 절반을 넘었다.

이 같은 점을 의식해서인지 이 당선자는 당선소감에서 '가슴 따뜻한 인재육성'을 제 1의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어 자신의 공약을 선·후를 따져 실천하고 두 후보의 공약도 선별해 충북 교육정책에 반영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고교 서열화를 불러올 고입연합고사는 예정대로 추진하고 시험과목과 반영비율은 차후 조정할 것임을 덧붙였다. 그러나 시험과목의 조정도 특정 교과목 교사의 소외를 불러 올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도교육청 관계자의 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충북 교육정책의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제 대통령의 후광으로 제14대 교육감에 당선된데 이어 MB정부의 심판론으로 녹색바람이 일면서 정당선호도에 따라 제15대 교육감에 당선되는 묻지마 투표가 재연됐다. '검증된 교육감'론으로 일부 보수표가 집결되어 당선됐다고 생각하지 말고 변화를 소망하는 학부모, 교사,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문제풀이 보충수업으로는 행복교육을 만들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이수철 교육국장은 "학력신장을 위한 월말평가도 정규수업 이후 보충수업도 지시한 바 없다"며 "모두가 학교장 재량아래 추진되는 일이다. 교과과정과 달리 시행되는 곳이 있다면 철저하게 가려 지도하겠다. 다만 월말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 등 일명 일제고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현재 수준을 가늠해 보고 교사가 학생 지도를 위해 전수평가를 한다고 좋은 쪽으로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열등의식 교육, 교육청-교과부 책임회피 급급"
청주 한솔초 자모 김순자씨 한 달째 릴레이 1인 시위

▲ 자모 김순자씨 1인 시위
청주 한솔초등학교 자모 김순자(사진) 씨. 그는 학부모 3명과 함께 지난달 4일부터 벌써 한달이 넘게 매일 아침 학교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학교측이 학부모 동의 절차 없이 정규수업이 끝난 이후 1시간씩의 보충수업을 1학년을 제외한 전 학년으로 확대 시행한데 대한 우려에서다. 말이 좋아 보충수업이지 기계식 문제풀이로 늦은 밤까지 100점을 맞지 못하면 붙잡아 두는 열등의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학교측이 알림장을 통해 알렸다고 했지만 이를 아는 학부모가 몇 안 되는 상황이다"며 "매일 아침 8시부터 8시30분까지 30분 동안 학생들 등하굣길과 교사들 출근길에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는 잘 모르는 학부모들과 교사들에게 알려 우리 아이들을 시험지옥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측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한솔초등학교 윤진수 교감은 "다른 학교에 비해 평균 성적이 많이 떨어져 방과 후 보충수업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알림장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알렸다. 일부 불순한 의도를 가진 학부모들이 끼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모 김 씨는 "학교와 대화가 되지 않아 도교육청 교육국장을 수차례 면담했다. 하지만 학교장 재량이란 말만 되풀이 했다"며 "지난달 24일에는 답답한 마음에 교과부에 진정서까지 제출했지만 되돌아 온 답은 관할 교육청의 답변을 들으라는 얘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시험지옥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하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때까지 릴레이 1인 시위를 계속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6일 오전 도교육청에서는 '시험지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구하자'며 2500여명의 뿔난 엄마들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며 외치기도 했다. 

"아이들, 시험지옥서 포기할까 걱정"
증평초 서영자 교사 양심선언 아고라 댓글 이어져

▲ 서영자 교사 양심선언
충북 증평초등학교 서영자(사진) 교사. 지난달 초 교육과정과 달리 운영되는 월말평가를 거부하며 양심선언을 하고 나서 화제가 됐다. 서 교사는 당시 연간 4회 평가를 기본으로 하는 학교운영위원회의 '2010년 교육계획 심의' 결정과도 다르고 학부모들의 의견과도 다른 월말평가에 대해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란 문제의식을 제기하기도 했다.

"학력신장이라는 미명아래 쉬는 시간을 10분에서 5분으로 줄이고 점심시간마저 30분으로 줄여가며 목표점수를 이수하지 않으면 밤 10시까지 초등학생을 붙잡아 두는 교육이 바람직한 교육인가. 문제유형 풀이로 단기간에 성적이 오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공부에 염증을 느끼거나 뒤처지는 학생은 자포자기를 하게 된다. 나는 협력학습을 통한 진정한 실력배양을 바란다"

서 교사는 "수차례 파행교육을 바로 잡을 기회를 학교측에 전달했지만 끝끝내 입장변화가 없었다"며 "그나마 학력상을 주기로 했다가 없앤 것이 고작이다"고 말했다. 사실 이 학교장은 "교육청 장학사들이 월말평가 성적을 요구하고 성적이 오를 때까지 당분간 월말평가를 계속 시행할 것"이란 입장표명을 한 바 있다.

서 교사는 "수차례 교육 살리기 시민 토론회를 통해 뜻을 함께 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의 모임을 갖고 있다"며 "또 시험지옥에서 우리아이들을 구해주세요(cafe.daum.net/testoutcb)란 카페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그는 연간 16차례 가까이 시험을 보면서 중(6회)·고(11회)등학교 수험생보다 시험을 많이 보는 초등학생의 사례를 주제발표하기도 했다.

그의 이 같은 교육파행 사례는 지난달 말 아고라에 올라가면서 보름 만에 550명 가까운 누리꾼이 다녀가기도 했다. 아이디 캡틴은 "이러다가 아이들 몇몇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제발 그런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할텐데"란 글을 남겼다. 아이디 꽁아는 "충북에 사는 게 부끄럽다. 어린 학생들 희생시켜 승진인사나 치적 쌓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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