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숲해설가 교육 위탁기관 공모 법적분쟁 비화
‘생명의숲-숲해설가’ 두 단체 갈등속 관변시비 논란

▲ 지방자치단체의 용역사업을 놓고 숲 관련단체들간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제천시가 숲해설가 양성 인증교육 위탁기관을 공모하는 과정에서 법적분쟁에 휘말렸다. 공모에 탈락한 시민단체가 제천시를 상대로 청주지방법원에 계약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가처분 신청을 낸 시민단체는 제천시가 공모전 진행과정을 사전논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다른 민간단체를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선정된 민간단체는 전·현직 산림직 공무원 다수가 임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제천시의 심사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제천시는 2010년도 숲해설가 양성 인증교육 위탁기관 공모 공고를 냈다. 시 보조금 4000만원과 수강생 자부담 1200만원으로 3개월간 40명을 교육시키는 내용이었다. 숲해설사란 산을 찾는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숲의 기능과 역할, 산림의 특색 등을 설명해 주는 역할을 하는 전문강사라고 할 수 있다. 산림청에서는 2005년부터 인증기관의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들에게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산림청으로부터 숲해설가 교육 인증기관으로 승인받은 단체가 충북숲해설가협회(2006년)와 충북생명의숲국민운동(2008년) 등 2곳이다.

두 단체는 올들어 제천시의 위탁기관 공모에 각각 신청하면서 본격적인 경쟁관계로 돌입하게 된 것.

생명의숲, 전현직 공무원 임원진 포진
제천시는 지난해 10월 인증교육 사업예산을 편성한 뒤 1개월뒤 충남 천안에서 열린 전국 숲해설가 워크숍에 담당직원 2명이 참여해 사전점검을 하기도 했다. 이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충북숲해설가협회 관계자들이었고 이후 위탁기관 공모 직전까지 몇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숲해설가측은 “제천시가 올해 교육사업 예산을 편성했다는 사실도 우리가 먼저 알았고 담당직원도 수차례 만나면서 참고할만한 서류를 전달해 주기도 했다. 공모 신청하는 날까지도 호의적인 입장이었는데, 심사 기간에 ‘도경계를 넘어서도 교육할 수 있느냐’는 전화문의를 하길래 ‘충북생명의숲에서 무슨 얘기를 들었구나’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경북 봉화군에서 위탁교육한 것에 대해 ‘도경계’ 운운한 곳이 충북생명의 숲이기 때문에 제천시에 부정적인 얘기를 전했구나 싶었다. 결국 막판에 제천시가 입장을 바꿔 저쪽을 선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충북생명의숲측은 “단체 부설기구인 숲환경교육센터에서 운영위원회의 회의를 거쳐 공모에 참여한 것이다. 제천시와 사전에 협의한 적도 없고 그동안의 교육실적, 교육일정, 강사진 등 증빙자료를 제출해 객관적으로 비교평가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천시 관계자는 “숲해설가측 관계자와 위탁공모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고 경북 봉화군 위탁교육 자료를 놓고 간 적도 있다. 하지만 위탁 대상 기관으로서 응대했을 뿐, 공모와 관련해 어떤 사사로운 얘기도 한 적이 없다. 어차피 도내 인증기관이 2곳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절차를 밟아 자체 심사를 통해 최종 선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천시가 복수신청을 받아 공모심사하면서 외부 전문가의 참여도 없이 시공무원들의 판단으로 일방결정한 것은 공모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편 보은군은 지난해 숲해설가 인증교육을 위탁하면서 아예 공모가 아닌 제3자협약(수의계약) 방식으로 충북생명의숲과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보은군의 담당공무원인 J씨가 위탁기관인 숲환경교육센터(충북생명의숲 부설기구) 운영위원인 것으로 밝혀져 자신이 속한 단체에 민간용역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관참여 발족, 원활한 협의 장점있다’
숲해설가측은 “지난해 보은군의 수의계약 횡포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 제천시의 공모 선정 결과를 더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 생명의숲운동본부가 전·현직 공무원들을 임원으로 받아들이고 해당 기관에 보조금을 신청해 받는 행태는 도덕적 해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상의 관변단체와 순수 민간단체가 자치단체 용역사업을 놓고 경쟁하다보니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우리인 셈”이라고 말했다.

