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취업지원실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 아쉬움
취업 2∼3수생 생활비에 공장·일용노동직 전전

이들은 하나같이 학생 진로를 함께 고민하고 끝까지 신경 써 주는 학교가 없음을 아쉬워 했다. 일부 존경할 만한 교수들이 신경을 써주고 있지만 좁은 취업의 문을 뚫기엔 지역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취업 준비생들은 생활비를 벌으려 공장과 일용노동자로 전전하며 현실과 조금씩 타협해 가고 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런 학생들에 대해 학교측은 학생들의 관심이 부족함을 먼저 꼽았다. 대학 4년 동안 다양한 취업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바쁜 학교생활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도내 대표적인 사립대학인 청주대학교와 학내 분규를 겪고 있는 서원대학교, 건국대학교 충주캠퍼스, 국립 충북대학교,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 4학년 졸업반 학생들과 졸업후 학교도서관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일명 대학 5·6학년생들을 만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청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4학년 이청주(27·가명) 학생은 "1∼3학년 과정에서 웬만큼 학점 이수를 해 놓았기 때문에 4학년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 강의실을 찾는 것이 고작이다"며 "오히려 취업을 위한 자격증 취득에 매달리다 보니 일부 강의실은 썰렁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건국대 충주캠퍼스 신문방송학과 4학년 최건대(26·가명) 학생은 "1∼2학년 때는 부담없는 시험이었다면 3∼4학년이 되면서 진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학점관리에 아무래도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고 전했다.
"휴학에 이력서 4∼5군데 기본"
이어 "취업 지원실 운영이 나쁘지 않지만 상아탑이 되어야 할 대학이 취업에 치중하는 아쉬움이 있다. 주변에서도 졸업이후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3∼4군데 이력서를 내 놓고 토익이나 토플 시험에 매달리는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진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졸업 1학기를 남겨 놓고 휴학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충북대학교 법과대학 4학년 이순수(24·가명) 학생은 "7과목 이상 보던 시험도 4학년이 되면 2과목 안팎으로 준다. 최소한의 학점관리를 유지하면서 취업준비에 더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채용을 적게 하는 현실도 있지만 취업을 준비하기엔 대학생활의 한계가 있다"며 "취업정보도 한정되어 있다 보니 어디에 목표를 두고 공부를 해야 할지 답답하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또 "경쟁에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영어공부에 매달리기도 한다. 학기 초에 지원했던 취업 동아리는 취업할 기업체에 대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취업활동에 들어간 비용에 대한 영수증을 첨부하면 50만원 안팎을 학교에서 지원하는 형식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지원 사업이라 보기엔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꼬집었다.
충북대학교 전자정보대학 4학년 박충대(26·가명) 학생은 "4학년 1학기 중간고사는 마지막 시험이란 느낌이 든다. 웬만큼 학점 이수를 해 놓아 수업을 별로 듣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에 필요한 스펙쌓기 이외에도 봉사점수도 무시 못해 사회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학교에 아쉬운 점은 중소기업 위주의 취업 알선이다. 또 청년 인턴사원으로 취업해도 단순 문서 작업이나 심부름에 그치다 보니 경험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전공을 살려 대기업 전자 및 반도체 회사에 진출하고 싶지만 차선책으로 대학원 공부도 준비중이다"라고 말했다.
서원대학교 사회교육학과 4학년 이창대(25·가명) 학생은 "아직은 졸업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5월에 당장 교생실습을 나갈 예정이어서 국공립 중·고등학교 교원이 되는 것이 꿈이다. 틈틈이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취업에 성공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싶은 막연한 두려움은 갖고 있다. 주변에서도 불안감에 조교로 학교에 남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있다. 반면에 학내분규로 계절 학기까지 수강하며 졸업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전했다.
학생, "학교 안정되 취업지도 아쉬움"
서원대학교 체육교육학과 4학년 김대표(26·가명) 학생은 "체육교사가 꿈이지만 차선책으로 골프 티칭프로,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중이다. 유아교육과 학생들이 병설유치원과 시립(법인)어린이집을 선호하고 차선책으로 사립어린이집을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다"라며 "2급 정교사 자격증으로 사립 중·고등학교는 들어갈 수 있겠지만 기왕이면 국공립 중·고등학교 체육교사가 되고 싶다. 주변에 보면 임용고시와 각종 공무원, 공사 시험 준비생이 50대 50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4주 단기과정으로 정교사 자격증을 주려던 정부 교육정책을 바라보며 4년 동안 임용고시를 준비해 온 친구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생각에 분괴했던 기억이 난다"며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이 안타깝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꿈은 현실적으로 소박해져만 간다. 끝까지 취업에 신경을 써 주는 학교의 관심과 배려가 아쉽다. 학내 분규를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졸업을 앞두고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올해 초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 4학년을 마친 김열성(26·가명)씨는 "지역 경로당 노인 우울증 개선 프로그램 일환으로 청년 사업단에 참여했다가 45일 만에 그만두게 됐다"며 "당초 매월 80만원 안팎의 봉급이 보장될 것이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는 취업 준비기간에 경험을 쌓기보다 취업 준비 기간을 늘리는 꼴이 됐다. 지금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공장과 일용노동자로 전전하고 있다. 좁은 취업의 문도 문제지만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현실이다. 1급 사회복지사를 취득하고 제대로 된 사회복지를 실현하고 싶었던 꿈을 접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서원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3년째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박보람(26·가명)씨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준 학교에 일단 감사 한다"며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공부하려니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대학 취업지원실 관계자는 "실무형 인재양성을 위해 30과목 안팎의 취업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사범대학이 학교 취업률의 10%안팎을 깎아 먹고 있지만 여전히 지원을 아끼지 않는 현실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