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구도에 뛰어든 마이너 정당소속의 용감한 정치신인들

6.2지방선거는 철저하게 양당구도로 굳어져가고 있다. 천안함 침몰과 함께 지방선거의 모든 쟁점이 물밑에 잠겼다. 국회에 상정돼 뜨거운 논란이 예상됐던 세종시 수정 논란도 슬그머니 실종됐다.

선거분위기가 뜰 즈음에는 모든 정치행사가 중단됐고 예비후보 등록조차 뒤로 미루는 상황이 벌어졌다. 떠들썩하던 여야정쟁도, 여여갈등도 수그러들고 ‘판’은 철저한 조직선거가 될 전망이다.

결국 군소정당과 정치신인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군소정당의 정치신인들은 겁날 게 없다. 한나라, 민주 양당의 중견 정치인들은 낙선이 두려워 앞뒤를 재지만 이들은 두 자릿수 득표에만 성공해도 당선이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군소정당과 정치신인들은 미래를 먹고산다. 꿈이 없다면 탄생하지도 도전하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김종현 민주노동당 후보-충북도의회 음성가선거구
서울대 졸업한 귀농청년…32살 패기로 도전

▲ 김종현 후보(오른쪽)는 민노당이라는 강성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시장과 논밭을 누비며 스킨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왜 하필이면 민주노동당이냐?” 김종현 후보가 충북도의회 음성가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 부모님을 비롯한 지인들이 그를 말리면서 던진 얘기였다. 그러나 김 후보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98학번)에 다닐 때부터 이미 민노당 학생당원이었다.

서울토박이면서 민노당에서 함께 활동했던 부인 전경원씨만 그의 출마를 지지했다. 하지만 강력한 지지자인 부인 전씨가 육아 때문에 함께 선거운동에 나서지 못하는 게 아쉬움이다. 대신 꾸준한 설득 끝에 어머니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이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 됐다.

김 후보는 풍운의 꿈을 안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충주로 전학을 간 뒤, 4년 전 1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농대를 나왔으니 농사를 짓겠다’는 마음으로 귀농한 것이다. 지난해 결혼해 백일도 되지 않은 딸까지 태어났지만 그는 최근 딸과의 행복한 시간도 농사일도 뒷전으로 미룬 상태다.

“‘당이 불리하다’는 얘기는 격려”
김 후보는 “작년부터 출마를 생각했다. 고향에 내려와 사과, 복숭아 농사도 짓고 청소년공부방도 운영하면서 농촌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오랫동안 민노당 활동을 해와서가 아니라 기존 정당은 현실의 가능성에 안주하지만 우리는 미래에 찾아야할 가치에 주목한다. 제도권에 진입하는 진보정당 정치인이 하나둘 늘어나야 우리사회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일용직 출근이나 등산을 떠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명함을 돌리는 것에서부터 후보의 하루가 시작된다. 논밭, 하우스를 누빌 때에는 장화를 신고 다닌다. 읍내 상가를 돌때는 말쑥한 양복차림일 때도 있다. 김 후보는 “보수적인 농촌지역이라 민노당에 대한 반감이 느껴지지만 생각보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큰 것 같다”며 “선대부터 지역에 오래 살아오면서 형성된 관계와 참신함을 내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당이 불리하다’며 염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그는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런 염려는 격려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이라고 바라보고 있기 때문임을 느꼈다”는 것이다.
김 후보가 한계를 느끼는 것은 현실정치의 벽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기존 양당구도 속에서 나 같은 후보가 자기를 알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갑갑함을 느꼈다. 스킨십을 할 틈새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신건환 자유선진당 후보-청주시의회 나선거구
동대표로 임대APT 분양문제 ‘해결하GO’

▲ 유권자 만나기가 어렵다. 신건환 후보(왼쪽)는 지하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보다는 입구가 한곳인 임대아파트를 선호한다.
신건환 후보의 청주시의회 나선거구 출마소식이 알려졌을 때 그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지인들은 귀를 의심했다. 교육행정직으로 35년 동안 봉직하고 2008년 6월 물러날 때까지 신 후보는 조용한(?) 공무원이었기 때문이다.

