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주당, 뜨겁고도 불편한 당내 예선전
청주시장 선거구도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당대결 구도로 굳어지는 가운데 양당이 어떤 방식으로 후보선출과 흥행에 나설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나라당은 남상우 현 시장과 김동기 전 인천광역시 도시개발공사 사장을 상대로 면접까지 마치고 곧바로 후보자 선출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중앙당이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와 당 대(對) 당 차원에서 합당을 결정함에 따라 미래희망연대 소속 출마예정자들을 위한 추가 공모에 들어간 상태다. 따라서 공모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논의의 틀을 갖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범덕 전 행자부 차관과 이범우 도당 대변인이 공천을 신청한 민주당은 3일 공천심사위를 열어 후보자 면접을 가진데 이어 5일 도당선관위, 상무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청주시장과 제천시장 후보는 9,10일 전화면접 방식의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4명의 후보 모두 궁극적으로 당의 결정에는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후보 선출방식에 따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상황에 따라 적잖은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양당 야전참모의 말을 들어보니…
조심스런 한나라…마음 굳힌 민주당
도당 사무처장은 선거 국면에서 야전참모다. 한나라당은 도당에서 잔뼈가 굵은 이규석 처장이, 민주당은 경력을 쌓아 선출직 출마를 준비하는 유행렬 처장이 자칫하면 집안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공천경쟁에서 조정자 역할을 맡고 있다.
실무형의 이규석 처장은 한나라당 청주시장 공천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워낙 신중한 성격인데다 중앙당이 미래희망연대와 동등한 조건의 통합을 결정함에 따라 논의를 늦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처장은 “청주시장 후보에 대한 면접은 마쳤고 6일쯤 후보 선출방식을 최종 논의할 예정이었는데 통합이 결정되면서 일단 그 사람들(미래희망연대)에게 추가 공모의 기회를 열어놓았다. 그쪽에서 청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초든 도의원이든 공천을 신청하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어느 단위라도 미리 앞서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당심(黨心)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고 있지 않을까? 이 처장은 “다들 지역을 위해 일할 자질을 갖춘 분들이다. 어느 사람이 됐든 후보자로서는 훌륭한 분들이다”라며 두 후보를 함께 포장했다.
유행렬 처장은 당원이 참여하지 않는 ‘전화여론조사 국민경선’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는 유권자의 뜻을 묻겠다는 것이지만 적어도 청주시장 경선에 있어서는 내면적으로는 이미 특정 후보를 세우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전여론조사를 통해 이미 우열이 판가름 났다는 얘기다.
유 처장은 “당원까지 참여하는 오프라인 경선을 하면 속이야 후련하겠지만 동원경선, 돈경선이 될 우려가 있다. 혹시라도 불·탈법이 적발되면 다된 밥에 재를 뿌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래도 경선이 갖고 있는 흥행요소가 있지 않을까? 유 처장은 이에 대해 “상대가 엇비슷할 때 흥행요소가 있는 것이다. 흥행요소는 이미 다 지나갔다”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
상황은 전략공천…후보도 나야 나!
김동기 “유권자수준에 맞게 정치인도 자질 높여야”
남상우 “김 후보 훌륭하지만 더 뒹굴어야 표 받아”

김동기 전 사장은 충청리뷰와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태에 모든 것이 묻혀서 구체적인 것은 모르겠다.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이다”라면서도 “007백도 있고 백이 많이 있다”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남 시장이 최근 월례회의에서 내뱉은 이른바 ‘박살발언’과 관련해 직격탄을 날렸다. 남 시장의 박살발언은 “공무원 중 일부가 선거 중립을 망각한 채 줄서기를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 때 이들을 박살내고 선거에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 것이다.
김 전 사장은 “공인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말하면 되지 그런 발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질이 의심스러운 것이다. 국민들 수준에 맞게 정치인의 수준도 높여야한다”며 ‘자질론’을 펼쳤다. 김 전 사장은 ‘남 시장의 업적은 뭐가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잘한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혹평한 뒤 “당내 경선을 한다면 그 비용은 어떻게 하냐? 당선가능성을 볼 때도 나에게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본다”며 도전자다운 패기를 보였다.
