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왕읍, 학부모들 건의에 교육감 긍정 답변 ‘낙관’
대소면, 빼앗기면 지역발전 뒤쳐져 ‘위기감’ 팽배

음성군의 금왕읍과 대소면이 인문고등학교 유치를 놓고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자칫 지역민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음성군에서 가장 높은 인구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금왕읍 주민들과 대소면 주민들은 각각 충북교육청에 인문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청원서를 제출해 놓고 있어 충북 교육청을 난감하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금왕읍 주민들은 지난 2월 16일 주민 5341명의 서명을 받아 설립청원서를 접수했고, 대소면 주민들은 4월 29일 7700명의 서명을 받아 청원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 금왕읍에 위치한 충북 반도체 고등학교 전경. 1991년 인문계에서 실업계로 변경됐다.
교육청, 지역갈등 불씨 될까 ‘걱정’
지난 3월 30일 음성교육청에서 이기용 교육감과 지역 유·초·중·고등학교장, 학교운영위원회위원장, 학부모 등 1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0년도 주요 업무보고와 현안 과제에 대한 대화의 시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금왕읍 지역 학부모들이 인문고 설립을 건의하자 이 교육감이 적극적으로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소면 주민들은 금왕읍에 인문고등학교 설립을 빼앗기게 되면 지역 발전이 크게 뒤쳐지게 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느껴 급히 4월 13일부터 28일까지 서명을 받아 교육청을 방문하여 청원서를 제출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교육청 관계자는 “인접한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학교 설립을 바라고 있어 난감하다.”면서 “혁신도시에도 학교를 설립해야 될 예정인데다 인접한 금왕읍과 대소면에 동시에 고등학교 설립을 추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적당한 시기에 주민들과 만남의 기회를 갖고 의견을 청취할 것이며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정인걸 금왕읍 인문고유치위원장은 대소지역과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을 꺼리면서도 “인구 수나 지역 발전의 중심지역 등을 참고해서 교육청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 놓지 않겠느냐”고 낙관적인 기대를 밝혔다. 이어 “매년 35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졸업을 하고 있지만 읍내에 있는 반도체고등학교로는 20~30여 명밖에 입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인문고 설립이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금왕지역은 부용장학회, 금왕장학회 등 교육발전을 위한 지역민들의 관심이 각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김영호 대소면 고등학교유치위원장은 걱정스런 반응을 나타냈다. 인근 진천군 광혜원고등학교로 학생들을 대부분 빼앗기고 있어 수 년 전부터 고등학교 유치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전제하면서 “금왕읍은 인문계 학교인 금왕고등학교를 공업고등학교로 바꾼 것인데 이제 와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또 설립해달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대소는 인구증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읍 승격을 앞두고 있는 만큼 반드시 우리 지역에 고등학교가 설립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대소지역에 주소를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체 종사자가 5천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고등학교가 없기 때문에 근로자 혼자만 고생하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중립지대 설립 등 대안 마련’ 주장도
인문고 유치를 놓고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실태에 대해 음성교육청 등 뜻있는 지역주민들은 “지역간 갈등으로 발전되기 전에 주민 대표들이 만나 중립지대 설립 등 하루빨리 대안을 도출해 내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4월말 현재 지역별 인구는 금왕읍이 2만 1379명, 대소면이 1만 6106명이다.
그리고 학생수는 금왕중학교가 전교생 988명이고 학년별로는 1학년 354명, 2학년 333명, 3학년 301명이다. 대소중학교는 전교생이 602명이고 1학년 204명, 2학년 185명, 3학년 207명으로 구성 되어 있다.

한편 음성군 관내 고등학교로는 음성읍에 음성고등학교(인문계), 감곡면에 매괴고등학교(인문계), 금왕읍에 충북반도체고등학교(실업계), 맹동면에 꽃동네학교(특수학교) 등이 있는데 충북반도체 고등학교는 1969년 무극종합고등학교로 개교 된 후 1991년 공업계 고교로 바뀐 후 2007년 충북반도체 고등학교로 개명 되었다.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음성 군민들은, 현직 교육감이나 일부 후보들이 섣부른 답을 내 놓는 것도 갈등의 불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금왕읍과 대소면 지역주민들의 의견청취를 취합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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