취재결과 충북생명의숲운동본부 임원진에 도청, 청주시청 산림직 간부공무원을 비롯해 산림조합 간부 등 유관기관이 다수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단체 회비를 납부하는 진성회원 가운데 산림직 일반 공무원과 조합 직원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충북생명의숲 정기총회 자료에 따르면 상임대표로 신모 전 충북도 산림녹지과장이, 공동대표로 송모 전 산림녹지과 사무관이 추대됐다. 또한 새로운 이사진으로 이모 청주시 공원녹지과장, 최모 청주청원산림조합장이 참여했고 운영위원으로는 산림조합 차장, 시 공원녹지과 계장, 도 산림녹지과 팀장, 충북대 산림학과 겸임교수가 선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올해 선임된 대표, 임원진 8명 가운데 7명이 공무원 또는 산림조합 임직원인 셈이다.

이에대해 충북생명의숲 반기민 사무국장은 “올해 임원진을 2배로 늘리는 정관개정을 하면서 신규 임원이 많이 선임했다. 생명의숲은 발족초기부터 민관참여 방식으로 시작됐고 그런 기조가 유지돼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함께 단체를 운영하면서 산림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원활한 협의가 가능했고 우리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실행된 경우도 많다. 보조금 사업에 대해서도 단체 소속 공무원들에게 사전에 얘기한 적은 없고 우리가 도내 최초 민간단체로 많은 사업프로그램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그런 신뢰를 바탕으로 선정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좋은 뜻, 같은 일 숲단체 통합이 아쉽다

충북생명의숲국민운동은 지난 98년 ‘생명의숲 가꾸기 국민운동’의 지역 조직으로 창립됐다. 2001년부터 자체적인 비인증 숲해설가 양성교육을 시작했고 이 교육을 받은 수강생 가운데 일부가 2002년 독립적으로 충북숲해설가협회를 구성했다.

2006년 산림청의 숲해설가 인증제도가 생기면서 같은 해 충북숲해설가협회 등 4곳이 1차로 초급 인증기관으로 승인을 받았고 2007년 전국 최초로 인증교육을 실시하게 됐다. 충북생명의숲국민운동은 2008년 인증을 받아 부설기구인 숲환경교육센터가 전담했다. 과거 비인증 숲해설가 교육을 마친 수강생들이 또다시 140시간이상 심화교육을 받는 인증 강좌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시간이 많다보니 수강료도 100만원이 넘는 고가이지만 장래 유망분야로 부각되면서 신청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두 단체의 강의 프로그램을 보면 숲해설가측은 대학 교수 강사진을 배제하는 대신 생명의숲은 대학 교수진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대해 숲해설가측은 “대체로 수강생들이 교수들의 수업방식을 지루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현장 활동가들의 강의에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천시의 위탁기관 공모에서는 강사진에 대한 평가에서 두 단체간 차이가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교수를 많이 포함시킨 생명의숲이 높은 점수를 받고 현장 중심의 비주류(?) 강사들은 저평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올해 3월부터 강의가 시작된 두 단체의 인증교육 수강신청 상황을 보면 숲해설가는 116만원 수강료에도 40명 정원을 일찍 마감했지만 생명의숲은 100만원의 낮은 수강료에도 불구하고(충북도 보조금 지원 강좌) 40명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일부에서는 “좋은 취지로 똑같은 일을 하는 민간단체가 지자체 용역을 놓고 힘겨루기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애초 한뿌리에서 갈라진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승적 통합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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