도당 판세 따라 공천기준 결정할 듯
남상우 시장은 “도당의 결정에는 항상 조건 없이 복종이다. 지금까지도 거스른 적이 없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는 지난해 12월 도당의 세종시 수정당론에 이르기까지 도당의 결정에 주저하지 않고 따라온 자신의 당성을 부각시키는 것과 동시에 ‘공천에는 이변이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남 시장은 “주말이고 휴일이고 가리지 않고 주민이 원하는 데로 사심 없이 일을 했다. 더구나 현직이니까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남 시장은 이어 “빨리 공천 받기를 바란다. 당으로부터 경선을 해야한다는 요구를 들은 적도 없다. 일정상으로 볼 때도 경선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역시 전략공천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그렇다면 연일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김동기 전 사장에 대한 남 시장의 경계감은 어느 정도일까? 남 시장은 김 전 사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긋함을 보였지만 ‘정치를 더 배우고 오라’는 식의 뼈있는 충고를 빼놓지 않았다.
남 시장은 먼저 “김동기 후보는 경력도 화려하고 공부도 많이 했다. 샤프하고 유능하다는 점에서 시장을 할만한 인물이다”라고 덕담을 늘어놓은 뒤 “그러나 선거란 시민 속에서 뒹굴어야 표를 얻을 수 있다. 선거를 해보니까 3년 이상은 주민들과 뒹굴며 따뜻하게 품어줘야 표로 연결 된다. 김 후보가 고향에서 무슨 일을 했냐. 이번에 시장에 나서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 모두 전략공천을 자신하는 상황에서 당심은 선거 판도에 따라 기울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유리하거나 패배가 뻔히 보일 경우 정치신인에게 기회를 주지만 박빙승부로 점쳐지면 구관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관례다. 물론 구관에게 큰 결함이 없는 경우다.
민주당
여론조사에 ‘결정대로 Vs 재심요청’
이범우 “내가 나가도 이기는 선거, 당원 뜻 물어야”
한범덕 “정치적인 싸움만 갖고 선거운동 보지마라”

한 전 차관은 2006년 지방선거에 민주당 충북지사 후보로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뒤 탈당했다가 지난해 10.28 보선에서 정범구 후보를 지원하면서 자연스럽게 복당했다. 다만 선거단위를 도에서 시로 낮추는데 따른 고민이 컸다. 한 전 차관은 복당과정에서부터 이미 ‘통합청주시장카드’였던 까닭애 그동안 당 안팎에서 주목을 받아왔던 것이다.
이범우 대변인은 이게 불만이다. 이 대변인은 “(5일 현재)당으로부터 여론조사경선을 실시한다는 어떤 통보도 문서로 받지 않았다. 구두로는 들었지만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민주당이면 민주당답게 당원을 참여시켜 경선해야 한다. 최소한 당원들을 앉혀놓고 정견발표는 들어야하지 않나. 그런데 공심위도 열기 전에 언론에 먼저 뿌려 보도가 됐다. 공식통보를 받게 되면 중앙당에 재심을 요청하고 재심 결과에 따라 다시 대응하겠다”고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자신이 나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제돼 있다. 이 대변인은 “일단 경선조차 붙이지 않으려다 여론조사경선을 한다는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피치 못할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누가 나가든 우리가 이기는 선거다. 그래서 당과 시민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범우 후보 반발, 동조 얻을까?
한범덕 전 차관은 전화여론조사경선에 대해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한 전 차관은 굳이 여론조사까지 붙일 필요가 있냐는 뉘앙스로 “답답하다”고 운을 뗀 뒤 “당헌·당규, 당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전 차관은 “선거하면 싸움만 하는 줄 안다. 당 내외 인사와 말싸움하고 명함 뿌려가면서 얼굴 내미는 게 정치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로 이 대변인의 주장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 전 차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자신에 대해 쏟아지는 ‘선거운동에 소홀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말이 나온 김에 해명하자는 것이었다.
한 전 차관은 이에 대해 “음해세력이 너무 많다. 정신없이 뛰고 있다. 무상급식공약만 해도 검토해야할 것이 너무 많다. 학부모 대다수가 급식의 질에 대해 관심이 많고, 점심 한 끼가 너무 중요한 게 현실이다. 고등학교는 기숙사 아침급식부터 저녁까지 급식을 하는 곳도 많다. 일선학교를 일일이 돌아다니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전 차관은 심지어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서도 “누가 이기든 선거 이후에는 서로 도와야하는 관계다. 돈 쓰고 비방하는 선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차관의 소신은 이해한다고 치더라도 전체선거판을 바라봐야 하는 당의 처지에서는 ‘싸움꾼 기질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는 부분이다. 특히 청주시장 선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하는 점에서 한 전 차관이 때로 당내에서 공격을 받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