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한솔초 등 5월부터 2학년 이상 전 학년 일제히 확대
학부모 "동의절차 없어… 성적지상주의 부작용" 1인 시위

▲ 한솔초등학교가 방과후 보충수업을 5월1일자로 확대한데 대해 일부 학부모들이 반발해 지난 4일부터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은 자모 김순자씨.
월말평가 성적통지, 학력상 수여, 정규수업 이외에 방과후 보충수업, 쉬는시간 10분에서 5분으로 단축 등 7차 교육과정과 달리 가는 초등학교 파행교육에 대한 각계각층의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교사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학교측에 요구하며 양심선언<충청리뷰 627호 14면>을 하고 있고 학부모들마저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지켜보다 못해 '시험지옥으로부터 구해야 한다'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한 때 강우석 감독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년作)'란 영화가 사회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요즘 학부모들은 기계식 문제풀이에 지친 아이들이 학업에 자포자기나 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학부모 동의 없이 진행되는 학교 재량수업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청주 한솔초등학교는 학부모 동의 없이 6학년을 대상으로 하던 정규 수업 이외의 보충수업을 5월1일자로 2학년부터 전 학년으로 확대 시행하면서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학부모 '시험스트레스서 구하자' 1인 시위
10여명의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아 거칠게 항의하고 일부 학부모들은 지난 4일부터 매일 아침 8시부터 8시30분까지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학부모들의 동의 없이 보충수업과 월말평가를 시행하면서 시험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사실을 알리기 위해 학생들 등교 시간이자 교직원들의 출근 시간을 이용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7일 오전 8시 1인 시위에 나선 자모 김순자씨는 "2학년 자모로부터 학교의 파행교육 사례를 전해 들어 참여하게 됐다"며 "학운위 회의록이나 학교홈페이지 공시도 없이 시행한 것은 학부모를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학부모의 동의 절차는 구해야 하는데 일부 학부모에게 알림장을 전달한 것이 고작이고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모르는 상황에서 시행됐다"며 "학습 부진아의 보충수업이 필요하다면 학부모의 동의 아래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맞다. 매일같이 기계식 문제풀이를 하고 월말평가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시험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제대로 된 교육과정인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또 "이 같은 피행 교육 과정에서 우리 아이가 받아온 학력상을 지역 교육청에 반납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이 같은 교육과정 파행 사례는 비단 한솔초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3일 오후 7시 청주시내 모처에서 열린 교원들의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연석회의에서도 드러났다.

교사들 "교육철학·소신 어긋나" 양심선언
이날 교사들은 양심선언을 통해 "교사의 교육철학과 소신에도 어긋나는 기계식 문제풀이나 수월성 교육은 단기적으로 성적향상을 가져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학업성적에서 뒤처지는 아이들이 학업을 포기하는 부작용을 가져 올 것"이란 우려를 한 목소리로 냈다.

당시 청주 율량초등학교 한 교사는 "학부모 동의 없이 부진아를 대상으로 하던 방과 후 보충수업을 2학년 이상 전 학년으로 확대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 청주 봉명초와 수곡초의 교사들도 "5월부터 월말평가를 보거나 이미 보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청주 동주초는 월말평가 성적 우수자에 대해 학력상을 주는 방안이 추진되다 교사들의 반대로 없었던 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주초 한 교사는 "경쟁교육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결국에는 성적향상보다 학교폭력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며 "교과과정대로 협력학습을 통한 창의력 인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청주 한솔초등학교 김학겸 학교운영위원장은 "우리 학교는 인근 영구임대아파트가 있어 250여명의 결손가정 학생이 다니는 지역적 특수성이 있다"며 "방과 후 학습을 통해 탈선학생을 선도하기 위한 학교운영위원회 결정이었다. 아이들에게 시험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안타깝지만 토요일까지 학교 문호를 개방해 갈 곳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는 특수시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측, "타학교 비해 성적저조 결정"
자모 김순자씨는 "학교 교육과정의 절차상 문제를 꼬집고 싶다"며 "학부모의 의견수렴 없이 다른 학교가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지금이라도 학부모들에게 동의 절차를 얻어 시행해야 한다. 특히 저학년 학부모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솔초등학교 윤진수 교감은 "다른 학교에 비해 평균 성적이 많이 떨어져 방과후 학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학부모들에게도 학교 홈페이지 알림장을 통해 알렸지만 학생들이 전달을 하지 않으면서 대다수 학부모들이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홈페이지 알림장은 학부모들의 접근성이 제한적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그래서 가정통신문 회신도 아니고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학교가 재량수업을 추진한데 대해 대다수 학부모들이 절차상의 하자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교육의 중심이 학생인 상황에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이 문제풀이 보충수업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굳이 이를 고집하는 학교는 누구를 위한 보충수업을 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친구들의 꿈을 키워 주죠"
청주상당고 매월 첫째주 금요일 비전데이 운영

▲ 청주 상당고 학생들이 비전배지를 선보이고 있다.
청주 상당고등학교가 '글로벌 아이(Global Eye), 세계와 만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주제로 매월 첫째주 금요일 비전데이(Vision day)를 운영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비전데이는 '비전 배지 달기, 비전 불러주기' 행사로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앞으로 매월 첫째주 금요일이면 친구의 꿈에 따라 '신의원, 이장군, 김닥터'로 부르게 된다.

사실 이 학교는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특색 있는 학교 만들기 선도학교'로 선정된 바 있다.  교과부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목표로 해마다 특색있는 학교 만들기 선도학교를 선정하고 있다.

한편 청주 상당고는 비전데이 말고도 작가와의 만남, 명사 초청 특강, 전통문화 체험, 병영체험, 한일학생 상호방문교류, 제2외국어권(프랑스·중국·일본) 문화원 견학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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