신 후보를 정치판으로 민 것은 아파트 주민들이었다. 상당구 금천동 부영3단지 동대표로 일하면서 임대아파트 분양문제에 적극 개입하다보니 주민들로부터 ‘한번 나가보라’는 권유를 받게 된 것이다.

신 후보는 “공직에서 퇴임하고 집에서 놀고 있으니 주민들이 동대표를 하라고 했다. 부영이 분양가를 잘못 선정했고, 임대기간 동안에 부당이득을 취했기 때문에 행정경험을 살려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대표를 맡았다. ‘내친김에 시의원이 돼서 주민의 권리를 찾아달라’는 당부가 있어서 고민 끝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일단 뛰어들고 보니 뛸 이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신 후보는 “교육과 일반행정 사이에 괴리가 있다. 시의원이 되면 양쪽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권자 만나는 것도 어렵다”
4월17일 오전 8시, 신 후보를 선거구 내 서민 임대아파트에서 만났다. 신 후보는 7시30분부터 현장에서 명함을 돌리고 있었다. 김 후보는 “40~50평대 아파트는 모두들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세우고 승강기를 타니까 단지 내에서 주민 얼굴을 보기도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무관심한 표정으로 지나치는 주민들을 쫓아다니며 명함을 나눠주니 한 중년여성이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명함을 주라”는 고마운 조언을 던지고 지나갔다.

그러나 가가호호 방문이나 종교시설에서 명함을 돌리는 것 등은 불법에 해당된다. 8시45분이 되자 사람의 흐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신 후보는 먼발치에 한나라당 후보가 나타나자 “그래도 오늘 가장 많이 만났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신 후보는 당초 미래희망연대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한나라당과 통합됨에 따라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한나라당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후보들이 있기 때문에 공천을 고려해 차선을 택한 것이다. 당선가능성에 대해 물어보자 “초년병이 알 수 있냐. 지인들을 만나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옛 친구들 만나는 재미에 열심히 뛰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윤남용 사회당 후보-청주시의회 다선거구
두 자릿수 득표 목표…15%면 당선도 가능

▲ 정치신인 윤남용 후보(왼쪽)는 인권운동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진보정당도 이름값의 차이는 있다. 민주노동당은 17대 총선 10석에 이어 분당이 된 후 치른 18대 총선에서도 5석으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다. 진보신당은 18대 총선에는 당선자를 내지 못했지만 보궐선거에서 조승수 의원을 탄생시켰으며 노회찬, 심상정이라는 두 간판이 있다.

1998년 청년진보당으로 출발한 사회당은 총선에서 매번 정당지지도 3% 확보에 실패해 선거법에 따라 사회당-희망사회당-한국사회당-사회당으로 당명을 바꿔야했다. 총선과 지방선거 통틀어 아직까지 당선자는 없다. 그럼에도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청주시의회 다선거구에 출마하는 윤남용 후보는 사회당 후보 가운데 유일한 정치신인이다. 사회당은 이번 선거에 청주시의회에만 3명이출사표를 던졌다. 그래도 희망의 비중이 커진 것은 일단 진보 3당 간의 기초의회 후보단일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취약계층에 기본소득 20만원씩”
윤 후보는 “유의미한 득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지난 지방선거 때 사회당 송상호 후보와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민노당 후보의 득표율을 더하면 12%가 넘었다. 이번에는 후보가 단일화 됐기 때문에 두 자릿수를 노려볼만 하다. 15%면 당선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유권자들은 진보정당 간의 차이를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 또 자세히 뜯어보기 전에는 커다란 차이도 없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공약을 놓고 비교하면 다른 진보정당이 선별적, 시혜적 복지를 추구하는 반면 우리는 보편적 복지를 지향한다는 차이가 있다. 사회당의 핵심공약은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해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매달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기본소득제도에 대해 “3세 이하 영유아, 65세 이상 노인, 빈곤층 또는 장애인들에게 생활비를 보조하는 것이다. 브라질의 룰라 정권이 이를 하고 있다. 청주시가 이를 시행할 경우 연간 1600억원 정도가 드는데 이는 1조 예산의 16% 정도로 예산의 우선순위에 따라 충분히 가능한 금액이다”라고 덧붙였다.

충북대 정외과 92학번인 윤 후보는 충북직지장애인자립센터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하는 등 인권운동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현재 사회당 충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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