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 대가 금품수수 혐의 구속, 경찰 수사 확대 방침
임기 초 선거법 위반 재판에선 벌금 80만원, 위기 넘겨

▲ 한용택 옥천군수가 공무원들로부터 승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민선4기 도내 단체장들이 터뜨린 사고(?)의 절정은 23일 구속된 한용택 옥천군수다.
한 군수의 혐의는 수 십 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인사청탁 대가로 금품을 수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위반했다는 것.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한 단체장이나 정치인들은 대부분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수수 등의 적용된다.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직을 잃은 정치인들의 일부는 사면복권 등을 통해 재기에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뇌물이나 대가성 금품수수 혐의로 낙마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힘들다. 설사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정계에 복귀하더라도 은연중에 ‘뇌물 정치인’이라는 전력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한 군수도 정치인으로서 치명적인 뇌물수수. 그것도 부하 공무원들의 승진을 대가로 했다는 점에서 시민단체들은 ‘매관매직’이라는 용어를 주저없이 사용하고 있다.
옥천군은 물론 도내 공직사회 전체가 술렁일 정도로 한 군수 구속의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찰은 한 군수가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 외에도 다른 인사 대상자들에게도 금품을 받았는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여진이 어디까지 얼마나 확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옥천군 공무원은 “하위직원들은 청내에 떠돌던 한 군수의 금품수수 이야기가 소문일 것으로만 여겼지만 사실로 드러나자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인간적이고 잔정이 많던 분이 한편으로는 승진을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사건에 연루된 직원들이 얼마나 있을지, 또 사건이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원인들의 시선도 부담스러울 지경”이라고 전했다.

차명계좌 수십 개 관리

한용택 옥천군수의 뇌물수수 사건은 올 초 경찰이 관련 첩보를 입수하면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 군수가 사무관 승진이나 청원경찰 채용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소문 수준의 내용이었지만 관련자들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계좌가 발견된 것이다.

뇌물 사건 수사는 관련자들과 주변 인물들의 계좌 추적이 기본인데 이 과정에서 수 억 원의 뭉칫돈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열쇠를 확보하게 된 경찰은 차명계좌 수십여 개를 찾아냈고 이를 관리한 친인척을 여러 차례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결국 경찰은 일부 관련자들로부터 인사청탁에 따른 금품제공 진술을 확보했고 한 군수로 부터도 일부 혐의를 확인 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인 만큼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한 군수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와 진술은 확보된 상태다. 초기 수사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말 맞추기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치밀한 수사를 통해 혐의를 밝혀낼 수 이었다”고 말했다.

한 군수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일찌감치 두세 달 전부터 소문을 타고 전해졌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카더라’였던 수사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에 대해 옥천지역 주민들은 한 군수가 취임 초기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우려곡절 끝에 위기를 모면했던 전력까지 거론하며 지역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한 군수는 2006년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2005년 12월 한 식당에서 주민 25명에게 지지를 부탁하고 재산신고에서 현금 1억400만원을 누락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벌금 80만원이 선고돼 군수직을 유지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 조사에서 이 외에도 주민들에게 한과세트를 전달한 혐의도 확인됐지만 공소사실에서 제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만일 한과세트 전달 혐의까지 추가 됐더라면 군수직 상실 형을 선고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수억원짜리 아파트와 별장을 뇌물로 받고 여권을 위조해 몰래 출국하려다 들통난 충남 당진군수에 이어 전국적인 뉴스거리가 돼 창피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사회에서 다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뇌물·관련자 규모 예상보다 클 수도

한 군수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드러난 차명계좌에 대한 내역 조회와 구체적인 금융거래 출처를 확인하는 한편 또 다른 관련자가 있는지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경찰은 확인된 뇌물과 관련자의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계속 진행되는 만큼 현재 밝혀진 뇌물의 액수나 관련자 수를 공개할 수는 없다. 수사가 마무리 된 뒤 브리핑 등의 방법을 통해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차명계좌에서 발견된 금액이 최소 수 억원, 관련자들도 두 자리수 이상이라는 정도다.

특히 옥천지역은 경찰에 조사를 받은 공무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크게 동요하고 있으며 업무공백 마저 우려되고 있다.

옥천군의 한 간부 공무원은 “조사를 받은 직원 외에도 한용택 군수 임기중에 승진한 직원들 전체가 의심의 시선을 받고 있다. 더욱이 금품을 건넨 직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 등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겉으로는 평온한 것처럼 보이지만 청내 분위기는 매우 어수선하다. 경찰이 사건 결과를 발표할 때 까지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 일각에서는 관련자들을 철저히 가려내 승진을 대가로 한 청탁을 완전히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무원노조충북본부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업무공백과 차질 등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철저히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 인사와 관련해 아직도 청탁이 통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공직사회의 명예는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관련자들을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밝혀내야 한다. 만일 금품 청탁을 하고도 드러나지 않았다는 뒷말이 나온다면 제2, 제3의 한용택 군수는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