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해 충청대학 행정학부 교수

사회약자와 균형을 위한 소금역할을 해오던 언론은 또 어떠한가. 온갖 구실과 강요로 멀쩡한 언론을 장악하더니, 이젠 정권의 나팔수를 자임하고 있다. 모든 뉴스가 비판은 고사하고 엄연한 사실마저 왜곡하고 있다. 민주국가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마저 손 볼 태세다. 백주 대낮에 법관들이 테러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 모든 국가운영이 청와대 중심이고, 모든 판단이 정권안위에 모아져 있다. 과거 7~80년대식 검문이 재기되었고, G20 정상회담 기간 동안에는 군대도 동원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운 모양이다.
전통, 상식, 원칙, 법이 혼미하고 위태롭다. 우리가 믿어 온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그 자체를 의심해야 할 지경이다. 견제와 균형은 사라지고 무소불위의 천하다. 자기들에게 불리하면 깡그리 무시한다. 소위 타임오프제의 도입으로 노동권은 박살났다.
약 4만 명이 넘는 현대차 노동조합의 노조 전임자(임금 받는 노조활동가)가 20명(종전 약 230명)으로 축소된다. 이제는 산업현장에서도 근로자 권익은 사용자의 자비에 기댈 수밖에 없다. 전직 대통령 추모 1주기에 현직대통령은 천안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최소한의 예의와 도의를 져버린 행태다.
전직 대통령이 존경받는 전통을 만들자고 할 때는 언제고. 국가적 대참사였던 천안함 침몰. 국민의 50% 이상이 대응과정과 위기관리에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이의를 주장했다고 군 지휘부는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 전문가적 견해와 합리적 의심이 질식당하고 있다. 헌법적 가치들이 유보되고 있다. 6.2 지방선거. 공약은 실종되고 한마디로 철저히 기획된 북풍이벤트였다.
무릇 보수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기본질서를 지키려는 하나의 성향이다. 그 태생에서도 알 수 있듯 보수주의는 이미 익숙해진 생활방식과 환경의 가치를 인정하고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려는 안정희구의 심리상태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보수주의자들이 생명보다 더 고귀하게 생각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그것은 권력자와 금력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간사회의 기본윤리는 제도 운영의 대전제이다. 서로간의 차이는 자연의 이치이다. 그 차이를 존중할 때 나도 존중받는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할 책임이 있다.
또한 대통령은 전 국민의 대통령이다. 단지 보수주의자나 권력과 금력을 가진 자만의 대표가 아니다. 오히려 힘없는 서민과 근로자에게 더 애정을 갖는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 언론은 제4부이다. 권력에 대한 견제와 약자에 대한 배려는 빛나는 언론의 정수이다. 언론이 권력과 유착하며 약자들에 무관심할 때, 그 언론의 존재가치는 무엇인가.
세상은 변화한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듯 모든 것은 순리 안에 있다. 정치에 있어 순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국민을 하늘같이 우러러 모시는 일이다. 이 과정에 서민과 약자, 그리고 근로자들은 더 많은 애정으로 배려해야 한다. 그것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지향하는 J. Rawls의 정의관이다.
또한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절차를 중요시한다. 하나의 이념으로서 보수가 절대 신앙인양, 그것이 본질인양 부추기는 모리배들의 노예가 되지 말자. 자연의 섭리에 모든 개체들이 따르듯이, 정치도 순리를 따라야 국민들이 따르게 된다. 국민들이 따르지 않는다고 권력을 들이대면 그것이 독재다. 근본에는 예외가 없는 법. 성하의 초입에서 다시 한 번 근본을 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